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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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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편3.0 2기가 3기에게 내준 숙제는?

“독자 의견 고민하되 결정 단호하게 내려달라”
등록 2019-12-25 10:00 수정 2020-05-03 04:29
11월8일 ‘2019년 <한겨레21> 독자·후원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박승화 기자

11월8일 ‘2019년 <한겨레21> 독자·후원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박승화 기자

그림씨(형용사). 떼어내고, 강조하며 현실을 바르게 그리는 일에 자신감 잃었다. 적폐 수사로 힘 얻은 검찰이 적폐가 되어 있고, 한때 ‘정의로운’이면 족하던 사람 앞에 여러 수식을 덧대야 하는 현실. 부동산 앞에 불안과 욕망이 한 몸인 채 붙어 있고, 한·일 과거사와 정치적 득실과 세계경제 변화가 얽혀버린 현실. 도무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끊어내야 할지, 어떤 단어로 형용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리는 일을 사명 삼은 언론조차 자기 안의 혼란을 그릴 말을 찾지 못해 헤맸다. 그저 혼란한, 그저 모순인 우리를 온전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을까.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6월17일 독자편집위원회3.0(독편3.0) 2기가 문을 연 지 6개월이 됐습니다. “독편3.0 1기 활동을 보고 너무 부러워서 참여하게 됐다”(사**님)며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운을 떼기 시작한 독편3.0 2기가 어느새 “올해 제가 제일 잘한 일이 에 후원하고 참여하고 소통했던 것 같아 아쉽고 뿌듯합니다”(레*님)라며 작별 인사 말끝을 흐립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의 시 ‘꽃’)

독편3.0이 기자의 이름을 불러준 순간 기자는 독편3.0에 와서 꽃이 됐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박**님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조금 낯간지럽게 말하자면 기자가 꽃”으로 다가왔답니다. 6개월 사이 이**님은 독편3.0 2기로 활동하면서 엄청 친해진 친구가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답니다. 독편3.0 2기를 하지 않았다면 “한가위 퀴즈큰잔치에도 참여하지 않았을 것 같고, 단박인터뷰도 못했을 것 같고, (상품으로) BBQ 치킨도 못 먹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도 독편3.0 2기가 있어 지금까지 가능했습니다.

집단지성 살리는 독자 소통 채널

독편3.0 1기에 이어 2기에도 참여해주신 박**님은 “2기 단체대화방이 더 활발하게 운영”됐답니다. “조국 사태를 비롯해 더 치열하게 논의될 주제”가 많았습니다. 7월에는 불매운동으로, 9월에는 조국 사태로 단체대화방은 끓어올랐습니다. “때로는 피로감”(사**님)도 느꼈지만 단체대화방 안에 있던 “다양한 스펙트럼”(성**님)의 독편3.0 2기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했습니다.

“내공이 낮아 참여는 자주 못하고 주로 눈팅(눈으로 하는 채팅)”(레*님)을 하며 묵묵히 들어주던 독편3.0 2기 덕분에 성**님은 “여전히 에 희망”을 걸어주셨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지혜롭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꿈***님은 깊은 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단체대화방은 “독자들과의 온·오프라인 소통 채널”(t******님)이었습니다.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편집장과 몇몇 기자는 매주 다음호 표지 주제를 예고한 뒤 독편3.0 2기와 같이 고민하고 표지 이미지를 정하는 투표를 합니다.

목요일 오후 단체대화방에서 표지 이미지를 정하는 투표 과정은 “집단지성의 힘~!”(t******님)이었습니다. “무관심한 분야였는데 독편3.0 2기 분들이 잘 알고 계신 것에 충격 그리고 반성”(성**님)하기도 했습니다. 레*님은 과 함께하는 기분에 매주 목요일에 울리는 알람과 독편3.0 2기의 투표 소리가 흥겹게 들렸답니다.

“제목이 더해질 때 표지는 비로소 완성”(박**님)됐습니다. 독편3.0 2기의 투표 결과와 최종 결정된 표지가 달라도, 박**님은 표지 투표에 참여해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었습니다. 표지 투표는 다음호 표지를 미리 보고 의견을 제시하는 독편의 “특권?”(꿈***님)이었습니다. 독편3.0 2기는 에 말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의견을 고민하되 결정은 단호하게 내려달라고.

‘#오빠미투’(제1273호), ‘공장이 떠난 도시’(제1269호·제1271호),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르다’(제1257호), ‘우리들의 2010년대’(제1279호), ‘교도관은 나를 에이즈라 불렀다’(제1266호), ‘우리도 난민이었다’(제1268호), ‘나는 진실을 원합니다’(제1256호).

독편3.0 2기가 직접 꼽아준 기사를 일일이 나열해보니 많습니다. 지면이 넘쳐 기사에 다 옮기지 못한 추천 기사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기후변화·총선·난민·남북관계, 독편3.0 2기가 에 내준 2020년 숙제도 많습니다.

“정론 직필!”(레*님) 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은 “바른 길잡이”(박**님)가 되겠습니다. “시간에 쫓기고 휴대전화로 기사를 훑어보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긴 기사를 읽는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꿈***님)은데도 관심 있는 기사 위주로라도 한 번 더 읽어보려는 독편이 곁에 있다는 걸 압니다.

2020년에도 “우리 사회 소외된 계층에 불빛을 비추는 좋은 기사”(J****님)를 쓰겠습니다. “낮은 곳에서 약자의 소리를 귀담아듣고 전해주는 따뜻한 언론”(사**님)이 되겠습니다. t******님이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구나’라는 희망”을 놓지 않도록.

낮은 곳, 약자의 소리 담아내길

또다시 은 새롭게 독편3.0이 돼줄 3기 독자를 모집합니다. 이별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박**님도 같은 마음인가봅니다. “하고 싶은 말을 거르고 거르다 결국 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말해볼걸 하고 후회가 남아요.” J****님도 “2기 때 너무 많은 것을 배운 것 같아서요”라며 가능하다면 다시 독편에 참여하고 싶다고 합니다. 올해는 “신입생으로 많~이(?) 어수룩”했다던 t******님 역시 미력하나마 2020년에도 함께하고 싶답니다. 은 조금씩 독편과 함께 만드는 잡지가 돼가고 있나봅니다.

12월20일까지 독편3.0 3기 참여 신청을 받지만, 늦었더라도 독자 전용 폰(010-7510-2154)으로 연락 주세요. ‘특권?’은 모든 정기구독자에게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도 언제나 함께여야 하기에 용돈을 아껴 또 후원”(이**님)해주시는 독자, 후원자 여러분 모두 2020년에 다시 만나요.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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