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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국 당신의 조국

‘서초동 촛불’은 ‘2016년 촛불’의 여러 분화를 보여주는 2019년 진보의 단층
등록 2019-10-05 15:59 수정 2020-05-15 20:24
9월28일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사이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검찰개혁’이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을 옮기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9월28일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사이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우고 ‘검찰개혁’이라고 적힌 대형 펼침막을 옮기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8월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뒤 학교, 집,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조국 대전’이 벌어졌다. 인사청문회 전후로 제기된 조국 법무부 장관에 관한 여러 의혹을 두고 세대와 계층, 정치적 견해에 따라 ‘나의 조국’과 ‘당신의 조국’으로 갈렸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타임라인이나 단체대화방에서 조국 지지·반대로 갈라지는 상황에 피로를 호소하는 이도 늘어갔다. 독자편집위원회3.0(독편3.0) 단체대화방도 끓어올랐다. <한겨레21>을 포함한 언론이 ‘조국 사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비판을 시작으로 조국 장관에 대한 각자의 생각이 앞다퉈 터져나왔다.

“이게 나라냐” “이게 검찰이냐”

물론 갈등은 ‘민주주의 동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조국의 시간’은 헛된 시간만은 아니었다. ‘조국’이라는 인물을 두고 고위 공직자의 자격, 교육 공정성, 특권 대물림,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특권 등 우리 사회가 가진 고질적·구조적 문제가 터져나오며 공론화가 진행됐다. 미국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저서 <절반의 인민주권>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긍정성에 주목하고, 갈등 범위를 확대하는 ‘갈등의 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적 영역의 갈등을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공적인 논의로 전환해야 사회적 약자와 시민들의 주권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갈등을 공적 논의로 전환하는 것이 정치의 기능이고 그 주체가 정당이라는 게 샤츠슈나이더의 견해다. 그에 따르면 정당은 갈등의 우선순위를 정해 관리·조정해야 한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의회정치’는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치킨게임’을 이어갔고 그 과정에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개입하는 길을 열었다. 검찰은 전례 없이 인사청문회 이전에 조국 장관 의혹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실행했고, 갈등 구도를 ‘조국 대 윤석열’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촛불이 돌아왔다. 2016년 겨울처럼 2019년 가을도 의회정치가 사라진 땅에서 불씨가 타올랐다. 9월28일 서울 서초동 일대에 ‘촛불의 판’을 깐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200만 명이 왔다고 주장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공식화했다. 자유한국당은 “3만5천 명에서 5만 명이 합리적인 추정”(나경원 원내대표)이라며 촛불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 동시에 10월3일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워 조국 장관 사퇴와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범보수 집회를 열고 ‘세 대결’에 나섰다.

분명한 사실은 ‘조국 수호’ ‘검찰개혁’이라고 쓴 손팻말을 든 촛불 물결이 2016~2017년 이후 최대라는 것이다. 정부도, 국회도, 검찰도, 언론도 모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게 나라냐”를 외쳤던 시민들이 “이게 검찰이냐”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물론 촛불 한쪽에는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가 담긴 3년 전 촛불의 에너지가 ‘조국 수호’로 수렴되는 것에 불편해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 두 달여 동안 시민들은 조국 사태를 지켜보며 어떤 판단을 내린 것일까.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충분한 시간과 차분한 분석이 필요하다. 먼저 <한겨레21>은 질문에 답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2016년 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던 이들을 소환했다. <한겨레21>의 적극적 독자이면서 촛불의 주체이기도 한 독편3.0 참여자들을 인터뷰했다. 또 집회 현장에서 만나거나, 청년 단체가 소개한 이들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11명(독편3.0 6명)은 20대 초반부터 60대 후반 사이로 민주당과 정의당을 지지하거나, 스스로 무당파(중도층)라고 하는 이들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나 계속 지지할지를 고민하는 이도 있었다. ‘서초동 촛불’에 참여했거나 이후 집회에 참여할 의사를 가진 이도 있고, 서초동 촛불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도 있다.

