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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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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뉴스를 저격하라

등록 2005-04-27 00:00 수정 2020-05-03 04:24

미디어 비평가 변희재씨 ‘안티 포털’ 사이트 개설…황색 저널리즘 선도하는 막강 권력에 도전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인터넷 언론의 원조격인 <대자보>와 정치칼럼 웹진을 선도하던 <시대소리>가 새로운 뉴스 공급원을 자처하며 2003년 12월 말에 창간한 <브레이크뉴스>. 창간 초기에 편집국장을 맡았던 미디어 비평가 변희재씨는 ‘인터넷 환경을 적극 받아들여 독자와 함께 뉴스를 분석하고 비평하는 언론’을 꿈꾸었다. 하지만 독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3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어 새로운 도약을 꾀하는 듯했다. 그것으로 인해 변씨가 자신을 통제하는 ‘권력자’를 만나게 되고, 급기야 편집국장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포털에 의존하려던 변씨의 대변신

요즘 변씨는 <당신은 포털에 지배당하고 있다>(가제)라는 책을 준비 중이다. ‘포털 뉴스를 잡는 사람이 세상을 얻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유포되는 시기에 ‘포털의 저격수’로 나선 셈이다. 이미 지난 3월23일 영화평론가 이문원씨, 대중음악평론가 조현우씨 등과 함께 ‘안티 포털’(www.antiportal.net) 사이트를 열어 차츰 포털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그의 변신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브레이크뉴스를 포털에서도 읽는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고, 누리꾼(네티즌)들의 눈을 사로잡는 기사를 포털 뉴스 메인 화면에 올리려고 발버둥치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이 포털에 ‘의존’하려던 변씨를 포털을 잡으려는 사람으로 변신하게 했을까. 그것은 포털 뉴스의 절대적 영향력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포털 뉴스 미디어다음·네이버뉴스 등은 매일 신문과 방송·전문지·인터넷 언론 등이 제공하는 1만여건의 뉴스를 편집해 내보낸다. 이들은 직접 뉴스를 생산하기도 한다. 미디어다음의 경우 별도의 취재기자 8명이 현장을 누비고 1천여명의 통신원을 두고 있다. 인터넷 광고 전문업체 나스미디어가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견줘 한국온라인신문협회(아래 온신협)에 속한 신문사 사이트를 이용하는 비율은 10.3%에 지나지 않았다.

애당초 인터넷 관문 구실을 하던 포털 사이트가 뉴스 서비스에 나선 것은 검색 기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기존 매체에서 기사로 작성하면서 걸러낸 정보가 누리꾼을 사로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통령 선거, 탄핵 국면, 총선, 행정수도 이전 등의 사회적 이슈를 부각시켜 뉴스에 열광하는 문화를 형성하기도 했다. 여기에 댓글로 쌍방향 소통을 꾀하며 다양한 관점의 기사를 한데 제공하는 것도 장점에 속했다. 네이버뉴스 박선영 뉴스팀장은 “포털이 새로운 뉴스 서비스 유통 방식으로 자리잡은 게 사실이다. 뉴스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적절히 분류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한다.

만일 포털 뉴스가 정보의 유통 창구 구실에 그친다면 변씨 같은 포털 저격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뉴스 소비 행태가 포털로 옮아가면서 저널리즘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데 있다. 이는 포털 뉴스의 메인에 오르는 기사들이 자극적 제목을 달고 있거나 연성화되는 양상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14일 통신기자협회가 연 ‘포털 이후의 언론’이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서강대 원용진 교수(방송)는 “포털 저널리즘에 시비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털 뉴스에 오르는 헤드라인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럼에도 무슨 기준으로 메인에 올렸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파파라치 저널리즘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보수언론의 ‘독자 길들이기’를 막으려고 ‘안티 조선’의 깃발을 들었던 변씨 역시 포털의 구미를 생각하며 기사를 생산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인터넷 언론은 포털에 뉴스를 공급하면서 기자 1인당 하루에 5건 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 역시 촌음을 다투는 속보에 혈안이 되면서 분석은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설령 심층 분석을 했다 해도 노출도가 떨어지는 자리에 놓였다. 기자가 보도자료나 가다듬는 정보 가공업자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탓에 요즘 인터넷에서 인기를 누리는 ‘떨녀’가 탄생했는지도 모른다. 떨녀는 연예기획사로 추측되는 ‘기획PR’라는 이름으로 제공한 보도자료를 통해 포털 뉴스에 올랐다.

