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마다 열리는 소극장 떼아뜨르 추의 뮤지컬 수다방에 놀러가다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서울 홍익대 앞 소극장 ‘떼아뜨르 추’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놀이터 주변에 있다는 말을 듣고 무턱대고 누볐다가는 약속 시간을 맞추지 못하기 십상이었다. 외진 골목길로 접어들어 길이 있을까 하면서 걷다 보니 떼아뜨르 추가 눈앞에 다가왔다. 알 만한 사람은 아는 곳이었는지 공연 시간을 10여분 남긴 시각에 지하 출입구 주변에 사람들이 빼곡했다. 예닐곱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도 눈에 띄었고(나중에 알았지만 출연자의 아들이었다), 간만에 만난 출연자의 팬클럽 사람들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사회자 입담에 배우들 뒷 얘기 술술
지난 11월 초 '뮤지컬 이야기쇼, 이석준과 함께’(아래 이야기쇼· http://iyagishow.com)라고 쓰인 명함을 우편으로 받았다. 뮤지컬이면 뮤지컬이고 이야기면 이야기이고 쇼면 쇼지, 뮤지컬 이야기쇼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뮤지컬 이야기를 쇼로 보여준다는 것인지…. 첨부된 자료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뮤지컬과 이석준의 이음새가 대충 보이기는 했다. 지난 10월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야기쇼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어렴풋이 뮤지컬 배우가 출연해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쯤으로 짐작했다. 매주 월요일 저녁 8시에 이야기쇼가 열리는 떼아뜨르 추의 지하 공연장에 가는 수밖에 없었다. 공연장 입구에 쭈뼛쭈뼛 서 있다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계단에 앉아 있던 회사원 김성주씨에게 공연에 대해 물었다. 그는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해서 무대 안과 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라고 쇼에 빠진 이유를 말한 뒤 “뮤지컬 관람료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떼아뜨르 추는 객석 수가 80여석에 불과한 소규모 공연장이었다. 공연계의 ‘빨간날’에만 이어지는 이야기쇼. 이날도 어김없이 이석준씨가 이야기쇼의 진행자로 나왔다. 그는 지난 4월에 시작된 공연이 30회째를 맞았다며 제작진이 목표로 삼은 100회 공연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뮤지컬 배우 박해미씨가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다. 소규모 극장보다 가까운 곳에서 뮤지컬 에서 도나로, 에서 도로시로 분한 박해미씨, ‘당당함이 매력적인’ 그를 만나는 것이었다.
이야기쇼는 배우와 관객이 만나는, 어디서 본 듯 만 듯한 자리였다. 형식은 낯익고 내용은 색다른 탓이다.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하기에 ‘공연’은 막간을 이용해 펼쳐진다. 최근엔 박해미씨를 비롯해 뮤지컬 에서 유령으로 분한 유영석씨와 뮤지컬 음악감독 구소영, 전방위 배우 김성기씨 등이 진솔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이야기쇼라고 해서 대담과 노래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출연자가 결정되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출연자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내밀한 발언을 동영상으로 ‘따’온다.
사실 관객들이 뮤지컬 배우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설령 방송 화면에 등장해도 정해진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와 달리 이야기쇼는 ‘날것’의 매력을 뿜어낸다. 가난한 날들을 ‘간증’처럼 들려주는 유영석을, “슬프게도 외양만 여자지 내면은 남자예요”라고 말하는 박해미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이야기꾼 이석준씨 곁의 배우들이 슬며시 무장해제를 당하는 탓이리라. 이야기쇼는 특별 상영회를 연다. 서울 대학로 창조 콘서트홀에서 12월13일에 배우 조승우씨 편(10회)을, 27일에 음악감독 박칼린씨 편(20회)을 영상물로 공개한다.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받는 사람: 대통령님♥’…성탄 카드 500장의 대반전
서태지 “탄핵, 시대유감…젊은 친구들 지지하는 이모·삼촌 돼주자”
한덕수, 내란 엄호 논리로 쌍특검법 거부…정국 불안 고조
15년 전 사별 아내 이야기에 울컥…고개 숙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승환·예매자 100명, 대관 취소 구미시장에 손배소 제기한다
메리 ‘퇴진’ 크리스마스…광화문 시민들이 바란 성탄선물은
[영상] 이재명 “한덕수 또다른 국헌문란 행위, 반드시 책임 물을 것”
허락 했을까요 [그림판]
구미 공연 취소된 이승환에…강기정 시장 “광주서 합시다”
[단독] 입법조사처 ‘한덕수, 총리 직무로 탄핵하면 151명이 정족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