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신정일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주말에 차를 타고 강원도로 떠날라 치면 짜증부터 인다. 꽉 막힌 한강변 도로. 교통방송을 들어봐도 해결책은 없고, 창 밖의 강은 천박한 욕망이 만들어놓은 구조물로 헐떡인다. 우후죽순 솟은 전원주택과 카페, 러브호텔 그리고 강가를 가로막은 4차선 도로까지. 신정일은 차에서 내려 걸었다. 시속 100km의 꽁무니를 쫓아 5km로 걷는 그는 장 루슬로의 시를 떠올린다.
1300리 한강을 걸으며 신정일이 길어낸 명제는 ‘욕망의 강’이다. 한때 섬이었던 잠실, 북적였던 목계나루 등 한강의 역사를 세심히 살펴보다가 자본주의의 욕망이 들끓는 현재와 대비시킨다. 만신창이가 된 한강을, 나는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늦저녁 불을 밝힌 유람선이, 석양녘 63빌딩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건만, 그 아름다움 이상의 가치는 압축 근대화 과정에서 무참히 짓밟혔다. 천천히 걸으면 사물의 내력이 보이는 법. 옛날 사람들의 속도로 한강을 걸으니, 잃어버린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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