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토속 굿판인 칠머리당 영등굿의 첫 서울 마당 3월13일 국립국악원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거센 바람과 억센 여자, 그리고 푸석한 돌. 이 세 가지가 많아 삼다도인 제주도는 굿판 많기로도 손꼽히는 곳이다. 숱한 해녀들과 어부들이 물일(어업)을 해야 살 수 있으니, 바다 다스리는 바람의 신을 달래고 챙겨주는 것이 큰일이었다. 마을마다 굿당(본향당)을 만들어, 절기 때마다 굿을 했다. 물일의 안전과 풍요를 빌었던 제주의 토속 굿놀음판이 바다 건너 서울로 난생처음 나들이를 한다. 제주의 전통 굿판을 대표하는 칠머리당 영등굿(중요무형문화재 71호)의 첫 서울 마당이 3월13일 저녁 7시30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펼쳐진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 보존회의 기획공연이다.
“풍랑없고 해녀들 수확 좋길 기원”
칠머리당 영등굿은 음력 2월 초하루 제주시 건입동의 굿당인 본향당에서 벌어지는 굿을 말한다. 본향당은 마을을 지켜주는 부부신을 제사하는 곳이다. 주민들의 땅, 생사 등 생활 전반을 보살펴주는 ‘도원수감찰지방관’이 남편신이고, 어부와 해녀의 생업 등을 챙겨주는 ‘요왕해신부인’이 부인신이다. 건입동의 순한글 지명인 칠머리를 따서 본향당을 칠머리당이라 일컬었고, 굿도 칠머리당굿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굿판은 음력 2월 초하루 제주를 찾는다는 바람신 ‘영등할망’도 같이 불러 맞아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영등할망은 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심술을 부리며 찾아왔다가 보름 만에 떠난다고 한다. 바다에서 일할 때 탈 없이 지켜주는 신이어서, 극진히 대접해야 한 해가 무난하다고 주민들은 믿는다.
뭍의 굿들과 성격이 다른 만큼, 의식도 차이가 있다. 굿판에는 색색의 깃발을 단 큰 대를 놓고 풍성한 제물을 차린다. 그 앞에서 소무(고수)가 ‘대영’(징), ‘구덕북’, ‘설쇠’(불룩한 놋쇠그릇) 등의 특산 타악기 3종 갖춤인 ‘연물’의 장단을 치면, 원색옷 정장을 차려입은 심방(무당)이 신들린 노래와 춤을 선보이면서 진행한다. 바구니 위에 얹어놓고 치는 구덕북, 체나 방석 위에 얹어놓고 치는 설쇠 가락, 징보다 얇은 대영의 미묘한 파열음이 흥을 돋운다. 심방이 직접 ‘장귀’(장구)를 치면서 노래하는 것도 색다르다. 흔히 제주굿의 3박자를 맞이·본풀이·놀이라 하는데, 칠머리당 영등굿은 그 원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해녀신앙의 원형질을 엿보는 기회로도 값지다. 국악원 쪽은 “고기잡이 배들이 풍랑 안 타고, 해녀들이 더 많은 해물을 따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체화한 굿”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굿판은 칠머리당굿 예능 보유자인 김윤수 심방과 보존회원 20명이 세 시간 동안 풀어놓는다. 제주도 바깥 땅에서 영등굿 전 거리(과정)를 실연하는 것은 처음이라, 애호가들에게는 설레는 감상의 순간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공연 뒤엔 관객과 제수 음식 나눠
굿판은 여덟 가지 차례로 이끌려간다. 신을 불러들여 제상 앞에 앉게 하고, 참석자 이름을 불러주는 ‘초감제’가 먼저다. 부부신인 본향신을 청해 마을의 무사함을 비는 ‘본향듦’, 신들에게 술을 권하는 ‘나까시리’ 놀림으로 짜인 추물 공연이 초반부를 맺음한다. 이어 요왕과 영등신을 맞아 바다 위의 안전과 풍어를 비는 ‘요왕맞이’, 바다에 나가 미역 등의 해초씨를 뿌리는 ‘씨드림’, 마을의 액을 막고 해녀들을 위해 점을 치는 ‘액맥이’가 벌어진다. 도깨비 격인 ‘영감’의 탈을 쓴 고수들이 짚배를 바다에 띄워보내는 ‘영감놀이’와 신들을 돌려보내는 ‘도진’으로 굿은 마무리된다. 주최 쪽은 예매 관객들 가운데 선착순으로 신께 이름을 올려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도 마련한다. 공연 뒤에는 참여한 관객과 굿판에 올려진 제수 음식을 같이 나눠먹는다. 제주 특유의 별미 제수 음식을 맛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8천~1만원. 02-580-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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