9월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도로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파도를 만들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왼쪽). 10월3일 서울시청 방향에서 바라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자유한국당, 범보수단체, 기독교단체 등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9월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 도로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파도를 만들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왼쪽). 10월3일 서울시청 방향에서 바라본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자유한국당, 범보수단체, 기독교단체 등이 집회를 열고 있다. 한겨레 이정아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개싸움국민운동’으로 시작된 깃발 없는 개인들

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려면 먼저 서초동 촛불을 주도한 이들과 촛불이 타오른 경위를 짚어봐야 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던 촛불집회는 진보·보수를 망라한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기구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이 주도했다. 노동조합, 소수자 단체, 시민사회단체의 ‘깃발’과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어우러져 광화문 일대를 촛불로 메웠다.

2019년 촛불은 기존 시민사회단체가 주도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서초동 촛불을 주도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지속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포털 사이트 다음 카페에 만든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싸움은 국민이 할 테니 정부는 당당한 외교를 하라’는 취지·10월3일 현재 회원 3만6천여 명)에서 시작됐다.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9월6일 밤, 검찰이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기소하자 회원들 사이에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고 이에 스스로 시민연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9월16일 서초동에서 ‘제1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시민연대는 시민들이 1차 집회에는 500명, 2차 700명, 3차·4차 1천 명, 5차 3천 명, 6차 3만5천 명, 7차(9월28일) 150만~200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한다.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9월23일), 조국 장관-압수수색 검사 통화 야당 의원 폭로(9월26일), 문재인 대통령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 발표(9월27일) 등이 있었던 시기다. 김태현 시민연대 대표는 <한겨레21>에 “시민연대가 주최한 게 아니라 판만 깔았을 뿐이고, 유튜브를 보고 분노를 느끼는 개개인이 참여했다.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지 않았다”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했다. 그는 참여한 이들에 대해 “‘진보’가 아니라 ‘민주시민’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뜻에 공감한 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9월28일 집회에선 정당, 시민사회단체 깃발이 눈에 띄지 않았다.

서초동 촛불은 2016년 촛불의 열망이 문재인 정부에 어떤 기대를 했고 현재 그 기대가 단일하게 지속되고 있는지, 분화됐는지 살펴보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2016년 촛불을 든 이유에 대해 “정상적인 국가 모습이 아니다”(임지원·37·프리랜서 편집자), “불합리하고 이상한 상황에 대한 분노, 선출된 권력이 권력을 올바르게 쓰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정아무개·31·연구원), “나라를 바로 세우려고”(김인수·69·자영업),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과 분노”(성명희·51·교사) 등으로 답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대부분 “정상국가 복원”이라는 열망을 나타냈다. 2016년 촛불에 대한 평가는 여러 시각이 존재하지만 인터뷰이들의 응답은 다음 분석과 연결된다. “촛불시위는 민주주의 측면에서 볼 때 미래지향적 운동이라기보다 87년 민주화 체제를 제대로 실시하자는 운동이었다. (…) 그래서 이 시위는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책임정치를 실현하자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이것은 껍데기만의 87년 민주화, 민주헌법의 정신을 지키자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 시위의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민주주의의 한 걸음 진전에 대해 눈을 떴다.”(‘견고한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의 촛불시위’,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즉 ‘촛불연합’은 ‘헌법상의 정상국가 복원’이라는 기본 전제를 공유하며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국가 복원을 위한 ‘적폐 청산’과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통한 ‘새로운 나라의 설계’라는 두 가지 요구가 자라났다. 이는 고스란히 문재인 정부에 투영됐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폭넓은 지지층 확보를 위해 두 요구 모두에 부응하는 데 힘을 써온 모습이다. 누적된 적폐 청산을 지속적으로 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등을 추진했다. 집권 초기 공직 후보자 임명에서도 불법이 아니라도 여론이 악화할 경우 임명하지 않았고,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에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설득과 사과를 하며 여론에 반응했다.

‘11시간 압수수색’ ‘자장면’ ‘일기장’이 자극

그러나 조국 장관 임명에 결사 항전 태세를 보인 보수야당과 검찰이 ‘선수’로 싸움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응하는 문재인 정부의 저울은 적폐 청산에 기운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 촛불은 이 흐름에 조응했다. 정상국가 복원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기회와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검찰·보수야당·언론을 ‘적폐’와 ‘기득권’으로 규정한 이들이 서초동 앞을 찾았다.

