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기자
<font color="darkblue">투표는 이 나라의 대중적 아편이다. 4년마다 사람들은 진짜 고통을 둔화시킨다. </font>
(Reds·1981) 중에서
나처럼 축구가 주는 희열에 둔감한 사람에게 월드컵이라는 행사는 재앙에 가깝다. 축구(蹴球), 영어로는 풋볼(Football), 미국어로는 사커(Soccer)라고 불리는 이 구기 종목은 무엇인가. 근육질의 남자들이 바람을 집어넣어 만든 직경 70cm의 400g짜리 가죽 덩어리를 발로 몰아다가 그물과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상대편의 진영에 쏙 집어넣고 잔디밭에서 굴러대는 2시간짜리 스포츠가 아닌가.
다 큰 사내들이 좋아죽겠다고 꺄륵거리며 잔디밭을 구르는 모습이 좀 재밌기는 하지만, 흥미 없는 구기 종목 대표들이 월드컵에 나가건 월드콘을 먹건 별 관심은 없다. 다만 국가적·개인적 자존심을 걸고 레밍처럼 달려가는 몇천만 동포를 비난하는 일은 올해부터 그만두기로 했다. 시청 앞 빌딩의 흉악한 광고도, 센스라고는 없는 붉은 악마 티셔츠도, 소름 끼치게 징그러운 꼭짓점 댄스도, 다 참기로 마음먹었다. 향정신성 의약품 관리법에 걸리지 않는 합법적이고 대중적인 아편의 복용을 막을 길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들 즐기시라.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신 노란당 여러분도, 아파트값 떨어져서 마음 답답한 강남 아주머니들도, 판교 당첨되었으나 돈 구할 길 막막한 셋방살이 아저씨도, 졸업장 따고도 취직 못해 울상인 학생 여러분도. 월드컵 아편굴은 매년 열리는 게 아니랍디다. 모두 함께 오! 필승 코리아! 오헤헤오에! 헤!헤!헤!(주의! 월드컵 아편의 지속성은 짧습니다. 악효가 떨어지는 순간 현실은 악몽처럼 다가옵니다. 4강에 들어도 취업률과 선거 결과와 통장 잔고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금단 현상에 미리미리 대비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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