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호스트’ 영화 의 윤종빈 감독, 남성성 얻기 위해 비남성적이 되는 아이러니한 먹이사슬을 그리다
▣ 글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그들의 밤은 우리의 낮보다 화려하다. 온 세상이 환한 낮, 그 가운데 작은 빛들은 보잘것없다. 그러나 사방이 어둠에 휩싸이면, 눈앞의 라이터 불빛조차도 화려해진다. 3년 전 군대 안 권력관계를 다룬 영화 로 충무로의 눈길을 받았던 윤종빈 감독의 신작 는 이런 아이러니를 이야기하는 영화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밤을 자랑한다는 청담동의 유흥업소, 이른바 ‘호스트바’에서 여성 고객을 상대하는 호스트들의 생활상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몸값 높이려고 헬스클럽에서 몸 가꾸고, 각종 명품옷과 액세서리를 걸치고 베엠베(BMW) 등 외제차를 몰며 강남 거리를 질주하고, VIP 고객에게 안부전화 돌리고, 바의 복도와 객실에서 여성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는 모습 등등. 영화 속 호스트들의 밤 풍경은 윤계상·하정우라는 두 주연배우만큼 흥미롭다.
윤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눈여겨보지 않던 호스트들의 삶과 그들의 일그러진 욕망을 짚어냈다.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청담동 호스트들인가?
집을 사도, 애들 학교를 보내도 ‘강남’ ‘강남’ 하는 세상이다. 비강남 사람에게 강남은 스트레스다.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강남은 한국 사회의 욕망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 욕망을 그려보고 싶던 차에 오래전부터 친구한테 들어온 호스트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들의 어떤 점이 영화적으로 매력이 있겠다고 생각했나?
남성성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돈과 권력. 권력은 잡기 힘드니까 많은 남자들이 돈으로 남성성을 얻으려 한다. 호스트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이 남성성을 얻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비남성적이다. 그러면서도 돈 있는 남성이 되려고 호스트의 삶을 접지 않는다. 고객 중 80~90%는 밤일하는 여성 호스티스들이다. 돈 많은 남자들에게 접대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오는 것이다. 호스트들은 고객으로 온 호스티스들을 접대하면서 그들이 남자들로부터 벌어온 돈을 다시 벌어간다. 뭔가 아이러니하고 먹이 사슬처럼 엮여 있는 구조가 있다.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는 잘 아는 군대 이야기라 시나리오 쓰는 데 어려움은 없었던 듯하다. 이번 작품은?
사전 취재를 많이 해야 했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친구 소개로 바에서 한 달 동안 술과 안주 나르는 웨이터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호스트들이 빚에 쪼들리는 모습으로 나오는데….
실제 그렇다. 호스트들은 하루 100만~200만원을 벌더라. 그 돈으로 외제차·명품옷을 사고 도박도 한다. 쉽게 버니 쉽게 쓴다. 자신들이 하루에 번 돈보다 많이 쓴다. 왜? 다음날 또 벌면 되니까. 수입보다 지출이 많으니 빚이 쌓이는 건 당연하다. 100명 중 돈을 모으는 사람은 1명도 채 안 된다. 얘들은 다른 일 못한다. 한 달에 1천만원, 2천만원씩 쓰던 애들이 월급 100만원짜리 일을 할 수 있겠나.

주인공 승우(윤계상)가 술 마시고 토하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이다. 다른 영화와 달리, 4~5번 정도 토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더라. 2번 넘어가니까 여성 관객들은 ‘악~’ 하고 소리를 지르던데. 진짜 토한 건가?
모두 CG(컴퓨터그래픽)로 처리했다. 소리가 실감나 진짜라고 생각하더라. 창우(마동석)가 재현(하정우)의 손을 스패너로 내리치는 장면도 스패너는 고무로 만들었다. ‘딸랑’ 소리를 넣어 진짜 쇠처럼 착각하게끔 했다.
승우는 일할 땐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인데, 애인 앞에만 서면 ‘찌질’하게 변한다.
유아적이면서도 마초적인 캐릭터다. 현실에서는 남성성을 획득할 수 없으니 한 여자를 통해 억눌린 남성성을 회복하려 한다. 지원(윤진서)은 일어도 잘하고, 업소의 다른 여자들과는 분명히 차이나는 면이 있다. 그 점에 승우는 호감을 느낀 것이다. 그러나 술집 여자이니 많은 남자를 상대했을 것이란 불안감은 있었을 거다. 그런 불안감들이 “혼자 사는 집에 칫솔이 왜 이렇게 많냐”, “그 남자랑 잤냐” 등의 대사로 순간순간 튀어나온다. 남자들은 사실 굉장히 유아적이고 유치한 면이 있다. 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나?
내 영화는 ‘내가 왜 이렇게 힘들지?’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내가 힘들면 보통 사람들도 힘들다고 느낀다. 를 찍을 수 있었던 건 제대 뒤의 삶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고민해보니 군대 때문이더라. 그래서 찍은 거고,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왜 힘들지’란 생각을 해보니까 돈 때문이더라. 학교 다닐 때는 선생 때문에 힘들었고, 군대 가니까 또 힘들고, 나오면 돈 때문에 힘들고. 대부분 그렇지 않나.
촬영은 세트에서 했나?
룸살롱에서 촬영했다. 호스트바와 구조가 똑같고, 접대자와 손님의 성별만 다를 뿐이다. 룸살롱은 직장인들 쉬는 주말엔 영업을 안 한다. 그때 빌려서 찍었다. 안마시술소 장면은 세트에서 찍었다. 섭외가 안 되더라. 이번에 알게 된 건데, 거기는 연중 무휴였다.
제작비는?
27억원 들었다. 전작이 2천만원이었던 데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투자가 많이 되면 편한 점이 있다. 찍고 싶은 것을 찍을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창작 면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좀 줄어든다. 투자자가 있으니 독립영화 찍듯 자유로울 수는 없는 거다.
영화 보면서 결말이 상당히 궁금했다. 그런데 돌연한 살인으로 끝내더라.
아니다. 칼에 두 번 찔렸지만 죽기야 했겠는가. 돈에 대한 욕망과 콤플렉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인물을 찌르는 감정까지 간 거다. 내가 결론 내리기보다는 왜 이 인물이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의 여지를 두고 싶었다. 또 이들의 삶은 이렇게 계속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일부에서 엉뚱하게도 ‘동성애 영화’라고 하던데.
그런 반응들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언론이 좋아하는 게 그런 쪽일 것이고, 기사를 많이 읽게 해야 하니까 야한 제목을 쓸 거고.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
올해 30살이다. 나이 어린 감독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나?
오히려 편하다. 배우들이 나를 힘들어하지 않으니까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려서 사람들이 내 말을 안 듣는다고 생각하면 한도 끝도 없다.
차기작 구상은?
부산을 배경으로 두 작품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노태우 정권 때 검찰, 경찰, 조폭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조폭들이 모여사는 빈민촌에서 소년이 자라면서 역시 조폭이 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둘 다 할 거다. 시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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