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씨네21> 기자
‘오른손, 왼손’이라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그건 선과 악의 이야기야. 오른손은 사랑의 손. 한 손은 언제나 다른 손과 싸우지. 왼손은 훨씬 사악해. 그래서 오른손이 완전히 진 것처럼 보이지. 그러나 기다려봐. 오른손이 반격을 해. 예! 그는 왼손을 로프에 기대고 있어. 맞아. 그는 쓰러졌어. 왼손은 사랑에 의해 KO패 당했다구.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중에서
외할머니는 왼손잡이를 왼손빼이라고 불렀다. 선생들은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불렀다. 자꾸 왼손으로 연필을 쥐는 나를 할머니와 엄마와 선생들은 다그쳤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왼손잡이로 태어난 내가 초등학교부터는 오른손으로 글씨를, 그것도 꽤 잘 쓰는 축에 속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지금 나는 왼손잡이도 아니고 오른손잡이도 아닌 어중간한 손잡이가 되었다.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고 악수를 하고, 왼손으로 밥을 먹고 그림을 그린다. 가끔은 어떤 손을 쓸지 망설이기도 한다. “오늘은 오른손이 뻐근하니 왼손으로 메모를 할까.”
왼손잡이의 평균수명이 9년이나 짧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릴 때는 놀림을 받다가, 성장 뒤에는 알레르기나 우울증 등의 육체적·정신적 손상을 입기가 쉽고, 그로 인해 오른손잡이에 비해 수명이 9년 정도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하지. 이슬람교도들이 왼손을 쓰는 방식 같은 문화·역사적 기원은 존중하고 넘기더라도, 왼손잡이에 대한 탄압이 사라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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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언제부터 왼손잡이를 ‘악의 종’이라고 공공연히 일컫는 짓을 멈추었는가. 일본과 한국에서는 반세기 전만 해도 왼손잡이를 이유로 시집온 여성을 쫓아내거나 이혼장을 내밀 수 있었다. 마오리족은 제사에 사용할 베를 왼손으로 짠 여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다. 지구에 똑같은 피부색을 가진 단 하나의 민족만이 살고 있었다면, 지금쯤 왼손을 쓰는 내 선조들은 만주 즈음에 설치된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하셨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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