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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민변 올해 안 국가배상 소송 진행 예정,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단 설치도 요구
등록 2019-03-30 11:39 수정 2020-05-03 04:29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응우옌 티탄(퐁니퐁넛마을)

2018년 4월22일 한국을 찾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59)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한베(한국-베트남)평화재단 등이 진행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진상 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시민법정)에 섰다. 시민법정 소송의 원고로 참여한 응우옌티탄은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시 디엔안구 퐁니 마을 집 주변에서 한국군이 쏜 총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끊어진 장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고 지금까지 부상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다. 당시 가족 5명은 목숨을 잃었고 14살 오빠는 크게 다쳤다. 시민법정 재판부는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대한민국은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배상 기준에 따라 배상금을 지급하고 원고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공식 사과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한국 정부로부터 이러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보인 적이 없다. 응우옌티탄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당장 소멸시효가 문제

4월4일 청와대에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의 청원서를 제출한 그는 올해 안에 민변의 임재성 변호사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소송을 낼 예정이다. 베트남전 피해 당사자가 가해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번에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소송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한다. 임 변호사는 에 “탄 아주머니(응우옌티탄)가 시민법정을 마치고 베트남으로 돌아갔을 때 마을 사람들에게서 ‘그런다고 뭐가 달라졌냐. 한국 정부가 사과했냐’는 반응에 부닥쳤다고 한다. 그는 소송을 통해 국가기관으로부터 피해를 공식 인정받고 싶어 한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법부 판단을 받는 것은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의 분노와 고통을 공론화하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식 재판이 열려도 쉽지 않은 싸움이다. 당장 ‘소멸시효’가 문제될 수 있다. 민사소송인 국가배상소송은 불법행위가 벌어진 날로부터 5년 안에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5년 12월 유엔총회는 “국제법상 범죄를 규정하는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위반과 국제인도법의 심각한 위반에는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기본원칙을 채택했다. 법정에서 소멸시효를 두고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항상 ‘소멸시효’가 논란이 됐다.

소송과 함께 응우옌티탄과 임 변호사는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단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2018년 5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과거사TF’는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 사건의 진상 조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진상 조사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내기도 했다. 피해자들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외면하는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정부가 보이는 태도와 배치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외교부 등이 ‘외교적 이익’ 등을 이유로 진상 조사에 부정적 태도로 나와 청와대도 진상조사단 구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변호사는 “베트남 정부가 공식적인 사과나 배상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피해자들의 활동에도 개입하지 않고 있다”며 “진상 조사가 있어야 우리 정부도 베트남전에 대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 조사가 있어야 정부도 입장 표명할 수 있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참전 군인들은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임 변호사는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참전 군인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전쟁 당시의 불법행위를 확인하는 것은 개별 군인의 잘못을 묻거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참전 군인들의 희생과 고통에 온전한 역사적 평가를 이끌어내는 일이 될 수 있다. 참전 군인들의 고통도 어떻게 해결할지 같이 고민한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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