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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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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넘치는 강북 예산 많은 강남

전체 복지 예산 차는 크지 않지만 자체 예산은 최대 4배 차이
등록 2019-04-08 09:24 수정 2020-05-03 04:29

질문 1. 서울시 강남구·종로구·동작구에는 있지만 양천구·관악구·구로구에 없는 것은? 주관식으로 답하시오.

정답은 첫째 자녀에게 주는 ‘출산장려지원금’ 또는 ‘출산축하금’이다. ‘출산양육지원금’도 복수 정답으로 인정한다.

질문 2. 다음 중 둘째 자녀에 대한 출산장려지원금이 가장 많은 서울시 자치구는?(복수 정답)

① 강남구 ② 종로구 ③ 광진구 ④ 강동구 ⑤ 중구

정답은 ② 종로구 ⑤ 중구다. 이들 지역은 둘째 자녀에게 100만원을 준다. 강남구는 50만원, 광진구는 30만원, 강동구는 20만원을 지원한다.

재정 튼튼하면 복지 수준도 높아

출산장려금을 두고도 서울시 자치구 간에 이런 차이가 나타난다. 물론 몇십만원으로 출산이 장려되고 양육이 지원되리라 생각하는 시민은 없다. 그러나 10만원, 100만원은 누군가에게는 정말 보탬이 되는 돈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내 출산을 우리 구가 함께 축하해주는구나’ 하고 복지 효능감을 느끼게 하는 돈일 수도 있다.

출산장려금은 하나의 사례다. 서울연구원 김승연 부연구위원의 도움을 받아 이 2017년 기준 통계청과 서울시 통계를 활용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복지를 살펴본 결과 수요·공급에서 격차가 발견됐다. 일단 복지 수요는 동북권에 몰려 있다. 전체 인구 대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수의 비중은 강북(4.6%)·노원(4.3%)·중랑(3.7%) 등에서 평균치(2.6%)를 크게 웃돌았다. 차상위계층·장애인·독거노인 비중 역시 비슷한 지도가 그려졌다. 이외에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관악·광진구, 홀로 사는 노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강북·중구였다.

그러나 복지를 공급하는 재정 여력 지도의 그림은 전혀 달랐다. 지방정부가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재정자립도(지방자치단체의 전체 재원에서 자체 재원의 비율)는 강남(74.57%)·서초(65.45%) 등 동남권과 중구(61.7%)·종로(51.35%) 등 도심권에서 월등하게 높았다. 반면 복지 수요가 가장 많은 노원(23.03%)·강북(25.56%)은 오히려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아 강남·중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복지 수요와 공급 여력의 미스매치(불균형)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재정자립도와 복지 지출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나 뚜렷한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정 여력 외에 지방자치단체장의 성향과 의지, 아동·노인 인구 구성 등 정치적·비정치적 요인이 복합한 결과로 지자체 고유의 자체 사업(국고보조 없이 지자체 재원으로 이뤄지는 사업)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선 대체적으로 재정이 튼튼하면 복지 수준도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노인·영유아 등 복지 대상 인구 1인당 전체 사회복지예산(국고보조사업+자체 복지사업)은 상대적으로 부자 동네인 종로·중구와 재정이 넉넉지 않은 금천구에서 가장 많았지만, 1등과 25등의 격차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자체 복지 예산의 경우 중구(32만8천원)·종로(28만8천원)·서초(25만8천원)에선 복지 대상 인구 1인당 1년에 평균치(16만8천원)보다 10만원 안팎을 웃도는 예산을 들이는 반면, 노원(8만1천원)·서대문(8만9천원)·중랑(9만원)은 10만원에 못 미쳤다.

강남, 노인 복지 높은데 보육시설은 부족

삶의 질에는 복지 수준 외에 일자리·주거환경·치안·교육환경 등 사회경제적 여건이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복지 수준마저 불평등하다면, 소득재분배는 더욱 악화되고 취약계층의 생활은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돈이 많아서 복지에 상대적으로 돈을 많이 쓰는 동남권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이 가장 낮다.

재정 건전성이 높다고 모든 분야에 돈을 더 많이 쓰지는 않았다. 저소득층 1인당 공공부조 예산(국고보조사업과 자체 복지사업 예산의 합계)과 장애인 1인당 복지 예산은 종로·강남·서초 등 이른바 부자 동네에서 많다. 그러나 영유아 1인당 보육 예산과 노인 1인당 복지 예산은 서초·강남·송파 등에서 오히려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지역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인 예산은 대개 기초연금으로 80%, 노인 일자리·복지관·경로당 지원금으로 20%가 쓰이는데 강남·서초는 노인의 소득수준이 높아서 기초연금 수급률이 20%대(평균 70%)에 불과하다.

재정 여력이 있는 구에서는 상대적으로 복지 프로그램과 시설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의 면적당 해당 복지 대상 인구수는 서초·강남에서 가장 적었다.

반면 영유아 인구 대비 보육시설 총정원, 유아 인구 대비 유치원 총정원은 오히려 강남·서초·송파에서 가장 부족했다. 보육시설과 유치원의 공급이 적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지역에선 만 0~5살 인구 중 보육시설과 유치원 이용자 수의 비율을 뜻하는 영유아돌봄률, 만 6~18살 인구 중 방과후 학교, 지역아동센터 등을 이용하는 아동 비율을 뜻하는 아동돌봄률은 오히려 가장 낮았다. 김승연 부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고소득 지역에서는 (영어유치원 등) 사적 영역에서 영유아 돌봄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동 돌봄에서도 지역아동센터 등은 보통 저소득 가정에서 이용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많이 하는 고소득 지역에서는 이용율이 낮다.”

지역 간 복지 격차를 줄이는 근본적 방안으로 지자체의 수입원 확대가 첫손에 꼽힌다. 현재 중앙과 지역 간 들어오는 돈(세입)은 8 대 2인데 나가는 돈(세출)은 4 대 6으로 이상한 구조다. 정부의 복지사업이 매년 늘어나는 과정에서 지역이 점점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의 사회복지 사업 중 90% 이상이 국고보조사업이고, 자체 사업은 10%가 채 안 된다.

당장 세목과 세율을 바꾸는 법률 개정이 어렵다면, 적어도 국고보조사업에서 정부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지자체와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현재 국고보조사업의 재정은 중앙과 지역이 공동 부담하는데 분담 비율을 정하는 기준이 없어, 사업과 지자체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선 아동수당이 국비 60%, 시비 28%, 구비 12%, 기초연금은 국비 75.5%, 시비 12.7%, 구비 11.8%가 투입된다.

맞춤형 자체 복지사업 못하는 이유

김 부연구위원은 “지역 간 복지 격차가 나타난다”면서도 “대부분 지자체가 국고보조사업비를 대느라 정작 지역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한 맞춤형 자체 복지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분석했다. 이주하 동국대 교수(행정학)도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하는 국고보조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결국 자체 복지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치단체장이 선거를 고려했을 때 (유권자) 눈에 띄는 (현금) 수당을 도입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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