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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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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의 충격

등록 2004-06-17 00:00 수정 2020-05-03 04:23

[지구촌 경제]

각국 정부들도 앞다투어 금리인상 조짐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왕윤종/ SK 경영경제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은 지난 6월8일 런던 국제통화회의에 참가하여 사실상 금리인상의 준비가 완료됐다는 점을 그의 특유한 간접화법을 통해 확인해주었다. 금융시장은 6월30일로 예정돼 있는 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0.25% 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몇 개월 전부터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미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의 전환은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즉, 통화정책이 구체적인 금리인상이라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시장의 기대를 변화시킴으로써 소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도 ‘제로금리’에서 변화할 듯

미 연준의 통화긴축으로의 전환이라는 정책적 판단은 다음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첫째, 현재 미국의 경제지표들을 종합해볼 때 미 연준이 더 이상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빠른 경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디플레이션 위협이 사라진 상태에서 오히려 걱정해야 할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다. 둘째, 유가가 고공 행진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유가 급등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보다 물가 상승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되고 있다.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은 이미 5월에 이어 지난 10일에 또다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뉴질랜드도 영란은행과 함께 금리인상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도 경기 과열 억제를 위해 통화긴축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에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일본도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해오던 통화정책의 기조를 변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완화 정책에서 어떻게 벗어날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최근 언급한 것은 일본이 경기 회복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세계 각국은 본격적으로 이에 동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의 국제화로 인해 실물경기의 동조화 현상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국제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세계 금융시장은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 그 결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은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통화정책의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 통화동맹을 결성하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들의 경우 미국의 통화정책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으로의 자본재 유입을 촉진하고 그만큼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에의 투자는 매력도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반론이 모든 경우에 한결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투자펀드 포트폴리오 구성의 지침이 되고 있다.

외국 자본에 무방비인 한국

그동안 미국의 저금리 기조 하에서 투기성 헤지펀드들이 석유와 같은 실물에 투자하여 유가를 부추기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과 같이 자본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경우에 외국 자본의 영향력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기관투자자의 기반이 취약한 현실에서 사실상 주가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체가 외국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소액 투자자들은 외국 투기자본의 횡포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막대한 손실을 본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할수록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의 영향력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발 금리인상의 충격이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하지만, 금융의 세계화에 무방비 상태에 놓인 한국의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충격을 흡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사뭇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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