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기자
매번 내가 검정색 옷을 입거나, 혹은 성깔을 부릴 때, 혹은 뭔가에 대해서 뭔가 의견을 말할 때 미국 사람들은 항상 말하지. “와, 정말 프랑스적이야. 너무 귀여워.” 으! 그런 거 정말 짜증나. (1995) 중에서
파리 신드롬이란 게 있다. 미라보 다리 아래 흐르는 센강의 정취를 예상한 관광객들이 파리의 실태를 보고는 정신적 충격으로 몸져눕는 현상이다. 심지어 한 일본인 중년 관광객은 지저분한 파리의 거리에 놀라 “파리를 청소하자!”고 소리치며 돌아다니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별로 특별한 케이스도 아닌 모양으로, 1년에 스무 명 정도의 일본인이 파리에서 정신적 공황을 경험하고, 그중 네댓 명은 본국으로 송환당한다고 한다. 나는 운좋게도 파리를 세 번 갔다. 갈 때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개똥은 못 봤으나 새똥은 어디에나 있었다. 돈을 쓰고 간다 유세를 해도 점원들은 모골이 송연할 만큼 불친절했고, 근사한 옷을 입은 파리지앵들의 머리는 모조리 떡져 있었다. 물론 나로서는 그게 바로 파리의 매력이었지만, 깔끔이 일본인들의 공황 상태도 이해는 간다. 그나저나 파리 신드롬만 있는 건 아니다. 아는 영국인 친구는 윌리엄 깁슨의 전설적인 사이버펑크 소설 의 무대인 일본 ‘지바’에 가고 싶어했다. 말리는 나를 뒤로한 그는 결국 도쿄 옆 촌동네인 지바에 갔고, 사이버펑크 미래도시는커녕 크레디트 카드를 받는 상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망연자실 하루 반을 쫄쫄 굶은 채 도쿄로 탈출했다. 그와 나는 그걸 ‘지바 신드롬’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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