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카레닌과 연결시키고 있는 사랑은
그녀와 토마스 간에 있는 사랑보다 더 낫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지음, 송동준 옮김, 민음사 펴냄)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고양이가 죽는 꿈을 꿨어.” 새벽 4시, 아내가 잠에서 깨어 내게 말했다. 그러곤 조금 울더니 이런 말을 덧붙였다. “식혜가 먹고 싶어.” 나는 보슬비에 얼어 서걱거리는 낙엽들을 밟고 편의점에 가서 캔 식혜 두 개를 샀다. 문득, 아내에게 고양이의 부재는 나의 부재보다 고통스러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자신의 개 카레닌의 죽음을 지켜보는 테레사가 떠올랐다. 공산주의가 ‘키치’로 변해버린 저속한 세계에서 테레사의 카레닌에 대한 사랑은 유일하게 몰아적이고 자발적이다. 세계의 끝에 서 있는 테레사에게 그 사랑은 세계의 시작이다.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내 ‘동물애호가’ 아내의 손에 들려 있는 캔 식혜를, 그녀의 경쾌하게 움직이는 목젖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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