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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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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엘라를 사랑해요

등록 2007-07-13 00:00 수정 2020-05-03 04:25

재즈 디바 엘라 피츠제럴드를 추억하며 후배들이 헌정 음반 만들어

▣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스캣(의미 없는 가사를 빠르게 불러젖히는 재즈의 기교)과 어떤 곡도 자기풍으로 해석해버리는 음역의 카리스마. 20세기 미국 재즈를 평정한 명가수 엘라 피츠제럴드(1918~96)의 추억은 이렇게 요약된다. 빌리 홀리데이, 세라 본과 더불어 재즈의 3대 디바로 군림했던 엘라의 탄생 90돌을 맞아 내털리 콜, 린다 론스태트 등의 후배 명가수들이 녹음실에서 왕년에 그가 불렀던 히트곡들을 추억하며 노래했다. (위 올 러브 엘라)란 헌정 음반 한 장이 그 열매다.

“엘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표현”

엘라의 음악 터전이던 재즈음반사 버브에서 최근 이 헌정 음반을 국내 출시했다. 현존 최고 기량의 재즈, 팝, 솔 가수들이 선배이자 최고의 재즈보컬 거장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를 그들의 개성으로 풀어 보이는 음반이다. 엘라와 생전에 함께 일했고, 이 음반 작업도 주도한 프로듀서 필 라몬은 “엘라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표현하려고 한 것이 공통적 주제”라고 했다. 실제로 들어보면 그의 말은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아닌 듯하다. 다채로운 색깔로 아롱진 가수 10여 명의 헌정곡 16곡은 감동과 즐거움 못지않게 구성의 아쉬움또한 겹쳐진다.

팝과 재즈보컬을 넘나드는 내털리 콜의 첫 곡 을 비롯해, 차카칸, 퀸 라티파, 레디시 등은 명쾌하면서도 낙천적인 엘라풍 보컬의 느낌을 가창 속에 새겨넣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반부에 등장하는 가수들의 노래는 엘라에 대한 헌정보다는 개인적인 음악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데 치중하는 듯하다. 가냘픈 바이올린 선율에 실려 전해져오는 리즈 라이트의 애잔한 목소리는 오히려 빌리 홀리데이의 음울한 음색을 떠올리게 하며, 으로 유명한 린다 론스태트는 팝 스타일의 감미로운 발라드 곡을 들려준다. 솜사탕 모드의 곡들이 중간에 등장하면서 구성이 다소 산만해지고, 아쉬움을 느낄 때쯤 다행(?)스럽게도 엘라의 진득한 자취를 담은 노래들이 잇따라 터져나온다. 생전 엘라의 육성이 담긴 스티비 원더와의 듀엣곡 는 이 음반의 가장 행복한 보석이다. 스티비를 젊은이라고 호칭하는 엘라와 “당신과 한 무대에 서게 되다니… 우리 모두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감읍하는 스티비의 떨리는 육성을 다 들을 수 있다. 감칠맛 나게 조이는 목소리로 운을 떼며 노래하는 엘라, 중간에 서로 호흡이 안 맞아 삐끗할 때도 훗 하고 웃으며 천진스럽게 노래를 가다듬는 둘의 정겨운 장면을 그대로 연상할 수 있다.

14살 소녀 야놉스키가 엘라의 스캣을

엘라의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디디 브리지워터의 강력한 가창력과 스캣을 들을 수 있는 , 14살짜리 캐나다 소녀 야놉스키가 젊은 엘라의 난기교 스캣을 천연덕스럽게 술술 풀어내는 도 추천곡이다. 상업성이 다분히 엿보이는 음반이지만, 이처럼 많은 재즈 명가수들의 미성을 모은 음반도 찾기 어렵다. 장마철 집에서 혼곤히 듣기에 맞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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