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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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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플랫폼노동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놓은 플랫폼 기반 산업, 노동시장도 흔들어
등록 2019-11-18 11:44 수정 2020-05-07 10:03
서울 강남의 한 타다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김진수 기자

서울 강남의 한 타다 차고지에 타다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김진수 기자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 ‘타다’는 10월28일 검찰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총리부터 장관까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신산업”을 기소했다는 이유로 검찰을 비판하는 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타다의 사업구조를 보면 위장도급 소지가 짙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노동자처럼 기사들을 지휘·감독하면서, 기사들과 ‘프리랜서’ 위탁계약을 맺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타다는 “사람의 시간에 대한 공유도 중요하다”며 “긱 드라이버(플랫폼노동자)가 높은 가동률로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것이 모빌리티 서비스의 본질이고, 비즈니스 성패에 중요한 요소”라고 밝힌다.
전세계에서 정보통신기술 기반 플랫폼을 통해 노동이 거래되는 플랫폼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인격이 내재된 노동을 상품처럼 거래하던 자본은 이른바 ‘플랫폼경제’ ‘긱경제’ ‘공유경제’ 시대에 이르러 노동은 ‘즐기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워, 저성장 국면에서 일자리가 없거나 소득이 부족한 노동자들을 끌어모은다. 플랫폼기업들은 이들을 ‘자영업자’로 취급하고 있고, 노동조건·사회보장의 최소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게 됐다. 이 때문에 플랫폼노동의 태동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플랫폼노동자도 노동자’로 보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플랫폼경제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양극화를 심화한 것에 대한 반성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플랫폼노동자들은 높은 사용종속성을 띤다. ‘원조 플랫폼노동’과 다르게 사실상 노동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요기요플러스 배달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서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로 인정받은 것처럼, 본질적으로 노동자인 오분류된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로 적극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전세계 모든 노동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한국에선 고용상 지위를 위장하는 플랫폼기업을 ‘혁신’이라고 떠받드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노동법의 대원칙은 “이익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다. 한국의 플랫폼노동 모습을 살펴보고, 이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하고 플랫폼기업에 어떤 책임을 부과할지 짚어봤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태초에 아이폰이 있었다. 2007년 1월9일 혁신의 상징이라는 스티브 잡스가 처음 세상에 내놓은 아이폰은 우리 삶의 방식부터 사회구조까지 바꿔놓았다. 세계적인 승차공유 플랫폼기업 우버의 태동도 결국은 아이폰이라는 혁신적인 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폰 출시 이듬해인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기업가 개릿 캠프는 “아이폰으로 택시를 호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이를 실행에 옮겨 우버를 창업했다. 아이폰은 위성항법장치(GPS)와 위치 변화를 인식하는 자이로센서, 가속도센서 등을 탑재하고 있었다. 전화기 한 대가 승객과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거리와 시간을 측정해 요금을 정할 수 있는 ‘미터기’ 구실을 한다. 게다가 신용카드 결제까지 가능하니 요금을 굳이 현금으로 낼 필요가 없었다. 우버의 ‘혁신적인’ 서비스에 승객은 환호했고, 택시업계는 나가떨어졌다.

자영업자·노동자 중간 ‘종속적 자영업자’

초기 우버는 지금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교통 당국에 등록된 ‘리무진’을 호출하던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승차공유 기업으로 등장한 것은 경쟁자인 ‘리프트’ 때문이다. 카풀(승차공유) 기반의 리프트가 세력을 불리자 2012년 우버도 일반인이 자기 차량으로 다른 사람을 태우는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 X’를 내놓으며 사업 범위를 확장한다. 이때부터 ‘고용의 우버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등장한다. 우버 기사들은 요금을 책정하고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우버에도, 그렇다고 승객에게도 고용되지 않은 ‘자영업자’로 일한다. 우버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플랫폼노동자가 급증했다. 우버는 최근 아예 이러한 일자리를 중개하는 플랫폼 ‘우버 워크(works)’도 출시했다.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중간 지위인 ‘종속적 자영업자’ 신분으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을 ‘플랫폼노동자’라고 한다. 플랫폼노동 현상을 다른 말로 연주자들이 공연(긱·Gig)이 있을 때만 일한다는 취지로 ‘긱경제’라고도 하며, 자신의 남는 자원(시간과 노동력)을 공유한다는 취지로 ‘공유경제’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단계인 ‘특수고용노동자’가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일한다는 이유로 ‘디지털 특고’라고도 한다.

