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기사 일자리와 관련해 다양한 말씀을 해주십니다. 질 낮은 일자리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착취하는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중략) 타다는 최고의 일자리는 아니더라도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규직은 아니지만, 존중받으면서 일하고, 자부심을 갖고 일한 만큼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입니다. (중략) 저희도 부족한 부분은 노력하겠습니다만 기사, 이용자의 안전과 서비스의 기본은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기사 포함 렌터카 실시간 호출 서비스이자, 검찰에 ‘무면허 여객운송사업’ 혐의로 기소된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타다 서비스의 운전기사 노동자성과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되자 11월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타다는 그동안 자신들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겨레21>이 입수한 타다에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 관련 문건을 보면, 타다가 기사의 산업재해나 기사의 운송 과정에 대한 책임을 협력업체에 모두 떠넘기는 계약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시에, 불법파견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도 드러난다.
협력업체 시간당 1천원 받아
타다의 고용형태가 불법파견인지 확인하려면 VCNC와 이 회사의 모회사이자 차량을 공급하는 쏘카, 여기에 운전기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파견업체의 계약관계를 살펴봐야 한다. 타다 운전기사 9천 명 가운데 파견 운전기사(근로기준법상 노동자) 600명을 제외한 8400명은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자영업자)다.
프리랜서 기사를 공급하는 한 협력업체와 쏘카 사이 ‘임차인 알선 및 운전용역 제공 계약서’를 보자. 협력업체는 차량 운행 ‘시간당 1만1천원’의 용역대금을 쏘카에서 받는다. 타다 기사의 시급이 1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협력업체에 돌아가는 돈은 시간당 1천원으로, 타다 기사가 타다 차량을 하루 10시간 몰면 협력업체가 1만원을 받아가는 셈이다. 계약서에는 “운전용역 대금 및 실비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명목의 대가·금원·비용도 청구할 수 없다”고 적혀 있다. 협력업체의 경영은 전적으로 타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쏘카는 기사의 운전용역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계약서에 명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운전용역의 제공과 관련해 승객 또는 제3자가 쏘카 내지 VCNC를 상대로 법률상 또는 사실상 분쟁을 제기할 경우, 협력업체는 이에 대해 일체의 책임을 지고, 쏘카 내지 VCNC에 손해가 발생하거나, 지출한 비용이 있는 경우 이를 배상해야 한다” “협력업체는 협력업체의 운전기사와 사이의 계약 당사자로서, 모든 관련 법의 책임을 지고 관리해야 하며, 쏘카는 이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아니한다”와 같은 내용이다.
기사가 1시간 운행하면 1천원을 받는 협력업체 처지에선 이러한 책임을 질 여력이 없을 것이 자명하다. 그 책임은 협력업체와 계약하는 ‘프리랜서’ 기사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타다는 기사의 안전을 강조하는 홍보를 해왔지만, 계약서에서 쏘카는 기사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계약서에 적힌 내용은 이렇다. “근무현장 및 여타의 산업재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협력업체에 있다.” 타다는 기사가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하고, 이 때문에 기사들은 4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결국 산업재해 책임은 온전히 기사에게 전가된다.
협력업체는 쏘카나 VCNC 대신 이런 책임을 떠안으면서도, “관계 법령을 지키고 스스로 업무 처리 계획을 입안 및 운전기사에 대한 지시·감독과 교육을 통해 높은 품질의 운전용역을 제공”해야 하며, “운전기사의 운전용역계약 이행 관련 지휘·명령”을 하는 대리인을 선임하도록 계약돼 있다. 그러나 협력업체가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할 수단과 방법이 전혀 없다.
