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8일은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한겨레21>은 이번 제1308호부터 코로나19가 100일 동안 뒤바꿔놓은 사회의 모습을 조망한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코로나19가 바다를 건너 184개국에 환자를 발생시킨 것은 공항을 기점으로 하늘길이 촘촘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하늘길을 걸어잠그고 있다. 인천공항의 일별 여객 수는 전년에 견줘 4월9일 현재 3%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 결과, 공항에는 여행객들의 ‘안녕’이 사라졌다. 여행객들의 안녕만이 아니라, 공항을 일터로 삼은 노동자 7만 명의 안녕도 함께 사라졌다. 노동자들은 연차휴가 소진, 무급휴가, 희망퇴직, 정리해고 순으로 ‘고용절벽’에 떠밀린다. 이들의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가 불러온 고용 위기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위기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아직 개발되지 못한 것처럼 고용 위기 해법을 찾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고 수입을 잃은 노동자는 오늘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모범국가’라고 불리는 한국은 이 바이러스가 불러온 고용 위기도 모범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3월 말 찾은 인천국제공항 터미널의 너른 공간엔 여행객에게 공항서비스를 안내하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만이 누비고 있었다. 출발과 도착 항공편을 알리는 전광판은 텅 비어 있고, 출국수속 카운터 역시 대기줄 안내만 가득하다. 붐비던 공항에서 여행객을 덜어내니 그곳을 일터로 삼아왔던 출입증을 건 직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탄성을 자아내는 깨끗한 공항을 만들었지만 눈에는 띄지 않아 ‘투명인간’이라 불렸던 청소노동자들의 일하는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의자 손잡이를 닦고 바닥을 걸레로 연신 닦아냈다. 출국장 통로 입구에서 승객의 체온을 재기 위해 앉아 있던 직원은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1터미널 4층 식당가에서 내려다보이는 면세구역을 오가는 사람은 직원들뿐이었다. 식음료 매장에는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았다. 터미널 밖에서 공항리무진을 기다리는 승객들도,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대행을 하던 이들도 사라졌다.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적막이 감돌았다. 그래서 고소작업차를 타고 높은 벽면을 닦는 노동자들의 대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지역지부 관계자는 “여행객이 없는 틈을 타 소규모 공사를 많이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의 일상이 사라졌다. 공항에 ‘안녕’을 앗아간 것은 코로나19 바이러스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이 바이러스는 4월9일 현재 215개국에서 145만 명 넘는 사람이 감염됐고 8만6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를 태평양 건너 미국,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 스페인까지 확산시킨 매개체는 공항이었다. 각국 공항을 기점으로 촘촘히 뻗어나간 하늘길은 바이러스의 이동 경로가 돼버렸다.
사스·메르스·사드도 피해간 카지노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날수록 먼저 하늘길이 막혔다.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국가를 경유한 승객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심한 경우 공항을 폐쇄했다. 외교부 자료를 보면, 4월9일 현재 한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148개국에 이른다. 관광이든 업무든 공부든, 하늘길 이용을 계획했던 발들이 묶였다.
단순히 하늘길만 닫힌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는 이제, 공항을 터전으로 삼은 노동자 7만 명(추정)의 목숨줄까지 죄고 있다. 바이러스가 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은 내 일자리마저 잃게 할수 있다는 공포로 전이됐다. 여행객을 실어나르는 항공사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관련 업종인 관광업과 면세점업·호텔업, 항공기와 관련 있는 지상조업(수하물 운송과 항공기 재정비 등), 항공기 정비업과 기내식 납품업, 그리고 종국에는 공항 유지관리·운영업까지 고용 불안은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이들의 고용 불안에는 판에 박은 듯 똑같은 ‘공식’이 적용된다. 동의 없는 유급연차 소진→무급휴가→권고사직→정리해고 순이다.
