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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공항] 전례 없는 위기, 전례 없는 정책을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가 내놓은 고용 대책 효용성 따져보니
등록 2020-04-11 17:06 수정 2020-05-06 15:27
4월6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고용노동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6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고용노동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할 것 없이 노동자와 기업은 재앙에 직면해 있다. 우리는 신속하게, 결단력 있게 그리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옳고 긴급한 조처가 생존과 붕괴의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4월7일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이날 ILO는 코로나19의 고용 부문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2020년 2분기에 전세계 총노동시간의 6.7%가 줄어 1억9500만명이 일자리를 잃는 셈이라고 밝혔다. ILO는 이번 고용 위기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로 규정했다.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한국에서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후 처음 집계된 고용 지표인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의 1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마지막 영업일 기준)는 1848만8천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6만3천 명(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증가폭이자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다른 국가와 같은 고용 위기가 한국에도 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때문에 심각한 고용 위기를 겪는 것으로 보이는 인천공항의 위기 양상과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 대책의 효용성은 향후 정책 마련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처음 내놓은 고용노동 대책은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요건을 완화한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생산·매출액 감소가 일정 수준 이상 발생해 고용 조정이 필요함에도,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하고 휴업·휴직한 경우 그 수당(평균임금의 70%)의 3분의 2(대규모 기업은 2분의 1)를 국가가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정부는 2월10일 지원금 지급 조건을 완화해 생산액·매출액 감소 요건이 없어도 지급할 수 있도록 바꿨다. 2월28일에는 지원금 비율을 휴업수당의 3분의 2에서 4분의 3(대규모 기업은 2분의 1에서 3분의 2)으로 올리고, 4월1일에는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90%(대규모 기업은 3분의 2)까지로 올렸다. 고용부는 또한 항공·호텔업을 포함한 관광·공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3월16일 지정했다. 그 결과, 4월8일 기준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은 4만5천여 곳에 이르며, 이 가운데 78%가 10인 미만 사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이 1514곳인 것에 견주면 제도가 효과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인천공항 지역 기업들은 유급휴직을 시키기보다는 무급휴직을, 고용 유지보다는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선택하고 있다. 업황이 언제 회복될지 모르거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해도 기업에 돈이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부분 사업주가 원·하청 관계에 있고 하청업체들은 인천공항뿐만 아니라 여러 사업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아웃소싱 전문기업’이어서 ‘고용 유지 조처’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의 ‘고용 유지 전략’에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있다는 얘기다. 이상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간항공운수분야 조직사업단 조직국장은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 확대를 정책 수단으로 삼을 것이었다면, 처음부터 강력하게 해고 금지 같은 고용 유지 메시지를 내야 했다. 애초에 일터에서 노동관계법이 지켜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주의 선의에 기댄 제도는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무급 휴업·휴직 긴급 생활안정 자금’을 10만 명에게 월 50만원씩 지급한다는 계획을 3월31일 발표했다. 사업주가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는 사업장을 위해 노동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음 시도되는 정책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사각지대가 발견됐다.

대부분 청년노동자 지급 대상 안 돼

고용부는 예산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주고, 자체 기준을 마련해 지급하도록 했다. 인천시가 4월9일 발표한 ‘코로나19 피해사업장 무급휴직 노동자 지원’ 사업 내용을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가운데, 5일 이상 휴업하고 건강보험료가 월 16만546원 이하인 사람에게 하루 2만5천원씩 최대 50만원을 지급한다. 인천의 상황을 반영해 5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도 고용부가 지정한 특별고용지원업종(관광·숙박·항공여객운송업 등) 외에 기타 항공운송지원서비스(지상조업)·공항운영업·항공화물취급업 사업장이라면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아웃소싱 전문기업’ 소속 노동자는 이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21>에 “별도 위원회를 열어 예산과 신청 수요 등을 고려해, 아웃소싱 업체 소속 노동자에게도 지급할 수 있을지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급 범위를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벌어지는 긴급재난지원금도 <한겨레21>이 만난 청년노동자(6명)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의 특성상 이들은 가족과 떨어져 살며 독립적으로 생계를 꾸리는 1인 가구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지만 공항 근무 특성상 연장·야간 근무가 많아 급여가 꽤 되는 편이었다. 따라서 월 건강보험료가 정부가 정한 1인 가구 지급 기준인 8만8344원보다 대부분 많았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최근 소득 상황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지급 기준을 ‘3월 건보료’로 정했다. 3월 건보료 납부 기준은 3월에 받은 월급이며, 대부분 기업은 2월 근무 대가를 3월에 지급한다. 이 때문에 3월에 무급휴직을 했더라도 3월 건보료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2월부터 무급휴직을 했더라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무급휴직으로 월급이 안 나와도 건보료는 계속 부과되기 때문이다. 3월 건보료는 전월에 납부한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되고 무급휴직일 경우엔 ‘납입고지 유예’ 상태가 된다. 2월부터 무급휴직을 했어도 1월 납부 건보료가 8만8344원보다 많으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의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소득이 격감된 사람은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국회의 예산 심의 이후 시행 전에 지급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 유연하게 더 과감하게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월9일 고용부가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힘들더라도 고용을 유지해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자의 숙련을 지속시켜 코로나19 이후에도 빠른 경기회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에 인건비·임대료 등을 대출해주고 고용 유지 때 탕감해주는 미국의 급여 보호 프로그램처럼 사업주에게 고용 유지 인센티브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위원은 “현재의 위기는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생긴 경제위기로 다양한 정책 수단을 긴급하게 쓸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과거 전례나 제도의 틀에 얽매여 경직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과감한 정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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