협력업체 타다 시스템 접근 권한조차 없어
실제 운전기사를 지휘·감독하는 것은 협력업체가 아니라 타다 앱이다. 타다 기사는 앱을 통해, 승객이 호출한 장소로 이동하고, 호출이 많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이동한다. 기사는 출근 시간이 늦거나, 배정된 호출을 거부하거나, 지정된 대기 장소로 이동하지 않으면 페널티(벌칙)를 받는다. 페널티를 주는 주체는 표면상으로는 협력업체지만, 협력업체는 타다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기사가 뭘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다. 협력업체는 타다 시스템에 접근할 권한조차 없기 때문이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가 기자에게 보여준 노트북 화면을 통해 타다가 기사들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관리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타다와 협력업체가 소통하는 메신저의 ‘이슈봇’이라는 대화방에는 협력업체에 소속된 기사들의 실시간 ‘잘못’ 현황이 자동으로 올라왔다. 지정된 대기지에서 이탈하거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가 끊겼거나, 자주 쉬거나, 승객을 늦게 데리러 가는 등의 상황이 계속 메신저로 알려지며, 해당 내용에 대해 협력업체가 기사에게 주의를 주고 교육한 결과를 타다 쪽에 보고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기사의 근태·성과 지표를 직접 관리하고 있음도 드러난다. 타다가 협력업체에 구글 공유 문서로 공유하는 지표는 거짓출근(지정된 출근 시간에 차고지와 먼 거리에서 앱을 통해 ‘출근’ 기능을 켜는 경우), 승객이 부여하는 별점, 고객센터에 접수된 이용자 불만 사항, 그리고 이런 모든 지표를 종합한 ‘하위 기사 현황’ 등이다. 협력업체는 이 모든 사항에 대해 기사에게 ‘이유’를 파악한 뒤 보고하도록 한다. 또한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을 해고하도록 협력업체에 지시하기도 한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타다에서 관리하는 지표가 계속 늘었다. 협력업체는 기사들이 현장에서 뭘 했는지도 모르고, 고객이 어떻게 항의했는지도 알 수 없다. 기사들이 억울한 상황이 없는 것도 아닌데, 타다에서 자르라고 하면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는 원청과 하청의 계약관계가 위장도급인지 노동자 파견인지를 판단할 때, 원청(타다)이 하청(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직간접으로 지휘·감독을 하는지, 하청의 사업이 원청에 실질적으로 편입되는지, 하청이 노동자의 교육훈련·근태 등에 독자적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지, 하청이 계약 목적을 이루기 위해 독자적인 조직이나 설비를 갖고 있는지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비추면, 프리랜서 기사들이 ‘자영업자’가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함을, 또한 쏘카와 협력업체의 계약관계가 도급이 아닌 ‘노동자 파견’, 즉 위장도급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타다는 협력업체와 기사들에게 한 지휘·감독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일 뿐, 불법파견은 아니라고 한다. 박재욱 대표는 언론이 불법파견의 근거로 기사 음주운전 여부, 복장 체크 보고를 받은 사실과 관련해 “협력업체에 ‘부탁’해 음주운전 측정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 왜 불법파견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나 타다가 관리하는 것은 고객 서비스 내용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매출이 전체 평균에 견줘 낮은 기사를 ‘저성과자’로 분류한 뒤 협력업체에 왜 매출이 적은지 기사와 면담하고 보고하게 했다. 안정적인 서비스와 관련이 없을뿐더러, 위장도급 판단 근거인 ‘사업의 편입’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타다가 매출을 얼마 올리건 상관없이 용역대금을 받지만 차량을 적게 배정해줄까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문제 예시에 협력업체 로고 넣어 ‘각색’
타다는 스스로 ‘위장도급’을 리스크(위험 요인)로 인식해 이에 대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관계자의 말과 자료를 종합하면, 타다는 채용을 위한 필기시험 문제 예시와 기사 교육용 자료를 내려보낸 뒤, 협력업체 로고를 집어넣는 등 일부 내용을 “각색”해 작성한 뒤 타다에 다시 보고하도록 했다. 모든 협력업체에서 동일한 자료를 사용하면 위장도급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7월 타다 기사들이 단체대화방에서 승객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뒤, 기사 대상 교육을 진행하며 타다와 협력업체가 맺은 계약서에는 “본건 교육 수행이 ‘갑’(VCNC)이 드라이버에 대한 직접 업무 지시나 교육이 되지 않도록 상호 협조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렇다면 타다는 불법파견으로 처벌될까? 이는 전적으로 고용노동부, 검찰의 의지에 달렸다. 검찰은 10월28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의 무허가 여객운송사업 혐의로 기소했다. 타다가 렌터카 대여사업이 아니라, 운전용역과 차량을 동시에 제공하는 유상운송행위, 즉 여객운송사업을 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노동자성 판단과 프리랜서 불법파견을 수사하는 것은 여객법 위반과는 관련이 없다. 현재 고용부는 5월 파견법 위반 관련 진정을 접수한 뒤 조사에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 타다는 “렌터카 사업자인 쏘카가 기사를 고용하면 여객운송사업이 된다. 기사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통해 기사를 공급받는 것이다. 우리는 기사를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여객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고용형태가 위장도급이어도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타다는 600명의 파견노동자(근로기준법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고, 파견법상 2년 뒤 직접고용을 해야 하지만 이들도 “고용할 수 없다”고 밝힌다.
‘운영 효율화’로 감춰진 ‘해고’
그러나 정부나 사법부가 타다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고용형태가 유지된다면, 타다 기사들은 다음의 권리를 누릴 수 없게 된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주 1회 발생하는 주휴수당, 월 1일 발생하는 유급연차휴가(수당), 6개월 이상 근무했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 권한, 일하다 다쳤을 때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산재보험 가입 권한, 국민연금·건강보험 가입 권한, 1년을 채운 경우 퇴직금 등이다. 해고로부터 보호받는 것도 중요한 권리다. 타다는 10월 ‘운영 효율화’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운행을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해고’당했다. 타다 기사가 누리지 못한 그 권리만큼,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는 타다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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