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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한국 뮤지컬의 숨 고르기

등록 2008-02-15 00:00 수정 2020-05-03 04:25

<font color="darkblue"> 으로 진단한 뮤지컬 동네의 현실</font>

▣ 박병성 월간 편집장

지난해 한국 뮤지컬의 성장은 눈부셨다. 티켓 판매사 인터파크의 발표 자료를 보면, 2007년 국내 뮤지컬 시장은 40% 정도 성장했다. 2000년 이후 꾸준한 성장 지속세를 반영한 수치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금도 국내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영화로 치면 블록버스터 대작 같은, ‘킬러’ 구실을 할 대형 창작 콘텐츠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게 흥행한 대형 창작 뮤지컬이 잇따라 등장한다면 창작 뮤지컬에 투자가 집중될 것이고, 그에 따른 성공작이 연이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이때가 되어야 뮤지컬이 문화 산업으로서 안정기에 들어설 것이다.

올해도 뮤지컬 시장은 성장하겠지만 예년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학 등에 뮤지컬 학과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겼지만 배출한 배우들이 무대에서 제 몫을 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전용극장은 구체적인 계획은 잡혔으나 완공돼 공연이 올려지기까지는 1~2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2008년은 급속 성장세를 이어온 뮤지컬이 또 다른 발전을 위해 한 호흡 쉬어가는 시점이다. 새해 벽두 이런 국내 뮤지컬 동네의 현실을 진단하는 세 편의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현재 가장 주목받으며 공연 중인 이 그 작품들이다.

프랑스 뮤지컬 다듬어 ‘우리 것’ 만들어

2005년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내한해 국내에 프랑스 뮤지컬 열풍을 일으킨 (2월2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02-501-1377)는 2007년 한국 배우들로 그 열풍을 이어가려고 했다. 작품의 아우라(특유의 개성적 분위기)가 강했기 때문에 애초 한국어로 노래하는 라이선스 공연에는 우려가 많았다. 실제로 지난해 경남 김해 공연은 바뀐 한국말 가사가 입에 맞지 않고, 젊은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된 탓에 열정은 와닿았지만, 성글고 미숙한 느낌이었다. 이후 경기도 고양 공연 등을 거쳐 가사를 거듭 다듬고 배우들의 몸이 연기에 익숙해지면서, 1월 시작한 서울 공연부터 확연히 우리 것으로 소화해냈다는 평가다.

라이선스 뮤지컬 위주로 성장한 국내에서 뮤지컬 본바닥인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화제 작품들은 거의 소개됐다. 이제는 오프 브로드웨이나 유럽 전역으로 시각을 넓히고 있다. 프랑스 뮤지컬은 그런 상황에서 발견한 ‘노다지’였다. 의 성공은 등 다양한 프랑스 뮤지컬이 소개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올해는 이런 맥락에서 체코·아이슬란드·일본 등지의 다국적 뮤지컬이 소개될 예정이다.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의 경우 최근 두드러진 트렌드는 영화 원작의 뮤지컬이 늘었다는 점. 무비와 뮤지컬을 합성한, 이른바 ‘무비컬’로 부르는 작품들이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브로드웨이 무비컬의 경우 영화사가 뮤지컬에 뛰어든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반면 국내는 인지도가 낮고 극작가 인프라가 부족한 창작 현실을 감안해, 안정된 극적 구조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영화를 원작으로 취하는 모양새다.

영화 특성 극복 못한 무비컬의 고민

뮤지컬 (3월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1544-1555)는 박중훈, 안성기가 주연한 같은 제목의 영화가 원작이다. 강원도 영월 시내라는 열린 공간을 좁은 무대에서 살려야 하고, 원작도 특정 드라마보다 왕년의 인기 가수와 매니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정서가 중요한 얼개이기 때문에 뮤지컬로 만들기엔 힘든 요소가 많았다. 실제로 뮤지컬은 영화의 특성을 극복하지 못했다. 잦은 장면 전환과 핀 조명을 이용한 장소 이동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등 산만한 요소가 많았다. 무대 세트의 방향을 바꿀 때마다 다양한 장소로 변하게 하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영월 시내를 재현하기에는 조악하기 그지없었다. 영화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가다 보니 관객은 예상 가능한 대로 흘러가는 드라마에서 긴장감을 찾을 수 없었다. 영화 줄거리를 깔끔하게 무대화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은 뛰어났지만, 무대만이 빚어내는 매력은 발견하기 힘들었다.

올해 중엔 등 몇 편의 무비컬이 더 올라간다. 이 작품들 역시 가 안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디서 무대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찾고, 어떻게 무대만의 언어로 재구성할지는 모든 무비컬이 안고 가야 하는 고민이다.

영화에서 맹활약 중인 배우 황정민은 뮤지컬 (3월2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1544-1555)으로 4년 만에 복귀했다. 그는 최근 장르를 넘어 활동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가수 옥주현은 와 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도 합격점을 받았고, 가수 바다는 의 에스메랄다로 출연 중이다. 영화와 뮤지컬에서 최고 배우로 인정받은 조승우, 텔레비전 드라마를 거쳐 영화로 무대를 넓힌 오만석 등 이제 배우들의 활동 범위를 한 장르로 제한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뮤지컬에 인기 스타가 캐스팅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뮤지컬을 접하지 않던 관객층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낳고 있는 것이다.

화제작 은 이탈리아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 을 뮤지컬로 옮겼다. 황정민은 몸은 마흔이나 아홉 살 아이의 정신을 가진 천재 영화감독 귀도 역을 맡았다.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상상 속 인물들이 귀도에게 말을 거는 이 작품은 모던한 무대와 몽상적 조명으로 귀도의 혼란스런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독특한 형식은 재미있지만 그 특별한 형식을 관객에게 이해시키고 인물 관계만을 나열하는 1막은 다소 지루하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형식과 주제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했다. 황정민은 연기에선 큰 무리가 없었지만 음악적으론 성량이 부족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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