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의뢰인 진로가 배임죄로 형사고발한 내막… 고객 이해상충 기업의 실질적 대리인으로 활약
| 국내 최대 로펌 김&장 법률사무소가 형사고발되는 법조계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로측은 자신들과 업무 관계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가 충돌하는 골드만 삭스를 위해 일했다고 주장이다. 이해관계가 맞서는 쌍방 기업을 실질적으로 대리했던 김&장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한국의 로펌문화를 선도하며 아시아 최대 로펌으로 성장한 김&장 법률사무소가 형사고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진로 임직원 1668명이 6월11일 미국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와 함께 김&장 법률사무소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한 것이다.
진로 수임료 받고 골드만삭스 위해 업무?

이에 앞서 5월14일 서울지법 파산부(변동걸 부장판사)는 진로 채권자 가운데 하나인 골드만 삭스쪽의 ‘회사정리절차 개시 및 재산보전처분 신청’을 승인하고 회사정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또 법정관리인으로 이원 전 현대아산 개성공단사업단장을 임명했다. 이 결정은 외국계 채권자가 국내 기업을 상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해 받아들여진 첫 사례로 꼽힌다. 또 채권단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는 기아자동차, 범양상선에 이어 세 번째다.
김&장쪽은 진로 임직원들이 골드만 삭스와 함께 자신들까지 고발 대상으로 삼은 점에 대해 의아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범죄”로, 의뢰인에 대한 신뢰와 충실성을 가장 중요한 직업 덕목으로 여기는 변호사들로서는 가장 터부시해야 할 행위인 것이다. 이 때문에 김&장 법률사무소는 ‘충격’과 ‘격앙’이 뒤섞여 있는 분위기이다. 형사고발의 주체가 오랜 기간 고객이었던 기업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30년 이상 쌓아온 명성에 먹칠을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도 이 사건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변호사법 31조의 수임제한 규정, 즉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 상자기사 참조)이 새로운 논란거리도 등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997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진로가 외환위기로 부도 직전의 한계기업이었을 때 김&장은 진로쪽을 대리해 법원에 화의(법원의 중재 아래 채권자들이 채무변제 유예 협정을 맺는 것)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김&장은 법전 속에서 잠자고 있던 화의제도를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진로는 첫 수혜를 받은 기업이었다.
화의제도 적용 이끌어… 대리인 관계 유지

화의가 ‘법정관리’(경영파탄에 직면한 회사를 법원의 감독 아래 채권자나 주주 등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회생시키는 제도로, 정확한 법적 용어는 ‘회사정리제도’)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구 경영진의 경영권을 박탈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김&장은 당시 대기업들의 연이은 화의신청 사건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맡아 처리했다. 진로는 당시 착수금 10억원과 성공보수 20억원을 김&장에 지급했다.
그뒤 2000년 9월 진로는 김&장과 두 번째 큰 계약을 맺는다. 최적의 구조조정 방안을 수립하는 것과 관련된 제반 업무를 맡는 조건이었다. 착수금 10억원에 성공보수는 15억원이었다. 진로쪽과 한 회계법인이 함께 구조조정 기본안을 만들기로 하고 김&장쪽에서는 이 안이 만들어진 뒤 법률적인 조언을 벌이기로 했으나, 1년으로 맺어진 이 계약기간 안에 구조조정안이 나오지 못하자, 성공보수는 지급되지 않았다.
그 사이 2001년과 지난해에도 진로의 국내사업과 일본 소주 사업의 외자 유치를 위한 진로 실사와 진로의 석수사업 매각을 위한 실사 역시 김&장에서 대리했다. 진로쪽은 6월 현재 진로쪽을 대리해 김&장이 맡은 소송 2건이 서울고법에서 계류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진로에 적대적 태도를 보여온 골드만 삭스가 회사정리 절차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진로쪽은 김&장이 이 과정에서 회사정리 절차 개시 신청의 전제가 되는 골드만 삭스 계열사간의 채권 양수·양도 업무를 대리했고, 더 나아가 정리절차 개시 신청에 대해서는 다른 개인 변호사에게 절차적인 부분만을 대리하도록 하는 ‘편법’을 써 ‘실질적으로 대리했다’고 주장한다.
진로쪽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4월3일 정리절차 개시와 관련된 법원의 심문 과정에서 한아무개 변호사가 골드만 삭스쪽 참고인으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한 변호사는 김&장 소속 변호사다. 또 김&장이 골드만 삭스쪽을 실질적으로 대리하면서 법률 절차상의 대리만을 맡긴 김아무개 변호사가 법원에 팩스로 제출한 서류 일부에서 김&장 사무실 팩스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수임과정에 대해서는 의뢰인과의 관계 때문에 말하기 어렵다”며 “팩스 건은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명의는 개인 대리인, 실질 업무는 김&장

