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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사람들’을 말한다

등록 2003-07-02 00:00 수정 2020-05-02 04:23

청계고가 철거로 청계천 일대가 깨끗해지고 강북이 살아나 서울이 좋아진다고 말들은 많이 하지만 정작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1982년부터 세운상가 근처에서 납품업을 해온 이응선(50)씨가 20년 동안의 청계천 장사를 접으며 청계천 사람들과 그가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황금가지 펴냄)를 냈다.

흔히 청계천 사람들이라고 하면 청계고가를 중심으로 종로·을지로 등에서 각종 도소매업·납품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씨의 책에 주로 등장하는 청계천 사람들은 세운상가 서쪽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납품을 한다. 이씨가 보기에 청계천 사람들은 “졸병 출신의 ‘평균적’ 한국사람들로서 허풍은 떨지언정 허세는 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들이고 이진법의 단순한 추리로 ‘돈벌기’란 절대적인 목표를 이뤄간다”. 이런 실용주의자들이 살아가는 지저분하고 좁은 거미줄 같은 청계천 골목길을 지배하는 유일한 질서는 ‘돈’이다. 이씨는 청계천에서 돈 버는 게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납품영업의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거래처 사람들과 ‘사례’를 놓고 벌이는 선문답, 서류상에 드러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백 마진’ 보는 방법, 계산서 맞추는 법 등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귀한 정보가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씨는 친척이 운영하던 화학약품 납품가게부터 시작해 실험기기·공장자동화센서 같은 기계류, 밀가루·프로작(항우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납품업을 해오다 지난해 냉난방기기를 끝으로 청계천에서 부자 될 희망을 접었다고 했다. “내가 청계천에서 돈을 못 번 것은 아마도 ‘청계천 사람’과 같은 현실적 자세를 관찰하고 분석은 했지만 실천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나의 시행착오와 실패가 빚어낸 경험담과도 같다.”

이씨는 “청계천 복원사업이 끝나면 재개발도 이뤄지고 임대료 상승을 못 이긴 상인들은 뿔뿔이 흩어질 텐데, 이 사람들의 장래가 어찌 될지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타깝다”며 “가장 좋은 것은 깨끗해진 환경에서 옛 상인들이 계속 자리잡고 장사하는 것이겠지만 어디 내 맘대로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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