플랫폼노동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서비스로 구현됐다. 우버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을 비롯해, 음식배달 플랫폼(배민라이더스·부릉·바로고 등) 등이 대표적이고, 기존 서비스인 청소·돌봄 등과 같은 가사노동 중개(대리주부·미소·청소연구소 등)와 대리운전(카카오드라이버)처럼 이미 있던 서비스가 디지털로 전환되기도 했다. 기업들은 자사 본연의 업무를 쪼개서 플랫폼노동자에게 맡기기도 한다.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인 쿠팡이 배송사원인 ‘쿠팡맨’을 대신해 배송을 건 단위로 위탁하는 ‘쿠팡 플렉스’나 렌터카 기반 차량공유 플랫폼인 쏘카가 차량 탁송을 위탁하는 ‘쏘카 핸들러’가 대표적이다. 최근 급성장하는 전기자전거·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충전하는 업무에도 건당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노동자가 등장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기사 포함 렌터카 호출 서비스인 ‘타다’도 외관상 고용형태는 플랫폼노동이다. 이 서비스들은 플랫폼노동 가운데 지역 기반으로 고객의 호출에 따라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역 기반’ 또는 ‘호출형(온디멘드)’ 플랫폼노동이라고 한다.

플랫폼노동의 또 다른 부류로, 온라인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업무를 모두 마무리하는 ‘웹 기반형’ ‘크라우드 워크형’도 있다. 간단한 디자인이나 번역, 법률 자문까지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며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최근에는 데이터가 기업의 서비스 개발에 중요하다보니 데이터를 수집해 건당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기업도 생겼다.

2010년을 전후해 현재까지 급증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꿔놨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가 되니 업무가 효율적으로 이뤄지고 그 자체로 편리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음식배달은 원래 음식점들이 직접 고용하던 배달원들이 했다. 그러나 배달대행 플랫폼이 등장해 음식점 입장에서 배달원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원래 배달하지 않던 음식점들도 음식을 배달하게 되거나, 아예 배달만 전문으로 해 운영비용을 효율화하는 음식점도 생겨났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가락 터치 몇 번만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음식이 언제 도착하는지 배달원의 현재 위치가 어디쯤인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얼큰하게 술에 취해 있어도 대리운전 기사를 앱으로 호출할 수 있으며, 앱을 통해 가격도 흥정할 수 있다.

11월6일 서울 서초동 ‘요기요플러스’ 운영 법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의 요기요플러스 배달노동자 노동자성 인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6일 서울 서초동 ‘요기요플러스’ 운영 법인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본사 앞에서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고용노동부의 요기요플러스 배달노동자 노동자성 인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비스 신뢰도 향상, 지하경제 양성화

또한 디지털로 거래되는 노무의 특성상 서비스 자체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돌봄·청소 같은 가사노동의 경우 고객의 집 안에서 이뤄지는 ‘내밀한’ 서비스이니만큼, 어떤 사람이 일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요소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노무 제공자의 신원정보, 사진, 이전 이용자 평가 등을 종합해서 살펴본 뒤 서비스를 고를 수 있고, 사전에 설정한 ‘업무수행 표준’에 따라 서비스가 제공되니 서비스의 질이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플랫폼을 통해 ‘거래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무 제공자들이 직업소개소처럼 일감을 중개하던 업체에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이른바 ‘지하경제 양성화’도 플랫폼기업들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플랫폼 업계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과거에도 있던 사업이긴 하나, 현금거래 등으로 인해 사업 규모가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면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디지털 플랫폼화하면서, 거래 과정에 흔적이 남고 발생한 소득에 세금 부과도 가능해졌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그동안 구두계약 중심으로 불명확하게 이뤄졌던 계약이 디지털화하는 것은 종사자의 권리 차원에서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플랫폼기업들은 2010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세를 불렸다. 세계 금융위기(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여진이 남아 있던 시기라, 대부분 국가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플랫폼기업이 실직자나 주된 일자리에서 소득이 부족한 이에게 소득을 ‘벌충’하게 해준 것도 사실이다. 플랫폼노동 직종 대부분은 운전·배달·가사노동 등 이른바 비숙련 업무에 해당한다. 전문기술이 필요 없어 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이도 늘어났다. 우버 역시 자신이 이주민을 많이 고용했다는 사실을 홍보하고, 10월28일 무면허 여객운송사업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기사 포함 렌터카 실시간 호출 서비스 ‘타다’는 “9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전체 취업자의 2~3% 차지

그런데 플랫폼이 ‘제공’한 일자리는 통상적인 고용관계와는 다르다. 플랫폼기업은 노무 제공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해 보수를 지급하고 처우를 결정하면서도 ‘고용’하지 않았다. 플랫폼기업은 자신이 ‘기술기업’이며, 서비스 공급자(노무 제공자)와 수요자(고객)를 연결해줄 뿐이라고 강조한다. 우버는 차량을 통해 사람을 운송하지만, 고용한 운전기사는 없다. 배달대행 업체도 음식배달 사업을 하지만, 마찬가지로 고용된 배달원은 드물다.