또 진로쪽은, 김&장이 회사정리절차 개시 신청 사건 전에 진로쪽에 요구해 받은 ‘의견서’의 내용을 보면 김&장이 골드만삭스를 실질적으로 대리했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견서에는 “당사(진로)는 세나인베스트먼트(아일랜드) 리미티드의 ㈜진로에 대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사건에서 Kim & Chang의 변호사가 골드만삭스측을 대리하는 점에 대하여 이의가 없습니다”고 쓰여있다. “김&장쪽에서 골드만삭스쪽을 대리하는 것에 대해서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면 이런 문서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진로쪽 주장이다. 변호사법 수임제한 조항에 따르면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의 경우에는 (변호사의 당초 의뢰인인) 위임인이 동의하면 (상대방쪽에 대한) 수임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발사건의 진로쪽 대리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김&장이 구조조정 업무와 관련해 시점이 변하면서 정반대의 논리를 폈다고 주장했다. “김&장은 2000년 맺은 구조조정 관련 자문계약에 따라 진로쪽에 ‘자신의 채권을 매입해 채무를 줄이는 것은 비난받을 우려가 있으니 우회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지원해 적정규모로 채무를 줄이라’고 제안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모럴 해저드를 불식시키기 위해 DPO(Discounted Payment Offer) 및 출자전환 단계에서 기업구조조조정 전문회사 또는 유사한 scheme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리절차 법정공방 중에 골드만 삭스의 대리인으로 내세운 김 변호사는 김&장쪽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진로쪽의 채권 매입에 대해 명백한 배임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회사를 위해서 ‘흑’이라고 말했다가 180도 입장을 바꿔 ‘백’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이에 대해 김&장쪽은 화의개시신청 관련 위임계약과 구조조정 자문 관련 위임계약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이 이미 끝났으므로 ‘이해충돌을 불러올 여지가 애초부터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진로쪽이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회사정리 절차와 관련한 소송에 여러모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진로의 옛 경영진쪽에서 형사고발을 악용했다는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개인 변호사 내세운 전력… 김&장은 묵묵부답
그러나 김&장쪽이 이해가 상충되는 사건에서 개인 변호사를 절차상 대리로 내세운 적은 또 있다. 국내 로펌에 근무하는 한 변호사는 “김&장이 삼미특수강의 창원공장 매각건과 관련해 개인 변호사인 ㅂ씨를 내세운 사실을 알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이같은 사실은 당시 그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한 서류 가운데 일부에서 김&장의 서류양식이 발견되면서 알려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는데 김&장에서 경제사건을 하나 부탁해서 이름만을 빌려주고 법정에 나간 적이 있다”면서 “김&장이 평소에 접촉해오던 회사인데 형식적으로 또는 내용적으로 (이해관계가) 대립될 경우 그런 식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 변호사를 내세울 경우 대부분) 개인적인 친분으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김&장쪽에 대면인터뷰 또는 서면인터뷰를 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그러나 김&장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고발 내용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으며, 검찰에 고발된 만큼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식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진로쪽은 형사고발 이후 대한변협에 김&장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계를 요청하는 진정서도 제출했다. 이제 공은 검찰과 대한변협에 넘어갔다.
| 진로와 김&장 사이의 위임계약 현황 |
사건명
계약일
위임내용
보수
화의개시 신청
1997.9
화의개시 신청 관련 제반업무
착수금 10억원,
성공보수 10억원
(모두 지급)
구조조정 자문
2000.9
회사의 구조조정 관련 제반업무
착수금 10억원,
성공보수 15억원
(착수금만 지급)
보증채무금 소송
2000.8
굿모닝증권이 제기한
카스맥주 보증 채무금 청구소송(1심)
착수금 2천만원,
성공보수 2천만원
(착수금만 지급)
보증채무금 소송
2002.1
SK증권이 제기한 카스맥주
보증금 청구소송(항소,상고심)
착수금 1억원,
성공보수 2억원
(착수금만 지급)
키모노 프로젝트 자문
2001.2
진로재팬 매각 관련 자문업무
시간급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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