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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에 대한 ‘최고의 사랑’

<두근두근> 등 음원 차트에서 선전하는 드라마 OST들… 디지털 음원 시장 전략적 접근으로 제작사 가수 모두 ‘윈윈’ 기대
등록 2011-06-17 10:20 수정 2020-05-03 04:26

“그대 때문에 가슴이 이 심장이 두근두근 난 그대만을 사랑해 내 맘 가득 외치는 말.” 구애정(공효진)의 휴대전화가 울리면 이 노래가 나온다. 구애정이 활동했던 걸그룹 ‘국보소녀’의 히트곡 . 노래가 흘러나오면 독고진(차승원)의 가슴도 두근댄다. 독고진은 구애정과 마주칠 때마다 심박수가 올라가는 이유가 이 노래 때문이라는 걸 사랑에 빠진 뒤에야 깨닫는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OST, 부가 상품으로 한 몫</font></font>

문화방송 드라마 (이하 )에서 구애정과 독고진의 사랑에 징검다리 구실을 한 은 드라마 속에서는 걸그룹 국보소녀의 히트곡이지만, 드라마 밖으로 나오면 에 수록된 ‘써니힐’의 이다. 드라마 속에서 10년 전에 가요 순위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곡으로 설정된 은 드라마 밖에서는 꾸준히 음원차트에서 ‘재생’ 버튼이 눌러지는 인기곡이다.

문화방송 드라마 <최고의 사랑>

문화방송 드라마 <최고의 사랑>

는 드라마가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처럼 OST 앨범도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은 5월 넷쨋주 소리바다 음원차트에서 7위를 기록했다. 이후 공개된 로 나온 아이유의 는 6월 첫쨋주 소리바다와 벅스, 엠넷닷컴 등 온라인 음원차트에서 모두 2위를 차지했다. 음원차트 1위는 모두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에서 옥주현이 부른 이 차지했고, 10위권 안에 든 곡들 중 5곡이 모두 ‘나는 가수다’ 음원이었다. 로 나온 허각의 역시 여러 온라인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6월5일 기준)에서 5위권 안에 진입했다.

최근에는 OST 외에도 OST에 수록된 임재범의 , OST인 김연우의 , OST인 ‘소녀시대’ 제시카의 등이 모두 음원차트에서 선전하고 있다. 드라마 OST의 활약은 올해 상반기에 걸쳐 두드러졌다. OST인 백지영의 와 현빈의 에 이어 OST 역시 아이유의 , 박진영의 등이 차트 상위권을 점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가요계에는 “‘나는 가수다’ 음원과 드라마 OST, 아이돌 그룹의 신곡이 아니면 좀처럼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이유, 지나, ‘샤이니’ 종현, ‘포미닛’ 허가윤, 엠블랙, 임재범, 백지영, 정엽, 김연우. 최근 드라마 OST에 참여한 가수들이다. 아이돌 그룹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멤버부터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까지 요즘 드라마 OST 참여 가수 목록을 보면 누가 ‘대세’인지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참여 가수들의 ‘급’이 상당하다. 신인가수나 무명가수들이 OST를 통해 이력을 쌓아가던 이전과는 제법 다르다. 대중음악평론가 이민희씨는 “드라마가 방송국이 아닌 외주 제작을 통해 만들어지고, 해외시장 수출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드라마 OST도 부가 상품으로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OST는 드라마 스포일러?</font></font>

드라마 제작사는 드라마의 윤곽이 드러나면 OST 제작에 들어간다. 드라마의 인기를 배가할 만한 가수를 찾고 어울리는 곡을 받는 ‘기획력’이 OST의 승부수다. 가수들에게 OST는 해볼 만한 작업이다. 아이돌 그룹에서 노래를 좀 한다는 이들은 OST를 통해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며 이름값을 높이고, 백지영이나 임재범 등 가창력 위주 가수들은 OST를 통해 노래만으로 승부한다. 또 연예계가 전반적으로 ‘홍보 과잉’으로 가면서 좀처럼 이름이나 곡을 홍보하기 힘든 요즘, 드라마 OST는 일정 기간 자신들의 곡이나 이름을 꾸준히 노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드라마 OST의 상품가치가 높아져 드라마 제작사나 가수들에게 OST는 이렇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장이 됐다.

문화방송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문화방송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

드라마 OST가 디지털 음원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점도 상승세의 주요인이다. 요즘 OST는 발매 형태부터 예전과 다르다. 가요 시장이 CD를 통한 앨범 판매가 아니라 디지털 싱글을 통한 음원 판매로 체질을 바꾸자 드라마 OST도 디지털 싱글 형태로 발매된다. 드라마 OST에 ‘파트 1’ 등이 붙는 건 OST를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하나씩 싱글로 잘라 내보내기 때문이다. 실시간 디지털 음원 판매가 중요하기 때문에 매주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에 맞춰 하나씩 발표한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에, 또 방영되자마자 검색을 통해 음원을 내려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와 OST 등을 제작한 더그루브엔터테인먼트 황동섭 대표는 “지난해부터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OST를 싱글 형태로 하나씩 발매하는 방식이 자리잡았다”며 “음원을 싱글로 발매하면 음원에 대한 집중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의 경우 OST가 모두 8개의 디지털 싱글로 나온다.

드라마에서 OST의 구실도 중요해졌다. 의 은 드라마 안에서 웬만한 조연 연기자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OST 그 이상의 구실을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에 걸쳐 공들여 제작했다. 황 대표는 “데모곡만 200곡을 받았다”며 “1차, 2차에 걸쳐 곡을 받고 연출자와 음악감독, 작가까지 모두 들어본 다음에 결정된 곡이 ”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OST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에 드라마 내용에 맞춰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전달한다. 그래서 몇몇 드라마 게시판에는 ‘OST가 스포일러’라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OST 가사를 보면 드라마의 러브라인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font size="3"><font color="#006699">‘최고의’ 드라마 OST 나오길 </font></font>

드라마 OST 시장이 커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드라마 OST에 대한 음악적 접근보다 상업적 접근이 우선시되다 보니 드라마 음악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극중 감정선을 증폭시키는 기계적이고 정형화된 틀로 찍어내는 음악이 주를 이룰 거라는 비판이다. 예전처럼 한 명의 뮤지션이 하나의 완결된 앨범으로 드라마 음악을 구성해나가는 걸 더는 보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아쉬워하는 이도 있다. 디지털 음원 위주의 가요 시장에 맞춰 경쟁력과 함께 음악적 다양성과 풍요로움도 들어 있는 ‘최고의’ 드라마 OST가 나오기를 바라는 게 그저 기대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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