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젤과 그레텔’ ‘The naked_by 75’ ‘내부공사’전 등 청년작가들의 알찬 전시 잇달아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미술 시장의 호황 열기로 뜨거웠던 화랑가도 여름 휴가철에 다소 한산해졌다. 피서 여행으로 관객의 발길이 뜸해진 탓이나, 거꾸로 젊은 문제 작가들을 발견하는 호기가 되기도 한다. 궁핍한 청년 예술가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자기 목소리 내면서 전시 준비를 할 수 있다. 여름 전시장 나들이는 문제적 작가와 뜻밖의 만남을 낳는 끈이 되며, 보는 눈(감식안)의 양질 전화를 안겨주는 계기로도 다가온다. 특히 청년작가들도 대부분 시장의 흐름을 눈치보면서 작품 트렌드를 계산하고 끼워맞추는 행태가 만연한 요즘 갓 뽑아올린 무순 같은 작품들을 보고 싶은 갈망은 더욱 유난스럽다.
몸의 욕망 표현에 충실한 20대 작가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개인전 ‘핸젤과 그레텔’(8월26일까지, 02-3210-9800)에 가면 작가 김소라씨가 음악, 영상, 입체 작품으로 꾸며놓은 그만의 이야기 세상을 만난다. 상업광고 음악들을 마음대로 편곡한 사운드 스피커, 진짜 나무숲과 사무실의 테이블이 얽히고, 기사가 지워진 채 숫자만 남은 일간신문의 변태스런 모습 등이 펼쳐진다. 제목만으로 보면 동심 가득한 이미지 세상일 것 같지만, 작가는 추리극의 미스터리, 문명사적 비판 등을 음성·영상이 잡탕으로 얽힌 공간 속에 뒤섞는다. 숲의 나뭇가지 위에서 미쉐린 타이어 인형 캐릭터의 퉁퉁한 의상을 입고 신문을 읽고 있는 남자의 영상물에서 보이듯 일상의 거의 모든 요소들을 뒤섞어 어떻게든 이야기 줄거리를 뽑아내는 혼성의 상상력이 국제 비엔날레에 줄곧 출품해온 이 유학파 작가의 힘이 된다.
서울 평창동 키미아트센터에서는 ‘The naked_by 75’란 제목으로 젊은 작가 7명이 날것 같은 인간적 욕망을 다기한 그림 언어로 분출시키는 흔적을 보여주는 전시(9월11일까지, 02-394-6411)가 열리고 있다. 일러스트 같은 구도 속에 다기한 성적 상징을 집어넣은 남녀 군상들(김미령), 물 젖은 천에 눌어붙어 변질된 몸 이미지(성경희) 등은 몸의 욕망 표현에 충실한 20대 작가들의 특성을 드러낸다.
작품에 버무려진 엽기적 상상력
14일 개막한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미술 전시인 ‘내부공사’전(9월1일까지, 서울 홍익대 앞 11개 전시공간)도 괴기 발랄한 젊은 작가들의 의식 세계를 풀어 보여준다. 헌 잡지를 재생해 입는 옷을 만드는 홍콩 작가 모바나 첸 등이 참여하는 예술공간 HUT의 ‘나를 입어라’전(02-6401-3613), 갤러리 킹의 ‘만화가의 작업실’전(02-6085-1805) 등이 기다린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02-737-7650)에서는 작가 유성일씨와 사진가 박홍순씨가 낯선 시선으로 만든 근작들을 9월16일까지 볼 수 있다. 살충유인액을 바른 덫을 놓고 걸려 죽은 벌레들의 윤곽선으로 이미지를 구성한 유씨의 전시(9월16일까지)가 도발적이라면, 박씨는 서울 한강 주변 각종 편의시설, 휴식공원 등을 낮은 눈높이에서 찍은 낯선 한강 사진들로 나른한 도시적 권태를 표현한다. 이 밖에 전위적, 엽기적 상상력으로 버무린 젊은 작가 10여 명의 튀는 책 삽화(일러스트레이션)들을 내놓은 서울 인사동 그라우갤러리의 ‘종이팥빙수’전(8월28일까지, 02-720-1117), 프리다 칼로의 그림 같은 직설적 화법으로 모국 필리핀의 암울한 현실을 집어낸 아라리오 서울의 레슬리 드 차베즈 전(8월26일까지, 02-723-6190), 20~30대 유망 판화가 9명이 아날로그의 감성으로 공들여 파낸 목판화 작업들을 선보이는 경기도 용인 마가미술관의 ‘나무 물고기’전(8월25일까지, 031-334-0365)도 점찍을 만한 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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