코로나19가 ‘우한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 불릴 때만 하더라도 김현명(40대·가명)씨는 이 바이러스와 자신은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한국 국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인천공항과 영종도에서 일하던 이들도 그랬다. 김씨는 인천공항 옆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카지노에서 ‘VIP 고객 수송 업무’를 맡았다. 롤스로이스·벤츠·제네시스G90 같은 고급 세단으로 손님을 공항에서 픽업하거나, 서울 명동·이태원 등 관광지나 골프장으로 옮기기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 손님은 주로 중국인이나 일본인, 외국 국적을 지닌 한국인이었다.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져나갈 때도, 1월20일 우한에서 입국한 35살 중국인 여성이 우리나라의 첫 확진자로 확인됐을 때도, 설 연휴 첫날이던 1월24일 우한에서 입국한 한국인 남성이 두 번째로 확진됐을 때도 김씨는 그저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다른 날과 다름없이 운전기사 38명은 주 7일 24시간 교대근무를 했다. 일본의 골든위크와 함께 카지노 대목인 춘절(중국 새해맞이 명절) 연휴에도 손님을 맞느라 정신없었다. “오래 일한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스·메르스 때도, 사드 때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해요.” 코로나19도 그렇게 지나갈 줄 알았다.
감염병 대응 단계가 ‘심각’해지자
2월4일, 정부가 중국 후베이성을 거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발 여행객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이때 처음 김씨는 위기감이 들었다. “일하다 감염될 수도 있겠구나.” 회사에 마스크 지급을 요청해 일주일에 두 장씩 받았다. 정부의 입국 통제 조처로 중국 단체여행객이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카지노는 오히려 붐볐다. 중국인 VIP가 많이 찾는 마카오 카지노가 감염병 확산으로 2월5일부터 보름간 폐쇄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실제로 1~2월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카지노 방문객 수는 2019년 같은 기간보다 8% 줄었지만, VIP 고객의 게임비는 63%나 늘었다. 그 결과 파라다이스시티호텔의 1~2월 카지노 사업 매출도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2% 늘었다.
그러나 마카오 카지노들이 다시 문을 열고, 한국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2월 말부터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회사는 3월 초부터 노동자들에게 연차를 소진하라고 하더니, 3월8일부터 무급휴직 동의서를 내밀었다. 노동자 39명은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에 동의했다. 하지만 회사는 나흘 만에 노동자 39명을 불러 모아놓고 해고를 통보했다. 1개월분 ‘위로금’만 주겠다고 했다. 해고회피 노력은 전혀 없었다. “어려운 것 아니까 상생해야 하는데, 그냥 자르더라고요. 하루아침에.”
김씨와 동료들은 파라다이스시티호텔 앞에서 난생처음 집회도 열었다. 고용노동청과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도 찾아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회사가 부당해고를 취소하겠지만 고용보장은 못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서빅의 누리집을 보면 이 회사는 직원이 1050명인 LIG손자회사다. 2019년 매출액은 370억원이었다.
감염병 대응 단계가 ‘심각’한 만큼이나 인천공항에 터잡은 노동자 7만 명의 고용도 ‘심각’해졌다. 4월6일에는 2001년 개항 이래 처음 여객 수가 5천 명 밑(4581명)으로 떨어졌다. 전년과 비교하면 2~3% 수준에 그친다. 1~2월에만 해도 인천공항에 항공기가 하루에 1100~1200편 뜨고 내렸다. 여객 수 역시 하루 20만 명 수준이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확진자 수가 1천 명대를 돌파하고 하루에 수백명씩 늘어나자, 여객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이자, 중국 당국이 외국 단체여행을 금지한 1월27일 20만948명을 기록한 뒤 계속 곤두박질쳤다.
여객이 줄자, 항공사들은 운항 편수를 줄였고 결국 2월10일 1천편 선이 무너졌다. 인천공항 국제여객의 20% 가까이 점유한 중국 하늘길이 막히니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2월22일 여객 수는 전년 대비 50% 선으로 내려가더니, 일본 입국 제한 다음날이자 팬데믹(세계적대유행) 선언 전날인 3월10일에는 10% 선으로 주저앉았다.
