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1층 카페, 각자 외롭게 보훈단체 개혁을 외치던 이들이 한데 모였다. 김덕남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이 재판 받는 날에 맞춰 모임 날짜를 잡았다. 이른바 ‘상이군경회 대명사업 피해자’ 몇몇도 함께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어렵지 않게 하나로 모였다. 너무나 황당한 불합리를 겪은 이들이라,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졌고 결론에도 쉽게 도달했다.
세 가지 행동 목표 도출김교복 상이군경회 개혁추진위원장과 소민윤 총무는 20년째 김덕남 회장의 비리를 추적하고 있다. 두 사람은 김 회장 재판 때마다 현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지방에서 서울로 온다. 배상환 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 적폐청산위원장은 10년 이상 전우회의 건강성을 회복하자고 전국을 휘젓고 다닌다. 박금구 특수임무유공자회(이하 특임) 비상대책위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특임 개혁에 온전히 인생을 바쳤다. 돈과 시간을 다 쏟아부었다.
“선배님들, 세 가지 뜻을 모으자. 총대는 젊은 내가 메겠다.” 상대적으로 젊은 박 대표가 미리 생각을 준비해온 듯 열변을 토했다. 박 대표의 제안을 토대로 세 보훈단체의 개혁 세력 대표들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세 가지 행동 목표를 세웠다.
첫째, 보훈단체의 수익사업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수익사업을 한데 모아 보훈처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궁리해봤지만, 그 또한 다른 형태의 비리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일부 지적에 다들 공감했다. 보훈단체들의 기득권인 수익사업을 전면 폐지하자는 쪽으로, 아주 확실하게 나가자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는 “결국 돈이 독이 되더라”고 통탄하면서, “동료와 선후배 사이를 찢어놓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둘째, 회장 직선제를 도입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상이군경회와 전우회는 1인 또는 소수 장기집권의 폐해를 톡톡히 겪었다. 특임 또한 회장이 자기 사람을 대의원으로 심고, 조직을 사유화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금처럼 회장이 지명하는 대의원이 다시 회장을 뽑거나, 회장이나 사무총장이 팩스 한 장으로 지부장·지회장을 쫓아내는 반민주적인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보훈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부 민주화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청와대 앞 공동 집회 예정셋째, 보훈단체 전담수사단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하기로 했다. 보훈단체 회장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면 뭉개거나 경찰로 내려보내는 일을 숱하게 겪었다. 경찰에선 차일피일 시간을 끌다가 유야무야 없던 일로 만들어버렸다. 보훈단체들은 강력한 로비 네트워크를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금으로 유명 로펌의 지원을 받는다. 이들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보훈단체 전담수사팀을 꼭 설치해야 한다”고 간절하게 입을 모았다.
이들은 머지않아 청와대 앞에서 공동 집회를 열기로 했다. 그 자리에서 진정한 보훈단체 개혁을 위한 3대 제안을 외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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