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영 제공
문제는 편리함을 이유로 외면해온 플라스틱의 재앙이 점점 현실화한다는 것이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한 해 3억4800만t(2017년 기준)으로 추정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외국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1950년 150만t이던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50년에 11억240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 규모로 생산된 플라스틱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1950~2015년 플라스틱 누적생산량은 8억3천만t으로 이 가운데 4억9천만t(59%)이 쓰레기로 매립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짐작된다. 플라스틱을 삼켜 죽는 거북이와 물고기는 지금도 세계 바다 곳곳에서 꾸준히 발견된다.
지난해 11월 은 제1239호 ‘독자의 발제가 표지가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독자편집위원회(독편)3.0 중간보고를 하며 독자 표지공모제의 출발을 알렸다. 당시 독자들은 표지에서 가장 보고 싶은 주제로 ‘일회용품의 나비효과’를 꼽았고, 내부 회의를 거쳐 ‘플라스틱 로드’로 구체화했다. 나날이 쌓이는 플라스틱 문제를 편리하다는 이유로 더는 외면할 수 없다는 독자들의 의지가 담겼다.
의 내부 사정으로 3월 초(제1251호)에야 플라스틱 로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전자우편과 독편3.0 단체대화방을 통해 의견을 주신 분들은 25명이다. ‘ 플라스틱 로드’ 단체대화방에 참여해 기획부터 취재, 기사 작성까지 함께하신 분은 13명이다.
든든한 25명의 ‘동료’와 머리를 맞댔다. 제1265호 표지이야기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과 독자들의 끈끈한 연대로 이뤄진 결과물이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곽민희·손승희·이삼식·정유리·장인숙·조배원·지윤정 등 ‘ 플라스틱 로드’ 참여 독자 25명
작년 7월 ‘세계 비닐 없는 날’을 맞아 마포구 소재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특별한 ‘액션’이 펼쳐졌다. 장을 보고 나면 수북이 쌓이는 플라스틱 포장 쓰레기에 화난 시민들이 ‘플라스틱 어택’을 하며 ‘알맹이만 사고 싶다!’, ‘쓰레기는 사고 싶지 않다!’고 외친 것. 시민들은 각자 가지고 온 다회용기에 채소며 과자며 내용물만 옮겨 담고 카트에 벗겨낸 포장 쓰레기들을 쌓는 퍼포먼스를 했다.
유리 용기든 스테인리스 용기든 밀랍 랩이든 그 모양과 재질은 제각각이지만 ‘지구를 위한 용기’를 늘 가지고 다니며 쓰레기 없는 생활을 하는 시민들이 플라스틱 어택을 했던 이유는 딱 하나다. 사자마자 곧장 버려지는 포장 쓰레기를 없애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여러 형태의 마켓이 존재한다. 위생이나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일회용품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에서 포장을 벗기는 과감한 시도는 허례허식을 벗어던지겠다는 도전과 일맥상통한다.
4월14일 찾은 서울 종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농부시장 마르쉐’는 예전부터 일회용 식기를 제공하지 않고 개인 그릇을 챙겨오라고 사람들을 ‘귀찮게’ 하던 시장이다. 언뜻 불편해 보이고 귀찮게 느껴지던 이 요청은 이제 당연한 요구가 되어 시민들도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온갖 푸성귀를 비닐이 아닌 백팩이나 장바구니에 담는 모습은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오히려 장을 보고나서 처리해야 할 포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으니 결과적으로 귀찮거나 불편하지 않다는 게 마르쉐를 이용해본 소감이다.
이날 마르쉐에는 알맹이만 파는 시장에 도전하는 ‘알맹@망원시장’ 활동가들이 팝업 세제샵을 열기도 했다. 개인 용기를 가지고 오면 주방세제, 세탁세제를 내용물만 담아 살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이 간절히 필요한 이유는 ‘리필용 세제’의 패키지가 어떤 모양인지 떠올리면 쉽게 납득할 수 있다. 대부분 세제류가 담긴 포장재는 플라스틱이다. 이 용기를 계속 쓰기 위해 ‘리필용 세제’를 팔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리필용 세제를 담는 포장재 또한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을 재사용하기 위해 다른 플라스틱을 소비하게 만드는 이 ‘리필’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가짜 리필이다. 우리에겐 재활용보다 ‘재사용’ 시스템이 필요하다.
5월25일 찾은 상도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샵 지구는 포장 없는 물건, 플라스틱 오염과 거리가 먼 친환경 아이템들을 살 수 있는 가게이다. 지구에 진열된 제품들은 말을 건다. 불편해도 괜찮다고. 아크릴 같은 합성 섬유 수세미 대신 태양과 바람으로 건조해 만든 천연 수세미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가지각색의 천 주머니는 어떤 걸 플라스틱 포장 없이 담을 수 있을까, 내용물의 모양을 상상하게 한다. 내가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벌크 판매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유용한 시스템이다.
쓰레기 대란 이후, 정부의 정책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순환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원칙 중 재활용보다 엄연히 더 앞단계에 존재하는 ‘재사용’로드맵이 필요하다. 하나의 물건으로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것 또한 의외의 즐거움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텀블러에 떡볶이를 담아 먹고 인증하는 제로 웨이스트 문화가 즐겁다. 필요한 물건을 포장 없이 구매할 때 선택하게 되는 포장재의 다양한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제로 웨이스트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쓰레기 없는 삶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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