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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카요카, 요카요카, 요카요카…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성인 히키코모리 지원센터를 가다
등록 2019-05-22 11:32 수정 2020-05-03 04:29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히키코모리 지원센터인 ‘요카요카’ 내·외부 모습. 요카요카센터 제공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히키코모리 지원센터인 ‘요카요카’ 내·외부 모습. 요카요카센터 제공

지난해 11월, 일본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지원 시스템을 견학하러 후쿠오카를 찾았다. 한국에서 사회불안 자조모임과 은둔형 외톨이 부모모임을 진행하고 있었기에, 한국보다 앞서 이 문제를 겪었던 일본의 지원 체계를 배우고 싶었다.

일본어를 못했지만, 무턱대고 후쿠오카 시청 보건과에 방문해서 서툰 영어로 도움을 청했다. 담당자는 미리 공문을 보내고 방문해야 한다고 곤란해하면서도, 친절하게 참고 자료도 주고 시에서 운영하는 히키코모리성인지원센터 책임자 혼다 요코 박사와 약속을 잡아주었다.

시청 방문 이틀 뒤, 아카사카 지하철역 가까이에 있는 요카요카(‘있는 그대로 괜찮다’라는 뜻)센터를 찾아갔다. 2010년 10월23일 문을 연 이곳은 후쿠오카시 성인 히키코모리 지원센터로, 시 정신보건복지센터에서 관할하고 민간비영리단체(NPO) JACFA가 운영하고 있었다.

심리상담에서 자조모임 지원까지

센터에서는 정신과 의사인 혼다 박사를 포함해 사회복지사, 정신보건복지사, 임상심리사 등 전문 요원 7명이 일하고 있었다.

센터 서비스는 심리상담과 그룹 프로그램 운영, 자조모임 지원이다. 심리상담은 전화(48%)와 내방(47%) 상담 위주고 가정방문(4%)도 한다. 내담자의 구성은 본인(56%), 부모(37%), 형제자매(2.4%) 순이다.

이용자 성비는 대략 남녀 2 대 1로 남성 히키코모리가 많은 점이 흥미로웠다. 혼다 박사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일본 남성들은 여성보다 높은 사회적 기대를 받으며, 힘든 일을 하고, 돈을 더 많이 벌고, 승진도 잘하고, 대인관계 역량도 높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둘째, 일본 남성들은 도움을 청하지 않고 혼자 어려운 상황을 감당하는 특성이 있는데, 일본 사회에서 남성 자살률이 여성의 2배가 넘는 이유와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센터 상담은 초기 대상자 발굴에서 취업 지원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초기 단계로 부모 상담과 가정방문이 진행되고, 당사자에게는 전화상담이나 내방상담을 권유한다. 당사자 특성상 대부분 전화상담을 먼저 시작하고 점차 센터 내방상담과 주간 프로그램, 그리고 자조모임 참가로 나아간다.

센터 주간 프로그램은 펜글씨 쓰기, 네일아트, 뜨개질, 영어 회화 등이 평일 오후 시간에 개설돼 있다. 당사자 자조모임도 지원하는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둘쨋주 수요일에 차모임, 요리, 산책, 텃밭 가꾸기 등을 한다. 이 활동들의 내용은 소식지(yokayoka-room.net/studious.html)에 실린다.

부모모임도 센터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고통받는 당사자들을 제외하면, 이들의 가족, 누구보다 부모만큼 고통받는 이도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을 걷는 마음이고 숱한 밤을 눈물로 지새운다. 그렇게 애태우고 발만 동동거리다 부모모임에 나오면서 희망을 얻는다. 나보다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이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경험담과 노하우를 들으면서 대처할 방안을 찾고 마음이 안정된다.

은둔형 외톨이 대부분은 병원이나 상담소에 나와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아, 부모나 다른 가족 교육이 중요하다. 이런 교육을 하는 곳이 한국에선 2곳뿐인데, 일본은 후쿠오카에만 큰 부모모임이 두 개 있고, 작은 규모의 부모모임은 여러 개 있다고 한다. 이 모임들은 전국의 부모들과 연결돼, 히키코모리 지원 역사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비영리 지원단체나 사회적기업을 만들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도 촉구한다. 현이나 시의 히키코모리 지원센터들이 이 모임을 지원하는데, 이 점이 한국에서도 가장 서둘러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40~64살 히키코모리 약 31만 명”

이외에 후쿠오카시 청소년 히키코모리 센터, 후쿠오카현 히키코모리 센터, 기타큐슈시 히키코모리 지역지원센터가 있고, 후쿠오카시 정신보건복지센터와 아동상담센터에서도 히키코모리 상담을 하고 있다. 시 정신보건복지센터에서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전화상담을, 한 달에 한 번 정신과 의사 상담을, 1년에 5번 가족 단위 프로그램 운영을, 해당 전문가 교육도 16번을 한다. 더불어 공립대학 부설 히키코모리 대안학교와 상담센터, 연구소, 취업지원기관, 생활자립센터 등 많은 곳이 히키코모리를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정부와 민간 등 다양한 기관과 주체들이 히키코모리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그만큼 이 사안이 일본에서는 심각하고 광범위한 문제임을 알 수 있었다. 최근 혼다 박사에게 현재 일본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시 물었는데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일본 내각에서는 40~64살 히키코모리를 조사했다. 그 결과가 지난 3월에 나왔는데 약 61만 명으로 추산(다른 비슷한 조사에서 15~39살 히키코모리 54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70%가 남성이며, 50%가 7년 이상을 히키코모리로 생활하고 있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과거 청년이었던 히키코모리가 이제 50대가 되었고, 80대가 된 그들의 부모가 자신의 연금으로 이들을 부양하는 상황이다. 노령화 사회 시대에 자녀 부양 부담까지 떠안은 일본 사회는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치유 공동체를 만들려면

센터 견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부모모임 참가자들과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 나눴다. 최근에는 청년재단에서도 관심을 보이며 그동안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고민해온 전문가와 부모를 초청해 함께 논의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아직 실태 조사도 없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거의 없지만, 멀리는 제주도나 부산에서도 기차를 타고 와 모임에 참여하는 부모들의 열정은 일본 못지않다. 여기에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이 더해지고 우리보다 먼저 이 문제를 겪은 일본의 경험을 참고한다면 더 나은 지원 체계와 치유 공동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박대령 이아당 심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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