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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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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에게 맞는 영어교재는?

등록 2000-10-10 00:00 수정 2020-05-02 04:21

유학을 보낼 필요가 있을까… 자녀의 능력에 맞는 재미있고 효과적인 교재 고르는 법

“에이, 차라리 이민이나 가버릴까?” 자식만큼은 영어를 잘하게 해주고 싶은 부모들이 한번쯤 생각해보는 일이다. 그러나 싸고 좋은 교재와 학원을 골라서 어린이의 성장에 맞춰 가르친다면 굳이 이민을 가거나 어린 자녀 혼자 유학을 보낼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 하나면 충분하던” 시대와는 달라서, 최근 영어교재는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알파벳 벽걸이, 스티커, 노래테이프, 동화테이프, 카드, 포스터, 게임, 어린이 사전, 시디롬, 영어만화, 영어동화, 영어비디오…. 가짓수는 많고 가격은 어른 책과 맞먹거나 더 비싸다. 따라서 부모가 옥석을 가려주지 않으면 ‘영어 찍힌 종이 쓰레기’를 살 수도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교재와 가격대, 학원 고르는 법을 소개한다.

헝겊으로 만든 책도…

7살 미만 자녀는 알파벳 자체를 모르는 유아이므로, 유아의 눈에 알파벳을 친숙한 모양으로 받아들이게끔 하는 알파벳 벽걸이와 알파벳 스티커놀이책을 권할 만하다. 벽걸이는 알파벳과 영어숫자가 그려진 포스터다. 한장에 1천원가량 한다. 부모가 도화지에 직접 그려줘도 괜찮다. 알파벳 스티커 놀이책은 4천원 정도(크레용 하우스). 요즘은 알파벳이 그려진 버튼을 누르면 발음이 나오는 장난감도 있다.

알파벳이 익숙해졌다면 다음은 단어다. 아직 자녀가 어려서 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종이끝이 날카롭고 무게가 있기 때문에 책에 베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아를 위해서 천이나 비닐로만 만든 책도 있다. (펭귄북스) 등 천에 무늬를 찍어서 단어를 익히게 만든 책은 촉감이 좋고 푹신푹신해서 유아가 좋아한다. 베고 잘 수도 있고 더러워지면 빨 수도 있다. 비닐로 된 영어동화책은 목욕탕에서 띄워놓고 놀기에도 적합하다. 이런 헝겊책, 비닐책에는 문장이 적혀 있지 않고 영어단어가 적혀 있다. 영어단어를 읽으면서 어머니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가격이 만원대로 비싼 것이 흠. 유아용 동화책 중에서는 책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서 유아가 다치지 않도록 배려한 것도 있다.
단어익히기의 고전적인 방법은 자음+모음+자음을 합해서 세 글자짜리 단어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알파벳에 자음과 모음이 있고 그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rat, rug, cat 등 세 글자로 만드는 단어는 생각외로 다양하다. 소설 에서 로러 잉걸스가 처음 단어를 배우던 방법이 이것이다. 교재로는 (David English House, 1만3천원)가 있지만 엄마가 달력종이를 오려서 알파벳을 적어 만들어도 상관없다.
5살에서 10살까지의 어린이에게 영어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린이 영어교육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린이가 영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그런데 예쁜 그림이 들어 있는 영어동화책이나 영어만화책을 보여주면 내용을 알고 싶어서라도 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 영어동화책 읽어주기는 저렴하고도 효과적인 영어교육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일단 들어야 하고, 들은 뒤에 들은 것을 따라서 말할 수 있고, 다음엔 읽은 뒤에 쓸 수 있다는 것이 정론인데, 동화를 읽어주면 듣기와 읽기가 같이 만족되는 셈이다. 주입시키는 속도가 정해져 있는 오디오나 비디오와는 달리, 어린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속도에 맞춰서 내용을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현재 시리즈, 시리즈, 시리즈 등 수많은 영어동화책들이 나와 있다. 직수입한 영어동화책은 그림이 아름답고 색감이 좋은 것들이 많다. 따라서 영어뿐 아니라 어린이의 미적 감각을 예민하게 키워주는 데에도 유용하다. 한권에 1만원에서 3만원으로 가격이 높은 것이 단점이다. 가격이 높아서 문제가 된다면 영어동화를 수입해 영문 아래 한국어번역을 덧붙여 한국에서 출판한 동화책을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찍은 동화책은 직수입한 영어동화책의 절반 값이다. 또 읽어주는 사람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읽어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 가짓수가 다양하지는 못하다.

