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나 도시는 지도 위에서 위도와 경도가 표시하는 하나의 구역이자 지역이지만 패션이나 인테리어,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하나의 스타일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식 거실’이나 ‘영국풍 빈티지 가구’라는 표현은 실제 스웨덴과 영국이 지구의 어디에 위치하는지 아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단어다. 그렇다고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가 사전에 등장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각 국가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와 스타일, 또는 대표적 브랜드의 디자인을 표현하는 형용사를 알아내야만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서 그 단어의 뜻을 아는 방법은 직접 보는 것, 딱 하나다.
‘여행하다 본 어디 같다’
인테리어나 스타일의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은 카페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20~30대 여성이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카페는 커피가 아니라 분위기를 판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홍익대 앞 카페에 가면 몇 가지 공통된 문장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여행하다가 가본 외국 어디어디에 온 것 같다’든지 ‘여기 가구나 소품은 어느 나라 스타일이군’이라든지, 그도 아니면 ‘다음에 내 방에도 해봐야지’. 카페에 들여놓은 가구나 소품을 하나씩 살피고 커피잔을 뒤집어 브랜드를 확인한다. 이어 각자 알고 있는 스타일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한참 수다를 떤다. 이럴 때 친구와의 대화에서 유용하게 쓰이는 표현이 국가나 도시의 스타일이다. 여인들은 이 모든 과정 자체를 즐긴다.
인테리어나 스타일은 이렇듯 하나의 시각적 엔터테인먼트다. 특히 요즘 뜨는 놀이가 있으니 각 나라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놀이다. 공간이 물리적으로 거주하는 곳에서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곳으로 변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진다. 게다가 사람이 사는 집만큼 볼 게 많은 공간이 또 없다. 가구나 물건의 배치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의 직업이나 일상이 보이고, 벽에 걸어놓은 그림 한 장과 부엌 찬장에 올려놓은 그릇 한 개까지 집주인의 취향이 드러난다. 게다가 그 집이 런던이나 뉴욕, 파리에 있는 누군가의 집이라면 더 흥미로워진다.
최근 다양하게 출간되는 인테리어 책은 이러한 놀이문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예전의 인테리어 서적이 ‘커튼 만들기’나 ‘수납장 짜기’ 등 일상생활의 인테리어 방법과 자세한 설명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 출간되는 책은 설명보다 사진 이미지가 앞선다. 유럽의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책을 주로 만들어온 일본 출판사 ‘에디션 드 파리’(Editions de Paris)의 책이 대표적이다. 국내 출판사를 통해 꾸준히 번역서가 나오고 있는 ‘에디션 드 파리’ 시리즈는 파리·런던·네덜란드·북유럽편 등이 출간됐고, 베를린편 출간을 앞두고 있다. 책은 주로 해당 국가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집 구석구석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들이 추구하는 인테리어나 라이프 스타일을 짧게 소개한다. 눈이 즐겁다.
이런 책은 위에서 언급한 각 국가나 도시의 인테리어와 스타일의 정체를 찾아내는 데 꽤 유용하다. 카페에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을 때 도움이 될 만한 국가·도시별 스타일을 정리했다.
런던의 빈티지, 뉴욕의 로프트<font color="#C21A8D">⊙파리</font>: 어릴 때부터 하나둘씩 모아온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것이 ‘파리지앵’들의 스타일이다. 침실 벽에 빼곡히 걸린 서로 다른 질감의 액자나 부엌 벽면을 가득 채운 그림이나 주방용품, 탁자 위를 점령하고 있는 색색깔의 기념품 등이 대표적이다. 하늘색과 파란색, 흰색 등 밝은 색상을 주로 사용하고 몇 개의 벽은 파스텔색으로 칠하는 센스 역시 파리지앵 스타일.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네덜란드: 네덜란드 디자인은 전위적이면서도 장난기가 넘친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소품을 벽에 걸어놓고 단추나 낡은 천을 이용한 가구 등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배치한다. 강한 톤의 원색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걸 좋아해 노란색이나 빨간색 벽이 자주 눈에 띈다. 대표적인 네덜란드 디자인 브랜드로는 ‘드룩’(Droog)이 있다. ‘건조함’을 의미하는 이름처럼 간단명료하면서도 놀이 감각이 빛나는 제품이 많다.
<font color="#C21A8D">⊙런던</font>: 런던에는 오래된 물건을 뜻하는 ‘빈티지’나 ‘앤티크 가구’와 현대적 감각이 공존한다. 거실 한가운데 낡은 가죽 소파가, 그 옆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책장이 있다. ‘삐그덕’ 소리를 낼 것 같은 나무 책상이나 오래된 의자 뒤에는 깔끔하게 칠한 벽이 보인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의 조화에 서로 다른 문양을 오려붙인 듯한 천을 활용하고, 은은한 간접조명까지 더하면 런던 스타일이 완성된다.
<font color="#C21A8D">⊙뉴욕</font>: 뉴욕의 집 하면 하나로 탁 트인 공간에 높은 천장이 있는 ‘로프트’가 떠오른다. 창고나 작업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로프트는 노출된 파이프나 벽돌로 쌓아올린 벽에 나무, 유리, 스테인리스 등 서로 다른 질감의 가구나 물건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파스텔 색상이나 원색보다는 무채색 느낌을 주로 사용하며 아기자기한 소품보다 큼직한 소품을 배치해 전체적으로 시원한 느낌을 준다.
<font color="#C21A8D">⊙스칸디나비아</font>: 스웨덴·핀란드·노르웨이 등 북유럽 지역을 통칭하는 스칸디나비아의 스타일은 간결하고 실용적이다. 흰색 벽에 흰색 천장, 나무 바닥이 스칸디나비아풍의 기본이다. 여기에 간결한 디자인의 나무 가구와 선이 도드라지는 디자인의 조명이나 소품이 놓여 있다.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은 스웨덴의 브랜드 ‘이케아’(IKEA)를 통해 비교적 자주 접할 수 있어 익숙하다. 언제 봐도, 누가 봐도 괜찮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font color="#991900">참고 도서</font>: (아오키 레이코 지음), (니코 웍스·이가타 게이코 지음, 이상 나무수 펴냄), , , (이상 에디션 드 파리 지음, 시드페이퍼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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