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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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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고 싶지 않은 SOS 전화

등록 2006-12-21 00:00 수정 2020-05-03 04:24

온갖 엽기 사건들이 총집합한 스타 솔루션·사건 추적 프로그램 <ss501 sos>…겹겹이 싸인 비밀 중 가장 큰 비밀은 방송 자체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것</ss501>

▣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잠복하던 형사와 제작진은 추적 중이던 ‘강진희’(가명)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고 그가 들어간 집으로 쫓아간다. 초인종을 눌러서 강진희를 찾는다. 들어갔던 사람은 그런 사람 없다,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말하는데 이들은 “강진희씨 맞죠?” 한 뒤에 다짜고짜 문을 따고 들어간다. 들어간 집의 구석에 여성은 식칼을 들고 웅크리고 있다. 칼을 든 손이 파르르 떨린다. 형사는 흥분한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한마디 내뱉는다. “강진희 아니네.”

다중인격, 사이비 종교… 엽기·충격·비화 사건들

Mnet의 (본방송 수요일 저녁 6시, 이하 SS501의 SOS)의 한 장면이다. 11월1일 처음 전파를 탄 이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서는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성, 학대, 가정폭력, 이성 문제 등 현대 사회의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청소년들…. 그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을 위한 최후의 프로젝트…”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SS501의 스튜디오에서 사건 소개, 제보, 전문가와 위기에 처한 피해자의 정신상담, 청소년이나 주위 사람들의 증언으로 밝혀지는 비밀, 청소년과 함께하는 SS501의 노력, 솔루션 프로그램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사건의 중심인물들은 가명을 쓰고(그래서 이름을 말할 때마다 삑삑거린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두 개의 사건을 다루었다. 이 사건들은 타블로이드판 신문에 ‘엽기’ ‘충격’ ‘비화’ 등의 제목이 붙어 있는 사건들의 총집합처럼 보인다. 2회까지 방송된 뒤 다시 ‘후속 취재’가 이루어져 현재 방송되고 있는 ‘사라지는 소녀들’ 편은 사고사, 은신, 사망 처리 뒤 생존, 성형수술, 단란주점 접대, 사이비 종교, 집단 종교 수용소, 폭력 부모, 정서불안 소년 등이 등장하고 ‘귀신 씌인 집’ 편에는 폭식과 거식이 함께 있는 귀신 들린 집, 교통사고, 재혼, 자살, 섭식장애, 도둑질, 다중인격장애, 폭행, 근친 성폭력, 자해 등이 나온다. 사건을 추적하며 어둠이 깃든 무덤 뒤에서 유리 조각으로 소년이 자해하는 급박한 장면이 등장했고, 아버지가 딸을 때리는 것을 멀리서 잡은 장면이 방영됐으며, 어린 소년이 학원에서 물건을 던지고 콘서트 현장에서 갑자기 오줌을 쌀 정도로 무서워하고 욕을 쏟아내다가 실신하는 장면, 소녀가 마트에서 걸신 들린 듯 음식을 집어먹는 장면과 그 뒤 화장실의 구토 흔적이 방송됐다.

워낙 심각하고 중한 사건들이라 반듯한 청년들 SS501은 프로그램과 잘 융합하지 못한다. 그들은 사건에 공감하고 사이비 집단이 닭피로 차에 ‘현’자를 새기는 테러를 당하지만, 해결사는 되지 못한다. 그들의 역할은 그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SS501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보자의 생활에 들어감으로써 그 사건의 결정적 장면을 포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사건의 중함에 비해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아주 어설프다. 사건에 개입함으로써 문제는 뜻하지 않은 방식으로 커져나가는데 이는 다큐멘터리의 기본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사라진 소녀들’ 2탄이 방송된 것은 1탄이 방송된 것을 알고 사이비 종교 집단이 위협을 해오고 사라진 여성이 연락을 해왔기 때문이다. 마을을 탈출한 여성은 연락이 두절되고, 사라진 여성은 쫓기다 교통사고를 당해 생명이 위험하다. 방송하지 않았다면 결코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다. 무슨 배짱인가 싶은 장면도 많다. 무턱대고 사람을 잡아서는 찾는 사람이 맞다며 쫓아가는 장면이 그렇다. 이렇게 어설픈데도 겹겹이 싸인 비밀들은 하나씩 풀려나온다.

많이 놀랐니? 뻥이야!

사실 <ss501 sos>가 감춘 가장 큰 비밀은 이 프로그램이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이다. 사실은 죽음의 위기에 놓인 여성도 협박을 당한 스타도 없다. ‘페이크’한 장치는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 뜨는 ‘친절한’ 자막부터 시작된다. “이 프로그램은 과도한 폭력과 충격적인 장면들로 인해 15세 미만의 어린이가 시청하기에 부적절하므로 보호자의 시청 지도가 필요합니다.” 충격을 예고하지만 이 충격이 만들어진 것임은 말하지 않는다. ‘재연’이라는 말과 ‘실제 상황’이라는 자막까지 써가며 다큐멘터리임을 강변한다. 더 다큐스럽게 만들기 위해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실수도 집어넣는다(앞에서 예로 든 장면처럼). 같은 제작진은 이미 <ss501>라는 페이크 다큐에서 비슷한 방식을 선보인 바 있다. 스토커의 출현과 이에 따른 SS501의 위급함은 만들어진 것이다. <ss501 sos> 게시판에는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아이가 너무 불쌍했는데 아이를 잘 달래주어 고맙다” “활현제국교는 이런 종교다”는 의견과 함께 “아직도 이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리는 사람들이 있네”라는 글이 함께 올라온다.
의 악인이 카메라를 향해서 윙크를 할 때의 충격은 상쾌하다. 악인의 윙크는 영화 내의 밀실극 자체를 조롱하며 영화라는 게임의 룰을 위반한다. <ss501 sos>도 우리가 은연중에 고수하던 다큐·재연 게임의 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ss501 sos>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진짜야”라고 재차 물어 확인받으려는 우리의 말습관과 “뻥이야”라고 들었을 때의 허탈감을 생각해보라. 그것을 알기에 <ss501 sos>는 경계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감출 때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청자가 게임 룰의 비밀을 공유한다면 남는 것은 피범벅된 불쾌한 기억뿐이다. 그래서 <ss501 sos>는 윙크를 보낼 수도 없다.
우리는 짜고 치는 고스톱인 줄 뻔히 알면서도 프로레슬링에 열광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영화에서 사람이 죽으면 울음이 나온다. 게임의 룰을 알고 있으면서도 번번이 감정은 속고 마는 것이다. 재미는 게임의 룰 자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알려지지 말았으면 하는 게임의 룰이라면 더욱더 재미없다.</ss501></ss501></ss501></ss501></ss501></ss501></ss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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