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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모기 방역망은 창문일까

일각에서 말하는 중국인 입국 금지 실효성 따져보니
등록 2020-02-29 14:42 수정 2020-05-03 04:29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내놓은 답변에 정치권은 발칵 뒤집어졌다. 코로나19가 처음 출현하고, 유행하기 시작한 곳이 중국이기 때문에 박 장관의 설명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에 확산한 이유로 ‘중국인의 입국을 차단하지 않은’ 정부의 대응이라고 지적해온 미래통합당은 박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한국인 잘못이 아니라 중국인 잘못이라는 거다.

보수 야당의 주장처럼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다면 한국에서 지금 같은 코로나19 유행을 막을 수 있었을까?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에 근거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까지 모두 통제하지 않은 이상 중국인 입국 금지만으론 ‘코로나19 통제’의 실효성은 없었다. 중국발 비행기를 차단하면서 ‘방역 모범사례’로 꼽혔던 이탈리아 역시 이후 감염환자가 빠르게 늘었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발표 내용 도식화

자료: 질병관리본부 발표 내용 도식화

중국인 확진자 6명, 추가 감염자는 2명

은 중국인 입국금지론의 타당성을 살펴보기 위해 감염경로를 분석했다. 우선,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를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1∼31번째 확진자, 그리고 추가 역학조사를 한 환자 4명의 감염경로를 도식화했다.

보건 당국이 파악한 코로나19의 국내 확산 경로의 출발점은 중국 후베이성(우한시), 후베이성 외 중국 다른 지역, 중국 이외의 국가, 신천지교회 등 크게 네 곳이다. 다만 신천지교회 신도의 최초 감염경로는 아직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했다. 감염경로 정보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을 놓고 보면 신천지 신도 감염자 등장 이전에 한국에서 지역사회 감염은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에 의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난다.

2월27일 현재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국인은 총 6명(1번째, 12번째, 14번째, 23번째, 27번째, 28번째 환자)인데 우한시에서 입국한 2명(1번째, 23번째 환자)의 중국인은 추가 감염을 일으키지 않았다. 1번째 환자는 인천공항으로 입국(1월19일)하면서 발열 증상이 나타나 즉시 격리됐고, 23번째 환자도 증상이 나타난 지 하루 만에 격리돼 동선이 길지 않았다. 광둥성과 마카오를 거쳐 입국한 27번째 환자는 가족 2명에게 전파했을 뿐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입국한 2명의 중국인 환자(12번째, 14번째)도 추가 감염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의사협회는 1월20일께 한국에서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자 일주일 뒤인 1월26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 금지’를 처음 언급했다. 이날 최대집 의사협회장은 “최악의 경우 중국에서의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위한 행정적 준비를 당부한다”고 했다. 하지만 27번째 환자(1월31일 입국)를 제외한 나머지 환자들은 이미 한국에 입국해 있었다. 보수 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협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중국인 입국 금지를 했더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된 중국인 환자의 입국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24일 교육부는 3월 대학 개강에 맞춰 중국 유학생 입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24일 교육부는 3월 대학 개강에 맞춰 중국 유학생 입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중국입국유학생안내센터"를 운영 한다. 인천공항/공동취재사진

당시 한국 들어온 한국인만 하루 수천 명

국내에서 추가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신천지대구교회 신도들의 다수 감염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2월27일 오후 현재, 전체 감염환자 1766명 중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가 597명에 이르러 한국 사회 범유행의 가장 큰 원인이다. 신천지 신도들의 코로나19 감염경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만약 신천지 신도 중 최초로 감염된 환자가 중국에서 입국한 중국인에게서 감염됐다면 일부의 주장처럼 중국인 입국 금지로 범유행은 차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후베이성과 중국 각지에 위치한 신천지교회를 다녀온 한국인 신도가 감염된 것이라면 ‘중국인 입국 금지’로도 범유행은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두 가지 모두 가능성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인과관계가 밝혀진 사실만 놓고 보면 ‘중국인 입국 금지’로 코로나19 유행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고, ‘중국에서 온 한국인 입국 금지’까지 했어야 한다는 중간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나 보수 야당조차 이런 극단적인 주장까지는 내놓지 못한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에선 “창문을 열어놓고 모기약을 뿌리는 모양새”라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제외한 모든 방역 조치에 대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주장한다. 방역망을 창문으로 비유하는 것 자체가 검역에 대해 잘못된 환상을 가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치 창문을 닫듯이 한국에 오는 중국인을 ‘0’명으로 만들 수 있고, 중국에서 아무도 오지 않으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들어올 수 없었을 거라는 주장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황승식 교수는 2월27일 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우한시에 거주하던 한국 교민 700명을 입국시켜 2주간 격리하는 데도 엄청난 사회적 진통을 겪었다. 중국인뿐만 아니라 매일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한국인 2천여 명을 모두 입국 금지하거나 격리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입국차단론을 일축했다. 황 교수는 “다만 질병관리본부에서 지역사회 감염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음에도 청와대에서 ‘종식’을 언급하며 섣부른 낙관론을 제기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 금융시장 더 출렁였을 것

대중 수출 비중이 25%에 이르는 한국으로서는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가 초래하는 금융시장의 공포나 중국 정부의 무역보복 등 경제적인 타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공포를 자극할 수도 있고,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소비 회복이 늦춰지는 등 경제에 미칠 영향만 놓고 보면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중국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에 “입국자 전체를 막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한국의 산업과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중국인 입국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효율적이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후베이성발 입국 금지,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 입국시 검역 강화 등으로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조치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에 “중국을 다녀온 한국인을 통제하지 못하는데 중국인 입국 금지가 코로나19 통제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중국인 전면 출입 금지는 실익이 없고 타격이 심각해, 후베이성 외에 다른 지역까지 입국 금지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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