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지음, 다산초당 펴냄)
백석의 밤에도 눈이 푹푹 날리고, 우리의 밤에도 눈이 오지게 내렸다. 백석의 나타샤는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하지만, 우리의 나타샤는 침이 흥건한 노래방 마이크처럼 끈끈하고 슬프다. 이런 밤에, 백석은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자고 외쳤지만, 우리는 그만 스키장으로 변한 도로에 갇혔다. 그래서 응앙응앙 우는 흰 당나귀 소리 대신 초조해 미칠 것 같은 경적 소리를 듣는다. 학창시절, 백석의 시는 그가 늘 동경하고, 때로는 모방한 러시아 시인들보다 무게가 없고 감상적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 어린아이 같은 시인에게 뭔가 애틋한 것이 있음을 느낀다. 그건 나이가 들수록 백석의 밤에서 멀어지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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