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어찌 이리 또 한번의 작살 웃음을 선사하는가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다른 사람은 안 웃는데 혼자 웃기면 거기 웃긴 데 맞습니다. 다른 사람은 웃는데 안 웃는다면 틀린 거거든요. 거기 웃긴 데 맞거든요.” 어디든 웃기노라 감독이 강변하는, 혹은 웃음 창고 대방출 골라골라 정신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왔다. 전 국민의 작살 웃음을 발산케 했던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lee〉의 극장판 (이하 ) 8월14일 개봉박두.
‘와, 멋찌다’라는 진부한 말 대신
〈다찌마와 lee〉(웬일로 그의 이름 첫글자가 소문자인지는 잘 모르겠소)의 동네 양아계를 평정한 다찌마와 리(임원희)는 1942년으로 훌쩍 날아가 전세계를 전국 방방곡곡 누빈다. 아이쿠! 그렇다. 허리선이 살아나는 세련된 양복을 입은 다찌마와 리는 금발 가발 쓰고 동네 풀밭을 누비는 재연극의 알프스 하이디처럼 영종도를 사막처럼 누비고, 강원도 풍력발전소 들판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플레밍 목장 포크노 풍력발전소를 만난다. 영화 첫 장면, 베이징이 보이는 화면에 ‘베이징 주재 소비에트연방(구 러시아) 대사관저’라는 자막이 사라지자마자 그 화면이 실제로는 사진이었음을 드러내는 속임수는 한낱 예고편에 불과하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에 숨어 있는 ‘세계성’과 ‘세계화’를 찾아낸 것이다. 아, 아름다운 강산!
다찌마와 리의 풍모 또한 동네에서 세계로 업그레이드됐다. 허리 잘록한 양복은 이미 얘기했던가. 멋있어진 풍모는 그뿐이 아니다. 헐거워 보였던 머리는 개미처럼 머리에 찰싹 붙었는데 그것은 ‘신상’ 빗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머리에 골을 파던 얼레빗의 이빨이 조금 다물어졌다. 얼굴에서 나는 빛은 여전하지만 눈빛은 플러스 100, 하트 색종이를 안 붙여도 설렌다. 무엇보다 여자들이 무시로 내뱉는 ‘오 쾌남’ ‘아 잘생겼다’ ‘멋지다’라는 말은 웃기기는커녕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심각한 표정을 지을 때 다찌마와 리의 눈썹이 붙듯이 잘생긴 데 빈틈이 없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했다는데, 왜 ‘통상적으로 한국 영화 제작 현장에서 액션활극 장면을 지칭하는 일본 유래어’ 이름인가, 하는 일촉즉발의 수수께끼는 이렇게 풀린다. 그는 너무 멋졌고 우리는 ‘와, 멋찌다’라고 하는 진부한 말 대신 ‘다찌마와 리’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빈방이 있는 여자라면 무조건 들이고 싶은 남자, 다찌마와 리.
60~70년대 한국 액션영화에 까지
배경은 1942년 일제시대, 한때 독립운동가였던 장 마담(오지혜)의 국가를 배신한 ‘간통죄’를 처단하고 나오는 다찌마와 리, 그의 곁에는 그를 따라 어디든 갈 태세를 갖춘 금연자(공효진)가 있다. 독립운동가의 이름이 적힌 황금불상 되찾기가 그의 다음 프로젝트. 이를 앞서 입수한 독립요원 상하이 진상8호의 골동품점으로 다찌마와 리는 향하였던 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금연자는 아니 오고 마리(박시연)와 그의 친구들이 상하이역에서 그를 맞았으니, 마음에 세입자를 이미 들였으나 다찌마와 리의 눈빛은 갈 곳 없는 월세자의 간곡한 공세에 흔들린다. 골동품점의 황금불상은 마적단의 손으로 넘어가고, 불상도 못 찾았는데 충격으로 기억을 잃고, 쌓인 눈 위에 눈이 쌓이는 형국을 이르는 설상가상의 상황으로, 같은 데 계속 밟히고 말아 왼쪽팔은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고 만다. 정신 놓은 곳에는 눈빛이 초롱한 이름 모를 소녀(황보라)가 있었다. 여차저차하여 결말은 쇼 광고의 ‘광복군’ 편처럼 거대한 계략을 향해 간다. 아이쿠, 이런, 주워담지 못할 이 말을 하고 스포일~러라 하면 될런가.
〈다찌마와 lee〉가 60~70년대 청춘영화를 주로 패러디했다면 는 60~70년대 한국 액션영화가 패러디 대상이다. 대사로 나오는 ‘내 주먹을 사라’, 제목을 따온 ‘악인이여, 지옥행 버스를 타라’, 만주벌판에서 금동불상을 찾는 설정을 따온 ‘쇠사슬을 끊어라’ 등 명령형 제목들은 모두 70년대의 액션영화들이다. 그 외에도 의 패러디 행진은 전세계가 좁다. 다찌마와 리는 007이고, 마리(), 장 마담()은 한국 액션영화의 대표 여자 과객들이며, 금연자는 호금전의 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이다. 기억을 잃을 때는 이고, 기억을 잃고 수련을 할 때는 영화 를 위해 굳이 한 팔을 부상당한다. 음성 변조한 어둠 속 사나이는 의 다스베이더다.
극장을 나서면 따라붙는 중독성 말투
그리하여 도달한 ‘ 본색’은 패러디를 갖고 노는 ‘액션’이다. 스토리도 인물도 상황도 말투도 모두 따온 영화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액션의 오리지널리티’다. 그들은 어설프게 모여서는 무게 잡지 않고 싸운다. 몸과 몸이 부딪힐 때, 웃기는 장면은 더욱 웃겨지고 안 웃겼던 장면도 웃겨진다. 어쨌든 장면에 열중하다 보면 영화가 꺾이듯이 끝나는데, 그것이 너무 열중했기 때문인지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원래 스토리가 토막난 채 몸통은 없었기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 이것은 빗물이겠지. 이 정도 웃기기만 한다면 큰 흠도 아니다.
극장을 나서게 되면 몸은 ‘이 지긋지긋한 관절염’으로 그들을 따라잡지 못하니, 세 치 혀라도 놀려 ‘중독성 말투’를 입에 초청하게 될 테다. 그 대상은 주로 포마드 기름맛이 감도는 매끈한 다찌마와 리의 말투와 ‘환금뿌상’과 ‘따거’ 같은 ‘한국형 포린 랭귀지’가 될지어니. 패러디의 도가니를 본 뒤 관객은 다시 고급하게 카피하여 읊을 것이다. 높이 앙칼졌으나 삐걱거리고 엉거주춤하게 팔을 뻗던 여자들이 카피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임에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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