노래부르고 동화책 읽어주는 테이프

자기 의사를 언어로 표시할 수 있는 다섯살 정도의 어린이를 자녀로 두었다면, 영어동화책 또는 장난감을 살 때 자녀를 같이 데리고 가는 편이 좋다. 어느 날 갑자기 교재를 사와서 “자 우리 이제부터 읽어보자”하는 것보다는, 신기하고 아름다운 책들을 많이 보여주고 “너 뭘 갖고 싶니?”하고 묻는 편이 자녀가 영어와 친해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동화책 이용에도 단점이 있다. 일단 부모가 영어를 읽을 수 있어야 영어동화책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관계상 영어동화책을 읽어줄 수 없는 부모를 위해서, 또 좀더 정확한 발음을 들려주기 위해서 영어동화 테이프도 많이 나와 있다. 영어동화 테이프는 동화책과 테이프를 포함해 만원 이하인데, 등 월트디즈니사에서 꽤 많은 테이프가 나와 있다. 가뜩이나 만화영화니 캐릭터 상품으로 물려 있는 디즈니를 자녀에게 또 복습시킨다는 게 재미없다면 오디오 북(펭귄북스)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게 하는 것도 자녀의 지적 세계를 넓히는 일이 될 것이다. 줄거리가 있는 오디오 북이나 영어동화 테이프를 듣기에는 좀 이르다면 분량이 짧은 영어동요 테이프도 고려해볼 만하다. 동요 테이프와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이른바 챈트(chant)라는 것이다. 짤막한 문장에 박자와 음계를 붙여 부르게 하는 방식이다. 챈트의 음계는 곧 억양(intonation)과 연결되므로, 자녀에게 영어식 억양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다. 동작을 붙여서 가르치기도 한다. 국내에 이를 위한 교재도 나와 있고 챈트를 위한 인터넷사이트로 있다(22∼23쪽 기사 참조).

요즘은 다섯살만 되어도 텔레비전에 쉽게 집중하므로 이 나이의 유아를 위한 영어 비디오테이프도 생각해볼 만하다. 비디오를 보여줄 경우 동영상이 겸해지기 때문에 어린이가 오디오를 들을 때보다 덜 지루해하지만, 반면 듣는 것보다 보는 것에 신경이 쏠려서 영어를 덜 듣게 될 수도 있다. 비디오테이프에는 등이 있다. 값은 테이프 1개에 2만원 정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의 어린이라면 영어학원도 고려해볼 수 있다. 꼭 비싸다고 좋은 학원은 아니지만, 학원을 보낸다면 한달에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 예산을 잡아야 한다. 영국문화원에서 개설한 초등학생 영어교실의 경우, 일주일에 두 시간씩 7주에 14만5천원이다. 영어교육자격증(Tesol)을 가진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므로 정평이 높지만, 신청자가 많아 신청 뒤 오래 기다려야 하는 것이 흠. 학원을 고를 때는 반이 많이 개설된 학원을 권한다. 왜냐하면 그런 학원은 아이들의 나이와 영어 수준을 고려해 반을 나누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이 적은 학원은 여러 수준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몰아넣고 가르치는 곳일 가능성이 있다. 프로그램을 꼼꼼히 따져보고 영어로 말하기 위주로 프로그램이 짜여 있는 학원이 권할 만하다.

서두르지 않는 것이 지름길

10살에서 13살 어린이들에게는 좀더 적극적인 영어교육도 가능하다. 어머니가 욕심을 낸다면 학원과 학습지를 같이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녀가 학원에 다니는 것을 버거워한다면 집에서 먼저 영어에 익숙해진 뒤 자신감을 갖고 학원에 다니는 편이 좋다. 쉬면서 학습지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습지도 수십종이므로 말하기, 쓰기, 문법 등 여러 분야 중 자녀의 취약점이 뭔지 찾아서 그 부분을 보충해주는 식으로 해주는 게 좋다.
만약 자녀가 “엄마, 이게 영어로 뭐야?”하고 물으며 자기 스스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면 “사전을 찾아볼까”하고 제안하면서 자기 사전을 마련해주고 사전 찾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도 좋다. 그림이 많이 들어간 어린이용 사전의 가격은 1만원 안팎. 아직 사전이 어려울 나이라면 백과사전식 영어책도 생각해볼 만하다. (예림당)처럼 사진과 영어단어를 결합시킨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은 사진이 깨끗하고 디자인이 아름다운 책이지만, 서양식 관점에서 사물을 설명하고 있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보고 어리둥절할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먹는 배’라고 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둥그런 배를 생각하는데, 사진은 길쭉한 서양배를 소개하고 있는 식이다.
어린이가 만화를 즐긴다면 쉬운 영어만화를 읽히는 것도 괜찮다. 영어만화는 등이 무난하다. 모두 한글번역이 붙어 있다. 가격은 5천원대. 이중 나 는 어른이 읽어도 재미있다. 단 한글번역이 붙어 있기 때문에 한글만 읽고 영문을 읽지 않으려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한글번역을 읽지 말고 영문을 바로 읽으라고 종용할 필요는 없다. 많이 보다보면 영어지문에도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나이별로 교재를 나누었지만, 나이에 굳이 구애받을 필요는 없다. 아이들의 발달속도에 교재를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자녀가 영어를 습득하는 속도를 차분히 관찰하면서 “영어는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노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끔 해주면, 우리 아이들이 영어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한결 적어질 것이다.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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