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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포커스] 문화수도 ‘빛고을’이 밝아온다

등록 2004-09-16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darkblue">정치적 우여곡절 끝에 ‘원년선포식’… 연구개발 · 교육적 기능 넘어 광주를 아시아네트워크의 진지로 </font>

▣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국론 분열’ 양상까지 빚어가며 논란을 일으켰던 행정수도 이전계획과 아울러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이었던 ‘문화수도’ 계획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9월10일 오전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리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엔 ‘문화수도 원년 선포식’이라 적힌 펼침막이 붙었다. 올해 10돌을 맞은 광주비엔날레의 시작에 맞춰 문화수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정부 차원에서 재확인하고 이에 대한 광주시의 희망과 기대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본래 올해 초로 예정됐던 문화수도 원년 선포식이 8개월이나 늦춰진 까닭은 그동안 서울과 광주의 정치 지형이 요동쳤기 때문이다. 1월29일 열리기로 한 원년 선포식은 당시 현대 비자금 사건에 얽혀 재판 중이던 박광태 광주시장이 법정 구속되는 바람에 하루 전에 전격 취소됐다. 대통령 직속의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위원장 송기숙·이하 조성위)와 문화관광부 산하 문화중심도시조성추진기획단(단장 이영진·이하 기획단)도 올 초 출범했으나 곧이어 대통령이 탄핵되는 바람엔 임명장을 줄 사람이 없어 송기숙 위원장조차 ‘내정자’ 신분을 벗어나지 못하다 7월1일에야 위촉장을 받았다.

시장 구속 · 탄핵 정국에 8개월 늦춰져

정치적 결단으로 시작해 역시 정치적 조건 때문에 하루이틀 지연되던 사업은 9월 들어 활기를 띠게 됐다. 9월9일엔 각 부처의 장관과 민간 위원들이 참여한 조성위 회의가 처음으로 열려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예정터를 확정했고, 이날 오후 광주시청엔 기획단 광주사무소 개소식이 열렸으며 이튿날엔 문화수도로서의 정체성을 선포했다.

현재로선 가장 가시적인 사업이자 문화수도의 거점이 되는 프로젝트는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이다. 터 선정을 놓고 중외공원 일대와 금남로가 최종까지 유력 예정지로 경합을 벌이다 금남로로 최종 확정됐다. 2005년 이전 예정인 금남로 전남도청과 상무회관·노동청 등을 합해 2만4500여평의 터에 지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2010년 완공 예정)에는 토지 매입비 2600억원을 포함해 모두 67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광주민중항쟁 당시 마지막까지 시민전사들이 피를 흘렸던 전남도청 터에 세울 아시아문화전당은 폭력의 상처를 문화의 향유와 생산으로 씻어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곳은 기존의 전시·공연 위주의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연구개발과 문화 향유, 더 나아가 교육적 기능과 아시아 네트워크의 진지를 구축한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아시아문화원엔 영상박물관·영화관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 국제 문화정보의 교류의 축이 될 아시아문화도서관과 연구원이 들어서며 △아시아예술원에는 아시아 공연예술을 선보이는 이벤트홀과 예술에 멀티미디어 기술의 결합을 실험하는 예술 스튜디오가 자리잡고 △교육문화원은 놀이, 문화, 인문, 과학, 예술의 종합 체험이 가능한 어린이교육문화 체험지식박물관과 교육문화콘텐츠개발원 등으로 구성된다. 즉, 아시아 문화의 생산 공장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장소, 아시아 예술가·장인들의 네트워크·작업장으로 가꾼다는 것이다. 기획단은 아시아문화전당의 프로그램과 설계 방향 등에 대한 용역 연구가 마무리되면 올해 말께 설계지침을 발표하고 현상공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문화생산 · 정보교류 · 교육의 ‘핵’으로

그동안 광주에선 문화중심도시라는 정답 없는 청사진 앞에서 모델을 앞에 두고 저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광주시 의뢰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작성한 용역보고서(광주 문화수도 육성을 위한 문화환경 연구)에선 사업을 추진하려면 당초 제시한 2조원보다 세곱절에 가까운 5조8천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는가 하면 조성위와 기획단쪽에선 먼저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그 전에 예산과 기간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은 어렵다는 자세였다. 용역을 발주하는 기관도 따로따로인데다 추진 방법과 기간에 대한 의견도 확연히 달라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킨 것이다.

지역 여론도 갈렸다. 대선기획용으로 시작됐다 하더라도 광주가 이런 국책사업을 벌이는 것은 좋은 기회이니 이를 이용해 지역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과, 문화도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건물이나 짓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전망이었다.

또 광주지역 문화예술계쪽에서도 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과 같은 하드웨어를 거점으로 사업을 벌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과 그 전에 문화예술 육성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넓히고 민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여기에 ‘문화수도’ ‘문화중심도시’라는 이름을 섞어 쓰면서 기대 수준도 들쑥날쑥이었다. 지난 4월 광주지역 예총 회원들이 문화수도라면 당연히 예산집행력이 있는 문화관광부가 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서명운동을 벌인 것은 그러한 견해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문화전당 터가 정해지고 문화수도 선포식이 열린 것은 불안과 기대가 엇갈리던 여론을 잠재우고 동력을 받아 힘있게 추진해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조성위 김만곤 비서관은 “본래 문화중심도시 계획은 광주시가 그동안 자체적으로 준비해온 ‘빛과 생명의 문화광주 2020프로젝트’에서 단초를 얻었다. 그동안 정국이 어수선하여 정치적 타협이 잘 안 되는 지점이 많았지만 사실상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은 이제 한나라당·민주당·열린우리당 모두 이견이 없는 것 아닌가. 이번에 중앙정부와 광주시가 긴밀히 호흡을 맞출 수 있는 토대를 닦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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