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artini. Shaken, not stirred.” 마티니, 젓지 말고 흔들어서. <007> 중에서
▣ 김도훈/ <씨네21> 기자
남자들에게는 ‘단 30초 만이라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마초가 되고 싶은 판타지가 있다(고 믿고 있다). 일단 멋진 마초가 되려면 (미남은 아니어도) 근사한 눈빛이 있어야 하고, (몸매에 상관없이) 슈트가 휘감기는 스타일에, (이왕이면 비키니를 입은) 미녀들이 끊임없이 주위를 맴돌며, (이건 덤이지만) 가슴에 털도 조금 있어야 한다. 물론 항상 마시는 칵테일을 최대한 까다롭게 주문해주는 정도의 센스! 그래, 안다. ‘정치적 공정성’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는 알겠는데, 사람 속내가 항상 정치적으로 담백할 수만은 없지 않나. 다만 나이를 먹으니 느끼해야 할 판타지마저 점점 구려지고 해서 ‘멋진 한국형 마초’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현실적 롤모델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런 게 어디 있나. ‘멋진 수컷’ 혹은 ‘근사한 마초’라는 건 대개 한 가지 단어와 일맥상통하더라. 아저씨. “소주. 폭탄 말고 맥주잔으로”라고 외치는 껍데기집의 저 아저씨들도 젓지 않고 흔든 마티니를 가끔은 꿈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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