이 때문에 플랫폼노동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작업도구를 자신이 직접 조달하고, 자신이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한 뒤 보수를 수수료 형태로 가져간다. 이는 자영업자와 유사한 모습이다. 그러나 플랫폼노동자는 플랫폼이 정한 수수료만 받을 수 있으며, 플랫폼이 업무를 지시하고, 플랫폼의 업무 평가와 제재를 받는다는 특성이 있다. 이는 플랫폼기업이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내건 조건이지만 동시에 ‘임금노동자’의 특성을 반영한다. 하지만 플랫폼기업은 노동자와 자영업자 사이의 중간지대에 있는 이들을 자영업자로 ‘간주’하는 셈이다.

이러한 플랫폼노동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추산만 할 뿐이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특수고용노동자 규모를 추정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에 견줘 계약 상대방에 대한 종속성이 약하고 자영업자의 특성이 강한 이들을 분류했는데 이는 전체 취업자의 2.0%에 해당하는 55만 명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플랫폼노동자가 포함된다. 이와 유사하게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한국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해 내놓은 플랫폼노동자의 규모는 전체 취업자의 2.9%에 해당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추산한 플랫폼노동자의 규모는 전체 취업자의 2.0%라고 했는데, 여기엔 법인택시 노동자나 개인택시 기사 등도 포함돼 정확한 규모로 보기는 어렵다. 편차가 있긴 하나 늘어나는 플랫폼노동자가 현재 대략 전체 취업자의 2~3%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다.

플랫폼기업은 회색지대에 놓인 고용형태를 플랫폼의 ‘특성’에서 찾는다. 한 플랫폼기업 관계자는 “플랫폼 서비스의 핵심은 수요-공급을 일치시키면서 최적의 가격과 서비스를 맞춰가는 것”이라며 “플랫폼기업이 자산을 보유하고, 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하면 그 탄력성을 맞추지 못해 플랫폼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의 박재욱 대표도 “‘긱 드라이버’(플랫폼노동자)들이 높은 가동률로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는 것이 모빌리티 서비스의 본질”이라며 “그 사이에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는 비즈니스 성패에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플랫폼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고용의 유연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노동자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는 말은 플랫폼기업 입장에서 돌려 말하면 “필요할 때 노동자를 쓰고 필요하지 않을 때 해고한다”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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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아니면 잃게 되는 권리들

플랫폼노동자는 자연스레 노동관계법의 보호에서 벗어나게 된다. ‘노동자가 아니게’ 되면 잃게 되는 권리는 매우 많다. 한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적용받을 수 없고, 노동시간의 한도가 사라지며, 연장·야간근로에 대한 할증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또한 1년 이상 근무하면 지급되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고, 무엇보다 해고로부터의 보호나 노동조건 불이익 변경에 대한 보호도 불가능하다. 국민연금·건강보험은 물론이거니와, 고용보험과 일터에서 필수적인 산업재해보험도 가입이 불가능하다. 현재도 플랫폼노동자 가운데 산재보험 적용이 가능한 직종이 없는 것은 아니나, 2019년 7월 기준 산재보험 가입률은 퀵서비스 기사 67.0%, 대리기사 44.4%에 그치고, 보험료 절반을 노동자가 부담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라면, 산재보험은 당연 가입이며 사업주가 모두 부담한다.

한국의 플랫폼노동은 국외의 ‘원조 플랫폼노동’과는 다르게 임금노동자의 특성을 띤 자영업자가 아니라, 사실상 노동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플랫폼기업이 노동자와 위탁계약을 맺지만, 실제로는 노동자처럼 일을 시키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10월28일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이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라고 판정한 ‘요기요플러스’ 배달원들이 대표적이다. 요기요플러스에서 일했던 배달노동자들은 ‘배달업무 위탁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출근일과 출퇴근 시간(하루 12시간)을 설정하고, 식사 시간도 별도로 정했다. 해당 지역에서 배달노동자들이 수락하지 않은 호출이 있으면 강제로 배차하기도 했다. 보수를 배송 건당 수수료로 받는 것이 아니라 일한 ‘시간’에 따라 받았다. 그러면서도 계약서에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의 지위로 ‘갑’(요기요플러스)에 종속되지 아니하며 위탁업무는 ‘을’(배달원)의 재량과 위임하에 수행하되, 계약에서 약정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적혀 있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플랫폼노동자의 특성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배달노동자들은 요기요플러스가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자, 고용노동부에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라고 주장하며 지급하지 않은 주휴·연장·야간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진정했다. 그 결과 고용부도 근로기준법의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행정지도 했다.

