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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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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우려 반, 딱 그만큼!

등록 2007-08-01 00:00 수정 2020-05-03 04:25

특수효과·음악은 합격점, 이야기 흐름·배우들의 연기는 낙제점, 심형래 감독의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D-War)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LA의 한복판, 거대한 무언가 휩쓸고 간 흔적이 남는다. 방송사 CGNN 기자 이든(제이슨 베어)은 취재를 위해서 현장에 접근하다 거대한 비늘 자국을 발견한다. 그리고 직감에 휩싸여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린다. 이든은 아버지와 함께 골동품 가게에 갔다가 주인인 잭(로버트 포스터)에게 500년 전 한국의 전설을 듣는다. 잭은 이든에게 이무기가 500년에 한 번씩 여의주를 물고서 승천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든이 여의주를 지키려다 숨진 조선시대 무사의 환생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이무기에는 선악이 있는데 악한 이무기, 부라퀴가 500년 전 여의주를 훔치려다가 실패했다. 여의주를 품은 소녀가 부라퀴 일당을 피해 달아나다 숨졌기 때문이다. 양반집 규수였던 소녀의 곁에는 이든의 전생인 무사가 있었다. 여기에 잭은 무사를 키웠던 노스님의 환생이다. 500년 전의 소녀는 LA의 아가씨 세라(아만다 브룩스)로 환생했다. 브라퀴는 세라의 여의주를 노리는 것이다.

미숙한 연기에 느닷없는 로맨스라니

이렇게 500년을 뛰어넘는 서사는 기승전결 정확한 구분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압축된다. 그리고 LA에서 이든과 세라를 쫓는 부라퀴 일당의 추격전이 시작된다. 공력이 높은 잭은 적당히 변신을 하면서 이들을 돕는다. 명백한 선악 구조가 지루해질 무렵에 본격적으로 컴퓨터 그래픽(CG)을 활용한 특수효과가 효과를 발휘한다. 괴수 부라퀴, 달리는 샤콘, 날으는 불코, 기는 더들러, CG를 통해서 탄생한 괴물들의 활약은 할리우드 영화에 견줄 만큼 볼 만하다. 부라퀴가 고층 빌딩을 감고 올라가고, 익룡처럼 생긴 불코가 하늘을 날으는 장면처럼 인상적인 장면이 적지 않다. CG만 놓고 보면, 의 이무기는 의 괴물보다 몸놀림이 가볍고 움직임이 유연하다. 할리우드 스태프들이 참여한 편집, 음악, 음향도 영화에 긴박감을 더한다. 의 편집을 담당했던 스티브 미르코비치와 팀 앨버슨의 속도감 있는 편집은 특수효과를 제대로 살리고, 의 음악감독 스티브 자블론스키가 만든 음악은 후반부의 추격신에 박진감을 불어넣는다.

특수효과는 박진감이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딱딱하다 못해 미숙하다. 이야기는 시대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 건너뛰는 것처럼 단절된다. 한 시대 안에서도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 심형래 감독은 일부러 선악 구조를 단순화했다고 주장하지만, 정말로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단순화한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어린이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의 관객을 고려해 압축해서 편집한 86분의 상영 시간을 감안하더라도 이야기의 개연성은 부족하고 연기의 능숙도는 떨어진다. 환생의 연결 고리가 단단하게 묶이지 않고,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도 느닷없이 시작된다. 때때로 일차원적인 설정은 실소마저 자아낸다. 실사와 특수효과가 충돌하는 장면도 있다. 조선시대에 갑자기 우주 악당 같기도 하고, 중세 용사 같기도 한 적들이 나타나는 장면은 아무래도 뜬금없다. 전반적으로 악당의 액션에 공을 들였으나 선의 동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한 것이다. 악과 맞서는 인물의 동기에 몰입이 되지 않으니 그저 액션만 즐기게 된다. 에 앞서 퍼졌던 기대 반, 우려 반의 예감은 이렇게 현실로 나타났다. 그래도 할리우드 영화를 즐기는 관객이라면 여름방학용 영화로 맞춤하다.

‘HOLLYWOOD’ 앞에서 성공 다짐하는 심형래

는 심형래 감독이 이후 8년 만에 절치부심으로 내놓는 야심작이다. 제작비 300억원이 투여된 판타지 대작이다. 1999년 기획을 시작해 2003년 한국 촬영, 2004년 미국 촬영, 이후의 특수효과와 후반 작업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심형래 감독 필생의 야심작답게 심혈을 기울였다. 심형래 감독은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에게 서신을 보내는 노력을 기울여 9·11 이후에 최초로(혹은 드물게) LA 시가전 촬영을 허가받았다. 이 밖에도 500벌의 특수의상과 2만4천여 명의 엑스트라도 동원됐다. 이렇게 만들어진 는 500개의 스크린을 확보해 8월1일 개봉한다. 심형래 감독은 “미국에서도 1700∼2천 개의 스크린에서 (개봉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대규모 개봉을 한다고 덧붙였다.

는 장엄한 아리랑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면서 애국주의 정서를 자극한다. 영화가 끝나고 예외적으로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심형래 감독이 살아온 역사가 사진에 담겨서 2분이나 계속된다. 여기에 비장한 자막이 얹힌다. 심형래 감독은 자신이 얼마나 처절한 도전과 실패의 역사를 딛고서 를 만들었는지 강조한다. 저 멀리 산 위에 새겨진 ‘HOLLYWOOD’라는 활자를 배경으로 “나는 세계 시장에서 로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라고 다짐하는 모습은, 아메리칸드림을 기필코 이루겠다고 다짐하는 ‘코메리칸’ 아저씨 같았다. 그에게 영화는 전투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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