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명문악단들의 릴레이 연주로 만나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대곡들 </font>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그의 교향곡을 들으면 화색이 돌고 몸이 근질근질해진다. 음 하나를 듣는 데 집중하느라 입술을 물어뜯는다. 새 음반을 사면 밤새워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물론 연주회장에는 만사 제치고 가서 미친 듯 열광하고 눈물을 흘린다. 악보와 연구서를 산처럼 쌓아놓고 분석한다.
괴기스런 매혹에 몰입하는 ‘말러리안’
평생 죽음의 공포에 가위눌렸던 오스트리아 낭만주의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 그의 마니아들은 편집증적 특징을 공유한다. 흔히 ‘말러리안’으로 불리는 이 ‘광팬’들은 ‘말라리아’ 전염되듯 거장의 괴기스런 매혹에 몰입한다. 말러 특유의 음울한 관악이 약동하면 조건반사하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응한다. 그들이 찾는 말러 연주회장은 대중가수 공연장 같은 열기로 가득하다. 산만하고 괴팍하나 인간적 고뇌와 격정이 유난스러운 말러의 늘어지는 음악을 구원처럼 여기는 사람들.
말러리안들에게 사상 최고의 폭염일 것이라는 올 7, 8월은 즐겁다. 가장 규모가 큰 말러의 대곡들을 명문악단들이 유례 없이 릴레이 연주한다. 비장한 호른의 포효와 장송행진곡로 시작해 무려 6악장이나 되는 관현악, 성악의 장강을 헤쳐가는 교향곡 3번, 1천 명 이상이 출연하는 클래식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교향곡 8번(1000인 교향곡)이 레퍼토리다. 국내 거장 지휘자의 적통을 잇는 대전시향 상임 함신익씨가 KBS교향악단을 이끌고 7월26, 27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 KBS홀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교향곡 3번을 연주(02-781-2243, 1544-1555)한다. 악단과 미성을 맞추는 짝은 알토 장현주씨, 고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서울레이디스싱어즈, 숙명여대 합창단. 한 달 뒤인 8월23일에는 아시아 최고의 중국 상하이오케스트라가 말러 교향곡 8번의 악보를 들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한·중 수교 15돌 기념연주를 한다. 중국 국민지휘자 천셰양의 지휘로 인천시립합창단, 서울대 음대 합창단, PBC소년소녀합창단이 함께 나서 천상의 선율과 미성을 들려준다. 주최 금호아시아나 문화재단(02-6303-1919).
교향곡 3번은 말러 자신이 ‘괴물’이라고 불렀다. 교향곡은 우주와 세계를 담는 그릇이라는 지론대로 여름철 느끼는 우주와 자연, 생명의 도란거림을 한데 모아낸 곡이다. 6악장에, 1악장 시간만 40여 분으로 웬만한 고전 교향곡 전체 연주 시간과 맞먹는다. 100명이 넘는 4관 편성의 악단과 세 군데의 여성합창단, 어린이 합창단을 개별 성악가들과 함께 동원하니 정밀한 합주력은 필수다.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의 기념비를 세운 부천필 악단은 2000년 이 난곡에 도전했다가 부실한 관악과 지휘자 임헌정씨의 건강 악화로 사실상 연주에 실패하고, 1년간 말러 연주를 늦추었던 악연이 있다. 반면 함씨는 대전시향과 함께 2년 전 이 곡을 지휘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은 바 있어 이번 연주에서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부천에서도 말러 교향곡 6번 연주
상하이심포니가 연주할 말러 8번은 5관 편성의 관현악기 배치, 혼성 합창단과 어린이 합창단, 독창자 8명 등을 합쳐 연주자만 1천 명 이상이 되는 초거대 교향곡이다. 서양의 종교적 성악곡인 칸타타풍의 구성으로 우주와 세계의 창조, 섭리에 대한 찬미를 노래하는 이 곡이 천셰양의 중국풍과 어떻게 어울릴까를 감상하는 것이 알짬. 두 교향곡은 우주와 자연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려는 말러의 불가능한 작가적 욕망을 총체적으로 집약한 작품들이란 점에서 소중하다. 앞서 ‘말러 인 부천’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말러 전곡 연주를 시작한 부천 필하모닉도 7월20일 오후 7시30분 부천시민회관에서 임헌정씨의 지휘로 세 번째 무대인 말러 교향곡 6번 을 연주할 예정이다. 032-320-3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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