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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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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라사대]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록 2007-03-03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도훈 기자

가렛: 결혼에 대한 새로운 이론을 발견했어.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서 동거를 시작해.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대화가 없어지는 거지. 서로에게 말하고픈 단 하나의 문장도 생각해낼 수 없어지는 거야. 패닉! 그들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서 빠져나갈 길을 모색해야만 해.
찰스: 어떻게?
가렛: 남자가 여자에게 청혼하는 거야!
찰스: (건성으로) 훌륭하군. 대단해.

중에서

참치와 샴푸 세트를 들고 고향에 내려갔더니 결혼하라고 성화다. 20대에는 멋진 독신을 외치던 나에게 유일한 핑곗거리는 ‘돈이 없습니다’밖에 없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 비용은 약 9천만원이라고 한다. 주택자금이 6천만원, 혼수 비용이 2천만원, 피로연과 신혼여행 등을 포함한 결혼식 비용이 1천만원이다. 야근으로 점철된 1년 월급의 절약분을 모조리 결혼식과 신혼여행 일주일에 쏟아붓는 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이어지는 조사 결과는 예물이나 결혼 비용 등으로 배우자와 으르렁거린 적이 있는 커플이 40%, 혼수와 주택자금 등을 부모에게서 완전히 강탈하는 커플이 61%. 그렇게 바득바득 싸우고 빼앗아 치르는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하객이 진심으로 당신을 축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65%의 하객은 가고 싶지 않은 결혼식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고, 축의금이 부담스럽다는 하객은 무려 88%다. 올해도 결혼하시는 신혼부부 여러분, 하객 35%만이 진심으로 축복하고 12%만이 축의금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빚과 다툼으로 치러낸 아름다운 결혼식 사랑스럽게 마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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