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나가노 지휘의 몬트리올 심포니 내한 연주, 이란 지휘자 라바리의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등 속 찬 연주회들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봄꽃 피듯 클래식 동네가 활짝 피어나고 있다. 4월의 주요 연주 무대들은 규모 못지않게 내실이 알차다. 악단·독주자의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예년보다 레퍼토리의 질과 다양성을 따지는 흐름이 강해졌다. 학구적으로 바로크, 고전주의, 현대 사조 등을 살펴보려는 노력도 뚜렷하다. 연주 이면의 이야깃감들도 많아 악흥을 되새김하는 재미가 있다.
난해한 곡을 즐겨 초연하는 학구파 심포니
4월 공연의 백미는 프랑스 음악의 명가 몬트리올 심포니의 내한 연주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02-6303-1919) 초청으로 18~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속 연주한다. 거장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함께한 11년 전 내한 당시 강력한 말러의 연주로 인상을 남겼던 이 악단은 소장 지휘자 켄트 나가노와 잘 ‘조리된’ 레퍼토리를 눈여겨봐야 한다. 유럽 주요 악단을 섭렵한 이 일본계 미국 지휘자는 난해한 현대음악곡들을 즐겨 초연하는 학구파다. 한국 작곡가 진은숙씨의 오페라와 관현악곡들도 최근 잇따라 초연한 바 있다. 선율의 자연스런 리듬감을 중시하는 나가노는 오페라와 교향곡 연주에 능숙하다. 이번 레퍼토리는 프랑스·독일 음악을 골고루 안배했다. 봄에 딱 맞는 인상주의 음악의 수작인 라벨의 와 연애의 비극적 환상을 담은 베를리오즈의 , 산맥 같은 관현악 파노라마를 들려주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 바그너의 서곡 등이 이틀간 연주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씨와는 모차르트 을 협연한다.
24~25일 열리는 한국방송교향악단(02-781-2241) 정기연주회는 이란 출신의 색다른 지휘자 알렉산더 라바리와 벨기에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를 만나게 한다. 라바리는 테헤란 음악원을 나온 카라얀의 마지막 조수였으며, 중동의 전란을 묘사한 관악곡 를 지은 작곡가이기도 하다. 감미로운 선율을 자랑하는 감각파 뒤메이와 같이 격정적인 브람스의 를 들려준 뒤 야성 넘치는 쇼스타코비치의 으로 마무리한다.
특별한 진미로는 11·13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02-2005-0114)에서 열릴 캐나다 피아니스트 안젤라 휴잇의 바흐 연주회를 꼽는다. ‘피아노의 구약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전곡을 이틀간 모두 연주하는 희귀한 무대다. 바흐 피아노의 거장 글렌 굴드의 후예 격인 휴잇은 리듬감과 색채감이 돋보이는 타건으로 21세기 바흐 전문가로 자리를 굳혔다.
지난 2월 뉴욕필과 협연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씨도 학구적인 연주회를 한다. 8일 경기 고양 아람누리 음악당에서 신비의 난곡으로 꼽히는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의 연습곡을 들려준다.
바흐 ‘평균율’ 이틀간 모두 들어보실래요?
19일 저녁 7시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22·25일 김해·울산에서 첫 내한 독창회를 하는 재미성악가 유현미씨는 과학도였다가 남편이 총격 사건으로 숨진 뒤 성악에 귀의해 현재 미국과 유럽을 누비는 중견 가수로 변신했다. 최근 음반 명가 EMI의 전속이 된 그는 풀랑크, 슈베르트 등의 예술가곡을 부른다.
국내 공연 60돌을 맞는 오페라 장르에서는 10~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02-399-1783~6)에서 서울시오페라단이 기념공연 를 올린다. 1948년 국내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인 이 작품은 줄거리와 노래가 일반인들과도 친숙한 고전이라, 기존 무대와 어떤 차별성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일본 소프라노 야마자키가 박정원·김은주씨와 번갈아 여주인공 비올레타를 맡는다.
지난 1일 시작한 서울 예술의전당(02-280-1218) ‘교향악 축제’는 23일 서울시향 폐막 연주 때까지 20개 지역 교향악단들이 릴레이 연주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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