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006년의 프랑스팀 내한에 이어 한국어판으로 무대에 오르는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아름다워라! 이 말은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말! …남자를 유혹하는 그 검은 눈동자여….”
이런 가사의 노래 를 머금은 프랑스 뮤지컬 덕분에 2005년은 국내 뮤지컬 관객에게 특별한 한 해가 되었다. 뮤지컬 하면 미국, 영국의 야단법석 버라이어티 무대만 쳐다보던 선입관이 산산이 깨졌다. 그해 2월 프랑스에서 서울 세종문화회관으로 날아온 직수입 뮤지컬 한 편의 힘! 란 이름으로 더 유명한 문호 빅토르 위고의 원작을 각색한 는 지금도 여전한 프랑스 뮤지컬 열풍의 진원지다.
무대장치는 공수, 줄거리·인물 쉬워져
흥행 귀재 뤼크 플라몽동이 각색하고 작곡 대가 코시앙트가 가세한 은 연기, 노래를 비빔밥처럼 버무린 영미풍 뮤지컬과 얼개가 크게 달랐다. 춤과 노래 영역을 엄격히 갈라, 가수와 배우, 춤꾼들이 각기 구실에 전력하는 비극 연기를 펼쳐냈다. 낙천적 희극 쪽으로만 쏠렸던 국내 관객의 반대쪽 감성을 후벼판 주연들의 극적인 열창에다 체조, 현대춤 등을 섞어 율동하는 춤꾼들의 몸 노래가 흥행 과녁에 적중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최장 기간 공연, 최단 기간 최다 입장 등의 기록을 세웠고, 공연 1년도 안 된 이듬해 1월 추가 공연까지 했다. 총 관객은 20만 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6월엔 극중 명곡들을 골라 들려주는 간이 무대도 열렸다.
1998년 초연 뒤 1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세계 상품이 된 이 프랑스 국민 뮤지컬은 아시아에서 유독 한국과 강력한 인연을 맺는 데 성공했다. 그 기운을 몰아붙여 우리네 정서에 더욱 밀착한 한국어판 의 공연까지 이어낼 참이다. 출연진 40여 명을 국내 배우와 가수들로 바꾼 한국어 공연이 1월18일부터 2월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은 르네상스기의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를 사랑하는 다른 계층 세 남자의 연애 잔혹사를 그린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종지기 콰지모도의 순애보, 에스메랄다를 차지하려고 욕망의 암투를 벌이는 근위대장 페뷔스와 주교 프롤로의 내면 묘사 등이 극적 줄거리를 타고 이어진다. 열정과 유연함이 갈마들던 2년 전 현지 배우들의 프랑스어 열창이 사라진 대신 줄거리와 인물 캐릭터를 이해하기는 더 쉬워졌다. 물론 거대 석상과 천장에서 내려올 100kg 넘는 종 등 무대장치 30여t은 직접 비행기로 실어왔다. 브레이크댄스까지 선보이는 안무 또한 한국 춤꾼들이 원래 뮤지컬과 거의 같이 실연한다.
에스멜라다에 가수 바다 등 매력 발산
출연자는 지난해 3~8월 1500여 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네댓 차례 오디션을 벌여 선정된 40여 명의 신인배우, 춤꾼들이다. 에스메랄다 역에 가수 바다와 인디밴드 가수 출신 문혜원씨, 배우 오진영씨가 낙점됐다. 또 콰지모도 역에도 새 인물인 가수 출신 윤형렬씨와 배우 김법래씨가 내공을 보여줄 참이다. 이들은 지난해 6월의 리사이틀 공연을 시작으로,10월 경남 김해, 12월 경기도 고양에서 지방 순회 무대를 꾸미면서 연기력을 닦아왔다. 의 매력은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박진감 넘치는 열창과 육체적 매력이 물씬 나는 춤이다. 극중 화자인 시인 그랭구아르가 서두에 부르는 , 페뷔스의 ,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의 주검을 안고 부르는 절창 같은 명곡들이 수두룩하다. 클래식, 록, 애크러뱃, 전위춤 등의 경계를 오가는 이 감성 무대를 국내 신인들이 어떻게 소화해낼까. 인생에 빛만 깃드는 것은 아니라고 위고의 원작이 암시하듯 무대 또한 화려한 서광만 깃들지는 않는 법이다.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2·7시. 4만~13만원. 02-501-1377,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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