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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베트와 손잡아요

등록 2004-09-10 00:00 수정 2020-05-03 04:23

티베트 노인 공동체 건립을 응원하는 ‘작은음악회’… 책 한권의 인세에서 출발한 온정 점점 커져가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정말 우리는 아시아의 친구가 되고 있을까. 이주노동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연히 이 땅에서 몇년을 살아도 ‘한국인 친구’ 한둘도 만들지 못하는 아시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 아시아의 우리가 원격으로나마 소박한 문화적인 연대를 이뤄냈다. 인도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티베트 남자 자미안(29)과 한국 여자 빼마(남현주·28) 부부가 노인을 위한 공동체를 티베트에 건립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문화예술인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인도에서 빼마 · 자미안 부부 만난 김남희씨

사실 자미안과 빼마는 작은 음악회 소식을 인도 북부의 다람살라(맥그로드 간즈)에서 마음으로 함께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은 빼마가 대학을 그만두고 인도로 유학갔을 때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한국에 들어와 1년8개월을 지내다가 돌아가서 식당을 차렸다. 자미안은 한국에 ‘파리채’가 있다는 것을 가장 충격적인 경험으로 꼽을 정도로 생명체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그런 사람이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적인 상황을 견뎌내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두 사람의 꿈을 국내에 전한 사람은 7년 예정으로 세계 여행길에 올라 아시아의 변방을 누비고 있던 김남희(35)씨였다. 김씨는 마흔까지 유목민으로 살겠다며 서른넷에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중국을 시작으로 라오스, 버마, 네팔 등지를 여행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인도 여행길에 만난 두 사람이 티베트 노인을 위한 공동체를 세우고 싶다고 했을 때, 건물 한층을 올려주겠다고 덜컥 약속했다. 적금 깨고 방 빼서 떠난 여행자의 무모한 다짐이었다. 그러다가 김씨가 이라는 책을 펴내면서 희망이 엿보였다. 인세를 종자돈 삼아 건물 한층의 꿈을 실현할 계획이었다.

애당초 인세를 종자돈 삼으려던 계획은 개인적 도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일로 지난 9월4일 저녁 이화여대 후문 근처의 지역카페 ‘체화당’에서 열린 ‘빼마와 자미안의 꿈을 위한 작은 음악회’로 이어졌다. 잠시 여행을 접고 국내에 돌아와 책을 펴낸 뒤 인연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려고 마련한 ‘출판 기념회’에서 여럿이 동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날 여행길에 방송 일을 거들면서 만난 가수 이문세씨를 비롯해 산악인, 성악가 등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즉흥 음악회를 마련해 십시일반으로 모금에 참여했다.

아시아에 손길을 내미는 ‘작은 음악회’는 자리를 함께했던 소프라노 권혜준(32)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좀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번듯한’ 음악회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열린 작은 음악회에는 권혜준씨를 비롯해 카운트 테너 조요한씨, 재독 성악가 바리톤 김재일씨, 포크가수 박정석씨, 이동환씨 등 콘트라베이스 4중주단 등이 참여했다. 빵빵한 음향시설과 화려한 조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100여명의 관람객이 함께한 공연장엔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따뜻한 사랑의 숨결이 넘쳤다.

성악가와 포크가수 등 참여한 ‘빵빵한 음악회’

꿈꾸는 일은 돈이 들지 않기에 꿈 하나는 모질게 꾼다는 김남희씨. 이미 김씨의 작은 꿈은 영글어 있었다. 김씨에게 꿈은 자신의 꿈에 머물지 않고 서로를 친구로 만들며 보이지 않는 곳에 사랑을 전하는 것이었다. “파울로 코엘료가 에서 말했지요.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그 꿈을 이뤄주려고 힘을 모은다고요. 아시아 변방에서 꿈을 이루려는 사람을 위해 시와 노래, 연주로 함께하는 것 자체가 감동입니다. 아직도 느끼고 나눠야 할 감동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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