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크로키를 배우는 사연
1960년 후반에 대추리와 매향리에서 자동차로 10여 분 거리인 경기 화성시 발안에 탯줄을 묻고 부모님 농사일을 도우며 자랐다. 주변에서 그림 잘 그린다고 부추겨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고 미술대학에 입학했다. 근데 고민인 것이 앞으로 유명한 화가가 되면 내 그림을 사줄 사람이 상위 1%뿐이란다. 결국 화가의 길을 접고 민중미술을 택했고,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발안으로 내려갔다. 그간 작업한 걸 보신 어머니가 너는 어떻게 돈을 처들일수록 그림을 못 그리냐고 타박하는 소리에 멍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학교 때 그린 정물화는 사진 같았는데, 대학 때의 목판화는 거칠고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리얼리즘을 고민하다 붓을 버리고 사진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사진을 맘에 들어하셨고 지금은 발안 선산에 흙으로 돌아가셨다.
그때 사진과 그림을 같이 하면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아 그림 도구를 전부 버렸다. 매주 들르던 서울 인사동 화랑가도 발길을 끊었다. 물론 화가랑 술자리도 피했다. 그러곤 ‘10년 뒤에 보자. 그때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2000년 그림을 하고 싶어 인천 민족미술인협의회 사무실을 찾았다. 10년 전의 경력을 얘기하니 흔쾌히 정회원으로 허락했다. 근데 사진기자가 왜 사진을 하지 그림을 하냐는 선배의 말에 그도 그럴 것 같아 사진분과에 등록했다. 그 뒤로 전시회에 사진으로 참여했고 다시 두 달 뒤면 10년이 된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끼적거리는데 20여 년의 시간을 놓았던 손이 맘을 따라주지 않는다. 해서 매주 목요일 저녁 8시40분 한겨레문화센터에 누드크로키 수업을 등록해 첫 수업을 마쳤다. 낼부터는 실기를 한다. “난데없이 웬 누드크로키냐. 사진과 무슨 상관이 있냐. 속 보인다” 등등 주변에서 의아해한다. 3차원의 피사체를 2차원으로 옮기는 작업은 그림이나 사진이나 같다. 연필이 손에 익으면 초등학교 때 싫어하던 그림일기를 그릴 거다.
류우종 기자 blog.hani.co.kr/wj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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