“문재인 정부는 법대로 절차대로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설사 판단이 잘못된 게 있을 수도 있고, 사람이 하는 일이라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가 운영을 법대로 절차대로 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가 있습니다.”(임지원)

“대통령 한 명 바뀐다고 순식간에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한번에 모든 게 바뀐다면 독재죠.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에요. 대통령 한 명이 어떻게 다 해결할 수 있나요. 행정부나 국회가 같이 움직여야 하잖아요.”(익명의 50대 후반·교직 퇴직)

조국 장관과 같은 세대나 비슷한 계층에 속한 이들은 조 장관의 자녀 교육 문제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 “10여 년 전 학제에서 그럴 수 있다. 잘했다고 인정할 수 없지만 조국 장관은 유리한 환경을 잘 활용한 것으로, 불법은 아니지 않나. 지금 기준으로 10년 전을 보는 것은 착시 효과다”(아이디 새출발·50대 후반), “주식 투자 경험이 있어 (사모펀드 투자가) 이해가 됐다. 조국 장관과 상관이 있다기보다 사촌조카에게 속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정현숙·52)고 생각하며 서초동 촛불에 참여했다.

하지만 서초동 촛불에 참여하거나 지지하는 이들이 모두 조국 장관 개인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조국 장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고, 가진 자들의 특권이 드러나서 실망이 컸다”(정아무개·31·연구원), “나와 비슷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너무 다른 조국 장관을 보며 조국이라는 개인에 실망하기보다, 사회계층 차이를 심화하는 우리나라 사회구조에 실망했다”(박서진·33·자영업)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서초동 촛불로 연대하는 데 강한 영향을 끼친 것은 과도하고 무리한 수사로 평가받는 검찰의 행보였다. 특히 ‘11시간 압수수색’ ‘자장면’(압수수색 당시 검찰이 자장면을 시켜먹었다는 것으로 논란이 되자, 검찰은 조국 장관 가족의 권유로 한식을 시켜먹었다고 밝힘)이 방아쇠를 당겼다. “11시간 압수수색하며 딸 일기장도 가져가려고 했다는 사실에 나라도 나가서 촛불 하나 들자고 생각했어요.”(정현숙)

이와 함께 검찰의 계속되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을 서초동 촛불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선출된 권력에 도전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조국 장관에게 흠결이 있더라도 정상국가를 위해 검찰개혁이 엄중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 조국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와 “검찰 수사는 위헌적 쿠데타나 마찬가지”(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유명 인사들의 발언이 서초동 촛불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기를 바란다”는 메시지(9월27일)는 서초동 촛불에 주요 동력이 됐다.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하러 떠났을 때(9월23일)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익명의 50대 후반)

“‘논두렁 시계’에 대해 관련자들이 처벌을 받았나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돌아가시고… 전 국민이 검찰에 속은 거잖아요. 조국 장관 사건도 사실이 아닌 게 혼재됐을 텐데 나중에 검찰이 책임을 질까요? 조국, 민주당 지지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공무원인 검찰이 법적 절차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수사를 밀어붙이는 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에요.”(임지원)

“조국 장관이 사퇴한다면 검찰을 건드리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뼈아픈 경험을 또 얻을 것 같아요. 조 장관의 의혹과 검찰개혁을 두고 덧셈·뺄셈 했을 때, 검찰개혁을 하지 않는 게 더 큰 불행일 것 같아요.”(정아무개)

“지금 검찰은 과거 안기부가 힘을 휘두르는 느낌이 들어요. ‘우리가 칼만 들이대면 다 죽는다’? 대통령도 눈 아래로 보는 것 같은데 법무부 장관쯤이야 가소롭게 보는 것 같고 이게 겁이 나더라고요.”(아이디 새출발)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3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이 9월30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제2기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 백소아 기자

