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훈 <씨네21> 기자
언제나 내 옆에 있어. 기억해주세요, 멋있는 그 이름을.
태어난 마을을 멀리 떠나더라도. 잊지 마세요, 그 마을의 바람을.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들에 대한 공포심이 심했던 나에게 매년 봄의 등굣길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노르망디 해변이었다. 왜 그리도 제비들이 많았을까. 좁고 기다란 국민학교 담길은 낮게 날아다니는 제비들 천국이었다.
담 옆으로 흐르는 도랑에는 날파리들이 가득했고, 집집마다 처마 밑에 제비 한 가족 둥지 틀고 살던 시절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제비 따위 없어졌으면 좋겠어. 전방에서 제비 한 마리가 슬라이딩을 시작할라치면 나는 속으로 제비를 저주하며 눈을 질금 감았다. 애들 사이에서는 누가 배드민턴채로 제비를 맞혔더라는 무용담이 매일같이 돌고 돌았다. 하지만 나는 배드민턴채로 제비의 머리를 부숴버릴 만큼 담이 크거나 잔인한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멋지게 장애물을 피해 슬라이딩을 하는 제비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된 지금은 등굣길 제비들이 꽤나 그립다. 사시사철 붉은 제비를 볼 수 있었던 우체국 간판도 곧 사라질 모양이라니 말이다. 우정국에 따르면 편지의 이미지가 강한 제비 로고를 정보기술(IT) 시대에 맞춰 바꿀 예정이란다. 이제 제비들이 갈 곳은 어디런가. 자연 파괴로 말미암아 인간으로 변신해 살아가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의 너구리들처럼 제비들도 강남의 카바레에서 사모님을 보필하며 연명하는 게 아닐까. ‘겁에 질린 꼬맹이들 놀려주던 옛날이 좋았지. 배드민턴채 피해가며 담력 시험하던 그때가 재미있었지’ 하고 옛 무용담을 안주 삼아 자기들끼리 소주도 한잔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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