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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라사대] 모든 것이 보여지는 그대로는 아니다

등록 2005-09-09 00:00 수정 2020-05-03 04:24

▣ 김도훈/ 씨네21 기자

모든 것이 보여지는 그대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스스로를 지구에서 가장 똑똑한 존재라고 여겨왔다. 사실은 세 번째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구에서 두 번째로 똑똑한 동물은, 물론 돌고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중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의 가장 거대한 농담 중 하나는, 인간(Human Being)이라는 게 사실은 별 볼일 없는 존재라는 거다. 일리가 있는 농담이다. 인간은 바퀴를 만들었고, 석유를 발견했고, 자동차를 발명했으며, 날개도 달았다. 허나 오만불손한 인간의 행동반경은? 기껏해야 1년 휴가의 며칠을 외국에서 보낼 뿐, 대다수의 인간은 평생을 좁디좁은 집에서 보내다 죽는다. 고래의 삶은 다르다.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그들의 생애는 대양의 너비와 깊이를 아우른다. 게다가 대부분의 고래들이 음파를 탐지해서 이동하고, 그것으로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다고 믿어지고 있다. 이 거대한 외로운 존재들은 수만km 떨어진 또 다른 외로운 존재를 찾아 조용히 부유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원래 고래는 지상에서 사는 포유류였다고 한다. 대체 왜 그들은 4500만년 전에 다시 바다로 돌아갔던 것일까. 그들은 혹시, 겨우 세 번째로 똑똑한 원숭이들에게 일어날 무식한 진화의 본새를 예견했던 것은 아닐까. 그 꼴이 보기 싫어 일찌감치 바다 속으로 숨어들어간 현자는 아닐까. 모든 것이 보여지는 그대로는 아니다. 예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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