이스타항공 셧다운, 20% 구조조정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1차 손해를 입는 것은 항공사들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은 임원들이 급여를 반납하고 유급·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같은 바람이라도 작은 비행기가 더 휘청인다. 규모가 작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저비용항공사들이 마구 흔들렸다. 중국 노선을 많이 운영한 것도 충격을 더했다. 이스타항공은 3월24일부터 한 달 동안 모든 노선운항을 중단하는 ‘셧다운’에 들어갔고, 직원 20%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순서로 치면 항공사 하청업체가 더 앞선다. 통상 항공사들은 지상조업사들과 계약할 때, 도급 대가를 항공기 ‘편’ 단위로 계약한다. 1편당 기본 조업료를 주고 부수적인 업무를 하면 추가 조업료 형태로 지급한다. 항공기가 뜨지 않으니 지상조업사 처지에선 받을 돈이 없어 순식간에 경영 위기에 내몰렸다.
조성일(43·가명)씨는 대한항공 자회사이자 지상조업 용역을 담당하는 한국공항의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여객 수하물을 한국공항 쪽이 컨테이너에 담아주면, 컨테이너를 항공기 옆까지 옮겨주는 일을 맡았다. 조씨를 비롯한 직원 36명에게 회사는 2월 말에 2주 동안 무급휴직을 하라며 동의서 서명을 요구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회사가 어렵다고 하니까 해야 하는가 싶어서 서명했어요. 그런데 4월이 되니까 3주를 더 쉬라고 하더라고요. 월급이 절반 이상 날아간 거죠.” 조씨는 평소 주 52시간을 꽉 채워 260만~280만원(실수령액 기준)의 월급을 손에 쥐었다. 회사는 한술 더 떠 3월30일 “5월19일 부로 정리해고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아시아나항공 승객에게 제공되는 기내식 식기를 설거지하는 최미선(54·가명)씨는 기내식 납품업체(게이트고메코리아)에서 설거지와 포장 업무를 도급한 회사에서 일한다. 무급휴직을 권고받은 그는 3월 한 달 동안 엿새밖에 일하지 못했다. 남편과 사별한 뒤 자녀 셋과 임대아파트에 사는 그는 무급휴직 내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봤다. 운전도 잘하고 자영업 경력도 있지만 빼곡히 적어놓은 일자리 목록 옆에는 가위표만 늘어났다. “아직 더 벌어야 해요. 대학생 애들이 아르바이트하는데 그걸로는 생활이 안 되잖아요. 설거지를 하든 공장을 가든 뭘 해도 벌어야 하는데 일자리가 없네요.” 4월이 되면 다시 출근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회사는 오히려 사직서를 내란다. 지난해 10월부터 일을 시작한 탓에 최씨는 실업급여 수급 대상자도 아니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10%가 없다?
근로기준법상 최씨는 휴업수당 대상이지만 법은 현실을 좇아가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의 귀책 사유로 노동자에게 부여할 업무가 없을 경우, 직전 3개월간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고용보험법을 보면, 경영상 어려움에도 휴업수당을 지급하며 고용 유지를 하는 기업에 고용보험기금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가 많아지자, 4월1일부터 애초 휴업수당의 최대 3분의 2이던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을 90%까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대부분 업체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를 정리하는 방식을 택한다. 경영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를뿐더러, 고용유지지원금(90%)을 받아도 회사 쪽이 노동자에게 줘야 할 나머지 돈(10%)조차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동의 없는 유급연차 소진→무급휴가→권고사직→정리해고’라는 공식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배경이다.
아시아나항공 지상여객서비스를 아시아나에어포트를 거쳐 도급해 운영하는 KA의 김지원 노조 지부장은 “휴업수당을 지급하라고 요구해도, 회사에선 차액을 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했다. KA는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고 출근한 노동자에게 업무매뉴얼을 종이에 옮겨쓰게 하는 ‘깜지’를 시켰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일자 업무매뉴얼을 컴퓨터로 옮겨 치는 방식으로 ‘업무지시’를 바꿨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기내청소를 하는 KO는 4월9일까지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을 5월10일 정리해고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노동자들 집으로 보냈다. KO는 2월18일부터 일부 직원의 무급휴직을 시행하다가, 3월16일 노사협의회를 통해 4월부터 9월 말까지 휴업수당을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3월24일 갑자기 ‘5월10일 정리해고’ 방침으로 돌아섰다. 김정남 아시아나KO지부장은 “노사협의를 뒤집어버리고 직원을 상대로 잘리기 싫으면 무급휴직에 동의하라 협박하고 있다”고 했다.