고용부가 든 판단 근거는 전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2006년 대법원이 위탁계약을 맺은 학원강사를 근로기준법의 노동자로 인정하면서 노동자로 인정하는 기준을 제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①사용자가 업무의 내용을 결정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취업규칙이나 이와 유사한 인사규정이 적용되는지 ③사용자가 근무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노무 제공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④노무 제공자가 독립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지 ⑤보수가 노무 제공의 대가성이 있는지와 기본급·고정급이 있는지 등이다. 요기요플러스 배달노동자는 플랫폼이 지시한 대로 업무를 수행했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 ‘구속’을 받았다. 업무 수행 건수와 무관하게 보수를 ‘시간급’으로 받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용부가 ‘노동자’라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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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옷을 입고 12시간 일하는데…

요기요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배달대행 업체나 플랫폼노동자들도 이와 유사한 모습을 띠는 경우가 많아, 플랫폼노동자의 노동자성 논란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배달대행 업체들은 요기요플러스처럼 시간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건당 보수를 받는 경우가 많지만, 스스로 일을 선택해 하는 것이 아니라 배달노동자들이 잘 수락하지 않는 호출을 강제 배차하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을 정해두고, 지각이나 조퇴·무단결근을 하면 벌금을 물리는 경우도 있다. 플랫폼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이자, 인사규정 적용, 노무 제공자의 ‘구속’에 해당하는 셈이다. 특히 대부분의 배달대행노동자들은 하루 노동시간이 12시간에 이르는 등 업무 수행 중에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으며, 플랫폼이 제공하는 복장을 갖춰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배달대행업계에만 유독 이런 형태가 나타나는 이유를,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외국 플랫폼은 배달노동자의 공급이 부족해 배달 수요를 맞추지 못할 경우,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지만 한국에선 벌금을 물린다. 우리가 흔히 아는 부릉·바로고·배민라이더스 같은 플랫폼 업체가 나오기 이전부터 지역 단위로 영세한 배달대행 업체들이 있었다. 이 업체들은 근로계약인지 위탁계약인지를 따지지 않고 싼값에, 오토바이를 제대로 몰 수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돈벌이가 급한 노동자들을 배달 업무에 투입했다. 한국이 ‘노동법 무법지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타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타다 역시 대부분의 기사들이 ‘프리랜서’, 즉 자영업자 신분이지만 출퇴근 시간이 있고, 강제 배차에 따라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야 하며, 호출이 없을 때 대기해야 하는 장소도 지정돼 있다. 출근이 늦거나, 대기 장소를 이탈하거나, 배정된 호출을 거부하는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 무엇보다 보수를 시간 단위로 정한 기본급에 운행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으로 받는다. 명목상 타다에 차량을 공급하는 회사이자 타다의 모회사인 쏘카와 계약한 ‘협력업체’와 운전업무 위탁계약을 맺지만, 실질적인 지휘·감독은 타다가 한다. 요기요플러스보다 노동자성이 더 높은 것이다.

이런 사실은 통계로도 어느 정도 확인된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이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 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해 발표한 ‘한국의 플랫폼노동과 사회보장’ 발표문을 보면, 플랫폼노동자 가운데 ‘일하는 방법과 노동 시간·장소에 대한 지시나 규율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53.5%였다. 플랫폼 일자리에서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일하는 이도 93.4%에 이르고, 이 플랫폼 일자리에서 소득의 절반 이상을 얻는 이도 74%로 나타났다. 결국 플랫폼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지휘·감독을 받고 있으며, 어떤 이유에서든 플랫폼에 전속돼 일하는 셈이다.

‘올 오어 나싱’의 세계에서

현재 한국의 노동·사회법 체계는 노동자가 아니면 모든 권리에서 배제되는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인 상황이다. 그래서 플랫폼에 종속돼 일하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매우 높고, 사회보장이나 노동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된다. 그러나 그 이전에 임금노동자인데 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은 노동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스테인 브루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임경제학자이자 ‘일의 미래 이니셔티브’ 리더는 10월24일 열린 ‘아시아미래포럼’ 발표문에서 “(원래는 법적으로 노동자인데 자영업자로 분류된) 허위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며 “노동자가 자신의 고용형태에 대해 적은 비용으로 쉽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오분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부의 조사 강화와 조세·사회보장 당국과의 공조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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