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부수는 2009년 5만2934부에서 2018년 2만2769부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한국ABC협회 공시 자료). 그동안 을 거친 편집장들 가운데 자책과 자성으로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한 이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반등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고 쪼그라드는 살림살이를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뉴스룸에는 자조의 정서가 마치 공기처럼 머물렀습니다.
지난해 7월 ‘독편3.0’이 출범했고, 류이근 편집장을 중심으로 독자와 직접 소통하면서, 독자들이 뉴스룸의 사정을 먼저 짐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카카오톡으로 전자우편으로 독자엽서로 적잖은 독자가 기꺼이 ‘후원자’가 되겠다고, ‘후원제’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2019년 3월 후원제에 시동을 걸게 된 배경입니다.
은 독자 이상의 ‘후원자’가 되겠다는 이들을 만났습니다. 종이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취급되고, 정론이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시대, 구독료 이상의 후원금을 더 내겠다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사회 위기로 받아들이는 이들은 누구일까요.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조윤영 기자 jyy@hani.co.kr·이재호 기자 ph@hani.co.kr
지난 3월7일 저녁 경북 영천에서 만난 독자 곽성순(55)씨는 ‘잊지 않겠다’는 세월호의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운영하는 치과 진료실의 2019년 탁상달력도, 출퇴근 때 그가 드는 가방도 표지와 똑같이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진료가 없을 때 머무는 원장실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3년상을 치르듯 3년 동안 아침마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향을 살랐다는 작은 향로가 있었다.
“학생들이 희생된 과정과 원인을 밝히는 일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용균씨의 희생과 같은 유사한 일도 계속되고 있잖아요. 왜 아직도 그러냐, 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약한 사람, 어려움을 당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 점점 더 떨어지는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참 많이 답답해요.”
지난 설 퀴즈큰잔치 응모엽서에 그는 “경영이 어려우면 망설이지 말고 독자에게 손 벌리세요”라고 적었다. 이를 빌미(?)로 한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도 거절하지 못하고 그는 저녁 7시 진료가 끝난 뒤 기자를 맞았다. 사진기자 앞에 선 뒤에야 그는 “사진 찍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후회가 된다”며 멋쩍게 웃었다. 지난해에는 취직한 둘째가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준 용돈으로 한겨레 주식을 샀다. “받은 돈을 쓸 수가 없어요. 뭐 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았는지 한겨레 주식을 사라고 전화가 왔어요. 하하.” 대체 그에게 한겨레가 무엇이기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하는 것일까.
“부채 의식, 원죄 의식이죠. 제가 81학번, 386세대예요. 그런데 민주화운동 열심히 하는 친구들하고 같이 행동을 못했어요. 국회나 청와대에서 한자리씩 하는 친구들한테 빚졌다는 게 아니에요. 그때 현장으로 들어가서 박종철처럼 사라진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1990년 대구에서 개원한 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대구경북지부 활동을 하면서 광주전남지부와 영호남 화합을 위한 무료 틀니 시술 사업을 한 것도, 대구 인근 공단의 외국인 노동자에게 주말 진료를 한 것도, 빚을 갚는 일의 일부였다.
한국 언론과 기자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최악이다. 37개국 독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한국은 “뉴스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25%로, 평균 44%를 크게 밑도는 꼴찌였다. “뉴스를 볼 때 가짜뉴스에 대해 우려한다”는 응답은 61%로, 평균 54%를 웃돌았다.(‘2018 디지털 뉴스 리포트’, 한국언론진흥재단·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기자를 ‘기레기’로 비하하고, 자기가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을 가짜뉴스로 치부하는 시대로부터 곽성순씨는 동떨어져 있었다. 그는 이날 제1251호 ‘노 땡큐!’(‘망언은 범죄다’)의 일러스트가 태극기의 태극 상하를 뒤바꾼 실수를 찾아내고도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거냐”고 되물었다. 그는 의 모든 것을 신뢰하고 있었다. 절독하고 싶었던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몇몇 사건이 있는 건 알지만, 바로잡아갈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지 않는다고 했다. “세대의 문제이기도 한데, 모니터로 뭘 보면 깊이 들어오지 않아요. 오래가지도 않고요. 단편적인 뉴스는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심층 분석 기사는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모니터로 보다가도 이거 봐야겠다 싶으면 인쇄해 줄 치면서 봐요. 종이로 보는 건 분명 디지털로 보는 것과 차이가 있어요.”
대구, 서울대, 치과의사라는 한국 사회 주류의 스펙을 고루 갖추었으면서도 그는 비주류로 사는 삶을 선택해왔다.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와 이라는 매체를 고집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그것은 한겨레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 고장 난 시계처럼 정체된 사회를 예민하게 느끼는 감수성 때문인 것 같았다.
“아무리 자유한국당이라지만 5·18에 대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고, 그게 용납되는 걸 보면 한국 사회의 수준이라는 게 높지 않은 게 아닌가. 이 지역에서 나 을 보는 것도 여전히 어려워요.”
극우 1인 동영상 채널 진행자나 할 법한 막말이 제1야당 대표의 입에서 쏟아지는 퇴행의 시대, 에 후원하는 것은 그가 무력감을 벗어나는 방법이 아닐까. “편집장의 ‘만리재에서’를 봤어요. 독자들한테 구독료만 받아서는 힘들겠다 싶었어요. 저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같은 매체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천=글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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