아예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자체가 어려운 기업도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사업주가 고용을 줄이지 않는 조건으로 주는 것이기에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새로 뽑으면 원칙적으로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 인천공항에서 하청·재하청을 받는 업체 대부분이 여러 사업장에 인력을 보내는 ‘아웃소싱 전문업체’다. 인천공항 관련 업무가 아닌 다른 곳에서 고용이 늘어날 경우 지원받을 수 없다. 실제 지상조업 업무를 하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조씨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동료는 34명이지만, 이들이 근로계약을 한 회사는 전체 직원이 1천 명이 넘는다. 인천공항 지상조업뿐만 아니라 면세점 물류, 전국의 일반 미화·시설관리 등의 업무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회사는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고집한다.
조씨는 “오랫동안 도급사업을 하면서 벌어놓은 돈도 있을 것이고 인천공항이 아닌 곳에선 이익이 나고 있을 텐데, 회사에서 휴업수당을 지급하지 못한다고 버티는 게 분통 터진다. 별다른 노력도 없이 무조건 자르려고 하니까. 아웃소싱의 설움이라고 해야 하나.”
공항공사는 납부 유예하지만
각 하청업체들의 구체적인 경영 사정은 모두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대형 항공사에서 도급해 재하도급을 주는 한국공항과 아시아나에어포트의 경우, 모회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왔음을 확인했다. 2019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한국공항은 영업이익 220억원(당기순이익 163억원), 아시아나에어포트는 142억원(당기순이익 82억원)이었다. 원·하청 ‘고통 분담’의 여력은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한국공항, 아시아나에어포트가 납부해야 할 사용료를 감면해주거나 납부를 유예해주고 있지만, 한국공항 등은 하청회사들과 ‘상생’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영업이익이 났다고는 하지만 지금 같은 위기가 몇 달만 지속돼도 금방 사라져버릴 수준이다. 주로 사업구조가 국적기(아시아나항공) 매출 위주로 인건비 등 비용을 잡아놓고 외항기 매출을 수익으로 가져오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국적기·외항기 할 것 없이 위기여서 앞날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고용 불안이 해소됐던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자 1만여 명도 다시 위기 상황으로 내몰렸다. 코로나19 여파가 민간부문을 넘어 공공부문까지 옮겨간 탓이다. 여객 수 급감에 따라 3월26일 ‘비상운영 1단계’를 선언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일일 수송여객 3천~7천 명에 해당하는 2단계(3천 명 이하는 3단계) 선언도 검토 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내부 문건을 보면, 2단계에선 공항 기능 축소를 확대하면서 체크인 카운터는 전체의 20%만 운영한다. 또 탑승동의 환경미화 인력을 50% 수준으로 줄이는 한편, 탑승교도 75%만 운영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탑승동 상업시설은 매장 전체, 1·2터미널 매장은 50% 중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급여 반납 계획도 세웠다. 4개월 동안 사장·경영진은 30%, 자회사 사장단은 20% 반납하기로 했는데 “전 직원 자발적 동참 유도”라는 말도 함께 적었다.
문제는 이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불을 끄지 못하면 하늘길이 다시 열리기 어렵다. 설사 하늘길이 열려도 국외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0년 국제여객이 2019년보다 70%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5·6·7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시점을 계산해 여객 수요 회복 시나리오를 마련했는데, 7월에 여객 수가 회복세로 돌아선다 하더라도 12월에는 기존 운항 편수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항공업계에선 항공사 채권을 발행할 때 정부의 지급 보증과 미국 같은 공격적인 공적자금 투입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런 지원이 하늘길에 의존하는 또 다른 축인 하청노동자에게까지 닿을 수 있을까. 적어도 현재 상황에선 비관적으로 보인다.
7월 회복세로 돌아선다 해도
4월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코로나19 방역 현장을 격려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다시 마주했다. 2017년 5월12일 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약속하기 위해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노동자들은 한시적 해고 금지와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공항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대책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손팻말을 바라본 뒤, 발걸음을 옮겼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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