그렇다면 전체 저널리즘의 지형을 바꿀 정도로 성장한 포털 뉴스는 어떤 식으로 변모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미디어 전문가들의 판단은 ‘견제와 비평을 주고받는 저널리즘 문화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원용진 교수)는 지적에서 ‘뉴스의 권위를 무너뜨린 사회악이니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웹칼럼니스트 이강룡씨)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물론 안티 포털을 표방한 변씨의 생각은 포털 뉴스 무용론에 가깝다. “재벌의 언론사 소유를 비판하면서 온라인 대기업의 언론 사업을 방치하는 것은 모순이다. 포털 뉴스는 뉴스의 가치를 분류하고 편집에 나서는 만큼 명실상부한 언론 구실을 하면서 뉴스로 사업 확장을 노린다.”

일단 언론사들은 신문시장이 급격한 위기를 맞으면서 온신협을 통해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 뉴스시장을 언론사 중심으로 이동시키고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여기엔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포털 속으로 들어가 콘텐츠 공급자(CP)로 전락한 것에 대한 반성의 의미도 담겼다. 온신협은 지난해부터 뉴스 ‘아카이브’(집적·보관소)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아쿠아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기존 언론사 중심의 새로운 포털 뉴스 사이트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포털 뉴스에서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언론사의 브랜드를 되찾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이를 위해 제목과 링크만 주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서버 확충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부에선 포털에 기사를 공급하지 않는 방안을 내놓기도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지적이다. 특정 언론사가 뉴스 공급을 중단해도 포털의 뉴스 서비스를 채울 방법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스포츠신문들이 콘텐츠 사용료 정상화를 요구하다 기사 공급을 중단(이후 파란닷컴에 뉴스 공급)했을 때 기존 포털이 ‘포털 의존 언론’이라 불리는 노컷뉴스·조이뉴스24 등 인터넷 언론을 통해 기사를 공급받은 경험도 있다. 미디어다음 최정훈 뉴스팀장은 “지금의 논란은 포털 뉴스가 유력한 서비스 유통 채널로 자리잡은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채널이 흐름을 주도할지 모른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문과 포털이 뜻을 모으면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포털 5개사 ‘뉴스 공동 기준’ 준비 중

아무리 변씨를 비롯한 미디어 비평가들이 포털 책임론과 안티 포털 등을 지적해도 포털의 지위가 하루아침에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다만 포털이 인격권과 사생활 침해, 선정성 등에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포털 5개사(다음커뮤니케이션즈, NHN, 엠파스, 야후코리아, KT)는 ‘포털 뉴스 운영과 편집에 대한 공동 기준’을 마련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 안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다양한 시각 제공, 인격권과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기사 지양, 건전한 인터넷 댓글로 네티켓 정착, 실시간 소통 쌍방향 뉴스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어쩌면 포털과 신문의 상생 혹은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 ‘황색 저널리즘’이라는 지적에도 무소불위의 영향력에 안주하던 포털 뉴스가 사회적 책임론에 귀기울이고, 뉴스 서비스 전략을 방기하다 포털의 입맛에 따르던 기존 언론이 온라인에서 활로를 찾으면서 또 다른 관계를 모색하는 것이다. 우연인지는 몰라도 변씨의 안티 포털 개설 1개월 만에 포털 뉴스는 황색의 때를 지우려고 한다. 또 다른 권력의 냄새를 풍길지 몰라 6개월 시한부로 등장한 안티 포털. 이 기간에 포털로 이동한 미디어의 중심이 흔들리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일단 변씨는 <당신은 포털에…>를 펴내면서 전선을 확대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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