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25일 골프선수 박세리의 연습을 돕고 있는 아버지 박준철씨. 한겨레
육아는 가사에 비해서도 ‘성벽’(性壁)이 높다. 한국 사회에선 ‘육아=여성(엄마·할머니·육아도우미)’의 공식이 아직 공고하다. 하지만 주양육자와 자녀의 애착관계만 잘 형성된다면, 아빠가 키우는 아이가 엄마가 키우는 아이에 비해 뒤처질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만 해도 아이의 성격·성적·사회성 발달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로스 D. 파크가 저서 등을 통해 ‘아빠 효과’(Father’s Effect) 사례를 소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아빠 육아’ 효과를 널리 알려온 김영훈 가톨릭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월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양육자의 개인차가 남녀(아빠·엄마)차보다 더 크다”고 전제하면서도, 뇌과학에 근거해 아빠가 주양육자로 참여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경향성”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엄마와 아빠의 육아 태도가 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뇌의 차이”로 설명한다.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다발인데, 여성은 두껍고 남성은 가는 편이다. 좌·우뇌 사이에서 정보가 빨리 전달돼야 잘할 수 있는 의사소통이나 공감 능력 면에서 엄마가 더 뛰어날 수 있다. 반면 아빠의 뇌는 체계를 이해하고 만드는 일에 더 적합할 수 있다. 자녀가 넘어져서 울 때, 공감 능력이 뛰어난 엄마는 일단 아이를 안고 위로부터 해줄 때가 많다. 반면 아빠는 병원에 가야 하는지 아닌지 상황을 판단한 뒤 큰 상처가 아니라면 무심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뇌의 차이’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감 능력이 낮은 아빠는 ‘재능 있는 자녀’를 극단까지 몰아붙여 교육할 가능성 또한 높다. 자녀가 아빠의 양육 방식에 잘 따르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타이거 우즈나 박세리 등 성공한 스포츠 스타 가운데 아버지가 주도적으로 자녀를 교육한 사례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아빠와 자녀의 성향이 맞지 않을 경우, 관계 악화 등 부작용도 크다.
엄마와 아빠의 경향적인 차이는 교육뿐만 아니라 ‘놀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김 교수는 “놀이 방식에서도 엄마는 두뇌 발달이나 학습에 초점을 맞춘 경우가 많고, 아빠는 아이에게 위험을 감수시키고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신체놀이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아빠가 아이를 들었다 놨다 뒤집었다 세웠다 하며 노는 사이, 엄마가 옆에서 좌불안석 잔소리하는 광경을 떠올려보면 ‘아빠 놀이’의 특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놀이는 아이의 창의성이나 자기주도성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놀이 전문가인 권오진 ‘아빠학교’ 교장은 “발달단계상 세 살까지는 엄마들이 잘하는 동화책 읽어주기나 소근육 신체놀이가, 네 살부터는 아빠들이 잘하는 대근육 신체놀이가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권 교장은 “아빠가 아이와 잘 놀아주면 열여덟 가지 인성이 발달하고, 아이 인성의 90%가 열 살 때까지 완성된다는 말도 있다”며 아빠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육아에서 아빠 놀이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요즘 아빠들 중엔, 자녀와 놀아주고 싶지만 본인이 사교육을 받느라 제대로 놀아보지를 못해 ‘기본기’가 부족한 아빠도 많다. 아빠학교에도 그런 이유로 놀이를 배우러 오는 아빠가 많다. 권 교장은 “하루 1시간이 아니라 1분만 잘 놀아줘도 되는데, 1분 놀이의 핵심은 ‘아기가 빵 터지게 하는 것’”이라며 “양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손바닥 씨름을 한 번 하더라도 질적으로 제대로 놀아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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