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하비 밀크의 생애를 다룬 영화다. 밀크는 미국에서 최초로 커밍아웃한 정치인이었다. 1977년 그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샌프란시스코 시의원에 당선된다. 그리고 이듬해 암살당한다. 동료 시의원 댄 화이트가 그의 가슴에 총알을 박았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지금도 지구촌 성소수자들의 가슴에 새겨져 있고, 그의 생애는 1984년 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 이 다큐는 1996년 경찰의 원천봉쇄 속에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1회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허리, 손끝… 완벽한 게이로 태어난 숀 펜
다큐는 한 미국 청년의 가슴에 필생의 목표를 정해주었다. 1974년생 더스틴 랜스 블랙은 스스로의 가슴에 총을 겨누고 싶을 만큼 혼란스러웠던 10대에 하비 밀크의 생애를 들었고, 에서 희망을 보았다. 극작가가 된 청년은 기필고 하비 밀크의 생애를 영화로 만들리라 다짐하며 미국 전역에서 기약 없는 취재를 계속했다. 마침내 그의 노력은 퀴어 거장 거스 밴 샌트가 감독을 맡아서 가 완성되는 결실을 맺었다. 그리고 블랙은 첫 작품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나이, 숀 펜은 영화에서 귀신처럼 게이 밀크를 자신의 몸으로 불러낸다. 애인과 ‘뒹구는’ 침대에서 보이는 그의 허리 움직임, 디스코를 추는 손끝의 처리, 심지어 연설하는 장면의 포즈까지, 숀 펜은 남성 호르몬의 과잉을 말끔히 떨치고 게이 밀크 자체로 변한다. 밴 샌트 감독은 영화의 직설법에 우아한 리듬을 더한다. 그리하여 영화의 대사처럼 “게이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한” 우아한 영화가 탄생했다.
지금 여기서 는 게이운동 역사의 결정적 페이지를 반추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를 앞두고 미국에서 불기 시작한 신보수주의 바람이 어디서 와서, 어떻게 반복되고 있는지가 영화엔 보인다. ‘아이들 보호’를 명분으로 전교조 교사를 마녀사냥하는 오늘의 한국 현실처럼, 역시 같은 명목으로 게이 교사를 교단에서 해임하는 조례를 추진했던 당시 미국의 ‘사태’가 나온다. ‘가족의 이름’으로 나타나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미국 정치에 ‘커밍아웃’하는 순간도 담겼다. 당시 ‘게이 인권 조례’를 둘러싼 찬반투표는 지금 지구촌 이슈인 동성애자 결혼권 인정을 둘러싼 논란과 매우 닮았다. 이러한 논쟁과 투표는 영화 의 절정을 이루고, 하비 밀크가 암살당하는 배경이 되었다.
디스코와 마리화나의 1970년대물론 가 정치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영화는 마흔까지 ‘벽장’(closet) 안에 갇혀 있다가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결심한 한 중년의 게이가 커밍아웃을 하고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동성애 혐오증의 총격에 쓰러졌는지를 그리는 드라마에 가깝다. 그는 커밍아웃을 통해 단지 자신의 인생을 혁명하려 했을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일들은 그를 세상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덤으로 디스코 음악과 가죽 점퍼부터 “마리화나 말고 총기를 규제하라!” 같은 구호까지, 성혁명의 끝물이던 1970년대 후반 미국 사회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2월25일 개봉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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