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들을 만나는 지난 4개월 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왜 어떤 사람들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제가 더 억울했거든요.”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 박금선(44)씨가 성매매 집결지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도서출판 샨티). 지난 6월부터 만난 여성 20여 명의 이야기 중 11명의 이야기를 묶었다.
“지난 5월, 성매매 집결지에서 벗어난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의 삶과 고민을 다뤄달라는 부탁을 받았아요. 그렇지 않아도 에서 탈성매매 여성들의 고민을 담은 사연들을 접하며 ‘내 딸’ ‘내 고향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느꼈던 터라 선뜻 응했죠.”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과 함께 사흘을 먹고 자며 벽을 허물었다. 다음에 여성 한명 한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나온 책 속에는 ‘다른 세상’으로 나온 성매매 여성들의 고민 등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전문대학에서 피부미용사 과정을 공부하는 29살의 한 여성은 시시때때로 삶의 모순을 느꼈다. 한 후배에게 ‘너를 술집에서 봤다. 너 거기에서 일하냐’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남자 동기를 볼 때, 왜 남자들은 여성을 사는 술집에 가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고 여성은 그런 곳에서 일하는 걸 숨길까 의문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혹시 대학 친구들이 자신의 과거를 알까 두려워했다. 업소 생활을 접은 뒤 집에 예전만큼 돈을 갖다드리지 못하는 27살의 한 여성은 ‘다시 일을 해서 돈을 갖다드려야 하나’ 계속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다.
업소에서 벗어난 뒤 느끼는 작은 행복도 담겨 있다. 17살 때 새엄마의 구박을 못 견뎌 가출한 뒤 성매매 업소로 흘러 들어갔다가 20여 년의 업소 생활을 접은 42살의 한 여성은 이제라도 수학 문제를 풀고 영어 단어를 외우는 일이 재미있다.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또 다른 여성은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일이 행복하고, 또 다른 여성은 ‘내 손으로 밥 지을 수 있음’이 고맙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성매매 일을 한 여성에 대한 오해를 씻고 싶었다. “여느 여성과 똑같은데, 어려운 가정형편, 혹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그곳으로 흘러들었어요. 이들을 ‘나와 다른 부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또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또 당신의 딸·당신의 친구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또 하나는 용기다. “어떤 길을 한평생 가다가 기꺼이 다른 길을 택한 이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박 작가의 손을 빌려 다 같이 격려와 공감의 박수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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