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드렁큰 타이거 · 바비킴 등 힙합 공동체 ‘무브먼트’ 부상… 자유를 추구하는 ‘랩’ 정신 대중 속으로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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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9월10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 문화방송 리허설이 한창이다. 래퍼들의 무리 속에서 타이거JK가 치고 나온다. “옆구리를 막 비트는 이 비트를 받아치는 운율을 내뱉을 때는 느끼게 돼 나의 기쁨.” ‘ㅂ’과 ‘ㅌ’의 말맛이 달리면 친구들이 받아친다. “술에 취하는 이 노랜 Drunken 술병에 숟가락 Liquor Shots.”(드렁큰 타이거의 〈Liquor Shots〉 중) 드렁큰 타이거(타이거JK·DJ샤인), 다이나믹 듀오(최자·개코)와 바비킴, 다섯 사람이 신나게 판을 벌인다.
진짜 랩은 없고, ‘힙합풍’만 인기?
맛깔스런 랩을 들려주는 이들은 모두 ‘무브먼트’ 친구들이다. 소속사는 달라도 함께 음악을 해온 이들은 하나의 힙합 ‘패밀리’다. 이들 외에도 리쌍·에픽하이·T(윤미래)·은지원·션2슬로우·TBNY 등이 ‘무브먼트’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다. 각자의 음반에서 동료들의 이름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주가 상승 중인 바비킴의 음반에 실린 〈I’m Still Here(feat.movement)〉를 들어보면 무브먼트 크루(Crew)들의 내공이 보통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1998년 드렁큰 타이거가 1집 로 대중적 가능성을 타진한 지 6년이 지난 지금, 한국 힙합은 하나의 고개에 올랐다.
“이젠 힙합이란 게 있다는 걸 다 아시니 많이 변했죠. 광고·오락 프로그램에서도 힙합이 보이고요.” 타이거JK는 유명상표가 없다고 질 좋은 옷을 외면하듯, 흑인 빈민가 태생이라고 ‘힙합=욕설’이라 폄하하던 대중들에게 불만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고 한다. “펑크난 댄스가수 대타로 텔레비전에 나가곤 했어요. ‘20초 줄 테니 아무거나 해봐’라는 말도 들었지만, 힙합을 알린다는 생각에 감사히 섰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로 랩댄스를 선보인 뒤 가요계는 의미 없는 랩을 장식품으로 쓰기 시작했고, 정작 힙합을 하고 싶은 이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사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선 ‘힙합’이 문화적 코드 이상의 산업적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1999년 미국 은 ‘Hiphop Nation’을 외치며 탄생 20년 만에 미국 문화에 전면 부상한 힙합의 존재를 인정했다. 2003년 그래미상 5관왕을 수상한 팝계의 여왕 비욘세의 음반도 힙합과 리듬앤드블루스(R&B)다. 최근 유명 의류업체 GAP은 새 광고모델로 마돈나와 여자 래퍼 ‘미시 엘리엇’을 기용했고, 힙합 애호가들 사이에선 ‘힙합소설’이 인기다. 한국도 힙합을 인기몰이 수단으로 활용한 지 오래다. 비욘세를 벤치마킹한 이효리는 힙합패션과 블랙비트의 곡으로 2003년 섹시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이는 힙합이 음악 외에도 춤·패션·거리미술까지 껴안는 하나의 ‘문화’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진짜 ‘랩’은 드물어도 ‘힙합풍’은 인기다.
“1집을 냈지만 설 곳이 없었죠. 그래서 아예 친구들과 무대 판을 짜서 큰 클럽들을 찾아갔습니다.” 단지 ‘힙합’을 보여주고 싶어 미국에서 건너왔지만 ‘한국에서 힙합하기’는 어느새 ‘운동’이 돼버렸다. “홍대 클럽에서 노래하면 열명이 찾아왔어요. 친구가 노래해도 열명. 그렇다면 한 무대에서 놀아보자. 합치면 스무명, 서른명이잖아. 그 사람들이 한명씩 데려오면 예순명이 되고. 이거 완전히 ‘운동’이네. ‘무브먼트’잖아. 그 시절부터 ‘무브먼트’가 됐죠.” 이 정신에 동참해 ‘무브먼트’ 명패를 단 동아리가 국내에도 여럿 있고, 캐나다·미국 클럽 무대에서 ‘Yo, Movement!’라고 외치는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부산힙합 · 대구힙합 풍부해진다
“힙합 패밀리들이 이미 많아요. 기회가 없어서 못 뜬 거죠. 저흰 ‘방송언어’를 조금 아는 편이라고나 할까요.” DJ샤인이 말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리쌍·다이나믹 듀오·에픽하이의 음반과 최근 나온 드렁큰 타이거·바비킴의 음반까지, 여기엔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와 멜로디가 있다. 운율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고, 손을 좌우로 흔드는 ‘힙합 즐기기’가 더 이상 낯설지만은 않다. “갑자기 ‘무브먼트’가 얘기되지만 저흰 변한 게 없어요. ‘무브먼트’의 부상이 다른 힙합인들을 비난하는 ‘도구’가 되어선 절대 안 되죠. 무브먼트 힙합이 최고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기획사로 움직이는 힙합 공동체 ‘마스터플랜’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래퍼 주석·데프콘은 고정팬을 가지고 있고, DJ 렉스(Wreckx)와 DJ 솔스케이프(Soulscape)라는 영민한 DJ들은 음악적 자양분을 공급한다. 브레이크 댄싱을 하는 B-boy와 랩을 하는 MC를 위주로 힙합이 소개됐지만, 애초 이들 뒤엔 DJ가 있었다. 1970년대 뉴욕 거리에서 턴테이블에 LP판을 걸어 비트를 만든 건 DJ였다. 리듬에 맞춰 말을 하면 랩이 됐고, 몸을 흔들면 춤이 됐다.
심의 제도나 빈곤에 대한 단선적인 공격을 보여주던 한국 힙합도 조금씩 과잉의식을 덜어내고 씁쓸하고 애달프지만 즐거울 수 있는 일상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이 땅의 법이 출석부라면 나 결석하리!”(에픽하이의 〈Lesson 2(The Sunset)〉 중)라고 외칠 수 있는 음악은 흔치 않다. 김진표·조PD 등 인지도가 있는 이들도, 거리의 이름 없는 래퍼도 모두 자신의 ‘메시지’를 노래하려 하기에 한국 힙합은 절반의 비판 대신 절반의 희망을 선택한다. 카메라 앞에서 남이 써준 가사를 주절거리는 게 래퍼에게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모두 알고 있다.
“다른 개성을 지닌 부산힙합·대구힙합도 있어요. 얼마나 좋은 일이에요.” DJ샤인의 말이다. 자유로움을 즐기는 힙합이 풍부해질수록 노래하는 이와 듣는 이의 선택권도 넓어진다.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누구나 래퍼가 될 수 있다. 그게 힙합이라고 그들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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