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신정일 지음, 생각의나무 펴냄)
주말에 차를 타고 강원도로 떠날라 치면 짜증부터 인다. 꽉 막힌 한강변 도로. 교통방송을 들어봐도 해결책은 없고, 창 밖의 강은 천박한 욕망이 만들어놓은 구조물로 헐떡인다. 우후죽순 솟은 전원주택과 카페, 러브호텔 그리고 강가를 가로막은 4차선 도로까지. 신정일은 차에서 내려 걸었다. 시속 100km의 꽁무니를 쫓아 5km로 걷는 그는 장 루슬로의 시를 떠올린다.
1300리 한강을 걸으며 신정일이 길어낸 명제는 ‘욕망의 강’이다. 한때 섬이었던 잠실, 북적였던 목계나루 등 한강의 역사를 세심히 살펴보다가 자본주의의 욕망이 들끓는 현재와 대비시킨다. 만신창이가 된 한강을, 나는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늦저녁 불을 밝힌 유람선이, 석양녘 63빌딩이 아름답다고 생각했건만, 그 아름다움 이상의 가치는 압축 근대화 과정에서 무참히 짓밟혔다. 천천히 걸으면 사물의 내력이 보이는 법. 옛날 사람들의 속도로 한강을 걸으니, 잃어버린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광고
한겨레21 인기기사
광고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파면 이틀째 ‘관저정치’ 중…“대통령 아니라 집단 보스”
윤석열, 오늘은 나경원 1시간가량 독대 “고맙다, 수고했다”
윤석열 파면 직후 대선 승리 다짐한 국힘…“뻔뻔” “해산해야”
“주가폭락에 퇴직연금 증발 중…트럼프는 골프 중” 부글대는 미국
‘탄핵 불복’ 이장우 대전시장, 윤석열 파면 뒤 “시민 보호 최선” 돌변
‘윤석열 파면’에 길에서 오열한 김상욱 “4월4일을 국경일로”
이재명, ‘대장동 증인 불출석’ 과태료 처분에 이의 신청
기쁨 담아 나부낀 색색깔 깃발들…“이제 사회 대개혁으로”
세계가 놀란 ‘민주주의 열정’, 새로운 도약의 불꽃으로
“이제 전광훈 처벌을”…탄핵 기각 대비 유서 썼던 목사님의 일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