20대 젊은층의 참여 적어

결국 문재인 정부 핵심 지지자와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이들이 서초동 촛불 바다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생각이 뒤섞였지만 촛불이 딛고 있는 토양에는 ‘논두렁 시계’로 상징되는 ‘노무현 트라우마’와 이를 조국 장관과 문 대통령에게 투영하는 심리가 흐른다. 검찰개혁이라는 구호는 ‘조국 수호’와 ‘문 대통령 지키기’와 등식을 이룬다. “논두렁 시계… 그때 실수했잖아요. 지켰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다들 있을 겁니다.”(김인수)

이 흐름이 지속하며 조국 사태로 드러난 다양한 문제가 적폐 청산의 하나인 검찰개혁으로 모이고 있지만 2016년 촛불의 요구는 분명 두 가지였다. ‘새로운 나라’에 대한 열망을 가진 이들은 서초동 촛불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촛불연합’에서 분화되고 있다. 당장 참여연대, 정의당 등 ‘범진보 진영’에서 조국 사태와 검찰개혁을 두고 이견을 노출했다. 2016년 촛불을 들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최아무개(33·간호사)씨는 2016년 촛불에 적극 참여했고, 문재인 정부에 지지를 보내며 조국 장관에 대해서도 “적당한 흠결은 있을 수 있고, 진보 인사에게만 너무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서초동 촛불에 대해 “나란히 서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개혁에 동의하지만 (나는 조국이 아닌데) ‘나는 조국이다’ ‘조국 수호’라는 구호에는 동의가 안 돼요.”

그는 조국 장관이 자녀 교육과 사모펀드 의혹에 “잘 몰랐다”는 태도를 보인 것과 이를 감싸는 사회 분위기에 실망했다. 조국 사태로 드러난 계급 구조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조건 감싸려고 하면서 우리 사회의 도덕의식이 다 같이 낮아지는 것 같아요. 직면하고 싶지 않던 상류층의 현실이 조국 장관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했고요.” 비정규직 경험이 있는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를 예로 들면 정부는 가이드라인만 던져주고 시민들보고 알아서 하라는 식인 것 같다. 촛불이 위임한 권한으로 이거밖에 할 수 없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촛불은 20대 젊은층의 참여가 적은 편이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2016년 촛불에 참여했던 박아무개(21·대학생)씨는 2017년 초 민주당원이 되고 새 정부에 기대를 걸었다. 서초동 촛불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그는 “조국 장관 딸도 열심히 노력했겠지만 일반인 눈에는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물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무개(20·고등학생 때 2016년 촛불 참여)씨는 “문 대통령이 한 번도 만들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경제 문제도 그렇고 지금 논란도 그렇고 기대와 멀어지는 듯해 아쉽다”고 했다. 두 사람은 “검찰 수사가 과도해 보이고 검찰개혁도 필요하지만 의혹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10월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장관 관련 증인 채택을 요구하다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모두 퇴장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10월2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조국 장관 관련 증인 채택을 요구하다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모두 퇴장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조국 사태, 그리고 진통과 상처

이들이 던지는 질문은 하나였다. 서초동 촛불과 간극이 크다. “검찰개혁에 필요한 게 한 사람만은 아니잖아요. 검찰개혁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최아무개) “왜 조국 장관만이 검찰개혁의 적임자죠?”(박아무개) “조국 장관 아니면 개혁이 안 된다는 인식은 어디에서 출발한 건가요?”(김아무개)

검찰개혁을 지지한다는 박서진(33·자영업)씨는 촛불 속에 ‘서로의 다름’이 한 번은 터질 문제였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진보 인사 누군가의 ‘사태’로 한 번은 벌어질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 촛불집회를 함께했던 사람들 안에도 존재하는 사회적 계층 구조의 모순을 깨닫고,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이 다름을 앎으로써 2016년 촛불집회에서 한 발짝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물론 많은 진통과 상처가 있겠지만요.”

문제는 다시 정치다. 검찰개혁이란 시대적 과제를 흘려보낼 수 없게 됐다. 조국 사태로 생겨난 사회의 ‘진통과 상처’도 다독여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세 대결’에 매달리고 있다. 여당은 서초동 촛불에 의미 부여를 이어갔고, 자유한국당은 10월3일 집회 참석 인원을 “300만 명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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