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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이미자를 만나볼까요

등록 2005-10-14 00:00 수정 2020-05-03 04:24

‘2005 아시아문학축제’의 가수와 문인들이 들려주는 시와 노래
공통의 기억 찾아나선 한국·터키·베트남·몽골·필리핀의 작가들 모여 토론도

▣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일본이 우리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라면, 아시아는 우리에게 그저 ‘먼 나라들’일 뿐이다. 우리는 미국·유럽·일본의 영화를 보고, 그들 나라말로 된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그들이 즐겨 듣는 유행가를 따라 부르지만, 그 밖의 아시아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무지하다. 우리는 몽골·타이·베트남·인도네시아·터키어로 쓰인 소설과 시를 읽은 적이 없고, 그들이 즐겨 부르는 유행가도 알지 못한다. 일본을 뺀 아시아는 싼값에 해외 구경이 가능한 여행지이자, 자동차·반도체·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등을 마음껏 내다팔 수 있는 시장으로 대상화된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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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탄호아, 몽골의 바이살랑 주목

방현석 ‘아시아문화네트워크’(네트워크) 운영위원장(소설가)은 “아시아와 한국 사이에 놓인 벽을 허물기 위해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10월16일 오후 5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야외극장 별맞이터에서 ‘주한 아시아인과 함께하는 음악 축제’를 열 예정이다. 음악 축제는 네트워크가 10월14일부터 6일 동안 여는 ‘2005 아시아문학축제’의 주요 행사로 기획됐다.

음악 축제는 두 가지 순서로 구분된다. ‘한국의 소리’를 통해 한국에 사는 아시아인들에게 우리 음악을 소개한 다음, ‘노래로 읽는 아시아의 시’을 통해 아시아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시와 노래를 우리말로 번역해 들려준다.

김남일 아시아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소설가)는 “이를 위해 아시아의 유명 가수와 문인들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초청 대상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베트남의 이미자’로 꼽을 만한 국가 인민가수 탄호아, 가수 당즈엉, 배우 짜장, 2003년부터 3년 연속 몽골 최고 젊은 가수상을 수상한 바이살랑, 몽골 전통가요를 부르는 네르기 등이다. 이 가운데 짜장은 맹렬한 반전 운동가였던 미국 배우 제인 폰다와 미군의 하노이 폭격 중단을 요청해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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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연에서 연주되는 곡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노래 <오늘 하루>(도종환), <그대를 만나기 전에>(안도현)를 포함해 <관호 강가에 있는 사랑>(베트남), <초원의 내 고향이여>(몽골), <사랑이란 무엇일까>(필리핀), <작은 아가씨>(필리핀) 등이다. 한국에서는 가수 장사익씨와 손병휘씨가 무대에 올라 이들을 맞는다.

방현석 운영위원장은 “최근 불어닥친 한류 열풍으로 우리 대중문화가 아시아에 전달되고 있지만, 문화는 일방적일 때 곧 썩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서로 부단히 소통하고 동질성을 확인하려는 아시아 문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 10월15일부터 3일 동안 한국과 터키·베트남·몽골·필리핀·타이·인도네시아 등의 작가들이 모여 아시아 문학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네트워크는 이에 앞서 지난 6월 베트남·타이·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을 돌며 ‘한국문학 아시아 순회특강’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그 문학적 소통의 장을 한국으로 옮겨온 것이다. 지난 행사에서 아시아 작가들은 “서구는 이해할 수 없는 아시아 사람들의 공통의 기억 속에서 다음 세계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의견을 모은 바 있다.

10월17일에는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에서 아시아와 한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심포지엄 ‘아시아 문학의 현재를 말한다’를 열어 축제를 정리한다. 몽골 시인 남발푸래브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은 예로부터 서구는 이해하지 못할 많은 사회문화적 경험을 공유해왔다”며 “아시아 문인들이 마주 볼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는 문학으로 아시아에 말 걸기에 나선 작가들의 모임들인 아시아문학연구소, 아시아문화자료실, 아시아문화의집 추진모임 등을 확대 통합해 지난해 4월 출범했다(02-78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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